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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그의 도덕발달 단계
콜버그, 2000, 도덕 발달의 철학, 교육과학사, 56 ~ 62
▣ 내용 소개
콜버그는 미국 자유주의 도덕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1920년대와 3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덕교육(bags of virtues)론이 상대주의에 빠져 도덕적 가치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도덕교육이란 개인이 본래 갖고 있는 도덕성을 끌어내어 자율적 판단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적 사고와, 최고의 도덕은 보편적 판단이 가능한 정언 명법이라는 칸트의 사상, 피아제가 주장한 아동의 도덕성은 단계적으로 발달한다는 생각, 지식은 진보한다는 듀이적 생각을 결합하여 자율적 도덕 발달론을 제시한다.
소년들의 도덕성 발달을 심리학적으로 추적하여 소위 3수준 6단계로 도덕적 판단 능력의 발전 과정을 제시한 그의 사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개인의 도덕성 발달 정도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콜버그의 이론은 윤리적 상대주의와 도덕적 가치를 주입하려 하는 덕목주의로부터 도덕 교육을 구하면서 도덕성 발달 정도를 경험적이고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또 딜레마를 제시하고, 도덕성 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판단의 근거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토론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가를 살펴봄으로써 그 판단자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콜버그의 도덕발달론은 많은 비판을 받는다. 그의 도덕적 발달 단계가 지나치게 인지적 요소만 강조하고 정의적 요소를 간과하여 편협하다든지, 여성을 차별하고 남성 중심으로 연구를 했다든지, 덕의 발달을 무시했다든지 하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덕 발달론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런 콜버그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수준 6단계에 대한 그의 글을 통해 청소년의 도덕성에 대한 여러 문제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핵심어 : 3수준6단계, 인지적 발달, 인습, good boy.
▣ 더 탐구할 문제들
- 3수준 6단계의 특징을 각각 정리한다면?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을 나누는 근거를 어디에 두었는가?
- 콜버그 이론의 장 ․ 단점을 정리한다면?
- 길리간의 배려 윤리와 콜버그의 발달 이론을 비교한다면?
▣ 자료 : 도덕 단계 정의(定義)
인습 이전 수준
이 수준에서 문화적 규칙과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라 붙여진 이름에 순응한다.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행위의 물리적 결과(벌, 보상, 호의)나 규칙을 부여하고 이름 붙이는 사람들이 가진 물리적 힘에 준하여 그 규칙과 이름을 해석한다. 이 단계는 다시 다음 두 단계로 나뉜다.
단계1. 처벌과 복종 지향
행위의 물리적 결과로 그 행위가 선하고 악하다는 것을 판단한다. 행위 결과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 의미나 가치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벌 받지 않으려 하는 것과 힘에 대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중시된다.
단계2. 도구적 상대주의 지향
옳은 행위는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수단이다. 인간관계는 시장 원리(교환정의)에 지배된다. 공정함이나 평등함 등의 요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 실용적 방식으로 계산된다. 상호성은 “네가 내 등을 긁어 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 주겠다.”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인습수준
이 수준은 즉각적, 가시적 결과와 관계없이, 가족 ․ 집단 ․ 국가가 거는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태도는 개인적 기대나 사회 질서에 부응하는 것일뿐 아니라 그 기대와 질서에 대한 충성, 즉 그 기대와 질서를 적극적으로 지키고 정당화하는 태도나 사람들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 수준에는 다음 두 단계가 있다.
단계3. 사람들에 대한 동조, ‘착한 아이(good boy)’ 지향
착한 행동이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그 사람의 칭찬을 얻어낼 수 있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natural)’고 생각하고 그 기대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때로는 행동이 의도(동기)에 따라 판단되기도 한다. “그건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어.” 등이 중요시된다. “착하게” 행동하여 남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단계4. 사회 질서 유지 지향
권위, 규칙, 사회 질서 유지 등을 지향한다. 옳은 행위는 임무를 수행하고, 권위를 존중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 본다.
인습 이후의 자율적 ․ 원리적 수준
이 수준에서 타당성과 적용력을 가진 도덕 가치와 원리를 규정하려는 분명한 노력이 나타난다. 도덕 원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의 권위, 혹은 그 개인이 동일시하는 어떤 집단과도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 수준은 다음 두 단계를 가진다.
단계5. 사회 계약 지향
옳은 행위는 일반적 개인 권리에 준해 성립되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도록 비판적으로 검토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적 판단, 상대적 의견 등에 대한 뚜렷한 각성이 나타나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절차적 규칙을 강조한다. 권리란 법에 따르고 민주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 가치판단 내지 의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적 관점”을 강조하면서도 그 법이 사회적으로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숙고하여 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는 단계4에서 법에 집착하고 법을 고수하려는 태도와 비교된다. 법 영역 밖의 자유로운 계약과 협약이 의무를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이 단계가 미국의 정치체제와 헌법이 근거하는 “공식적” 도덕성이다.
단계6. 보편적 원리(양심)에 근거한 윤리 지향
권리란 스스로 선택한 윤리적 원리, 즉 논리적 포괄성, 보편성, 일관성에 호소하는 원리에 일치하는 양심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이것은 황금률이나 정언명법과 같은 추상적, 윤리적 원리이다. 이 원리의 핵심은 정의의 보편원리이다. 정의 원리는 인간 권리의 상호성과 평등성이라는 보편 원리와 개개인의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 원리로 설명된다.
이 단계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연구에서 사용된 딜레마를 형성하는 25개 기본 도덕 개념과 관련해 검토해 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의 하나가 “왜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동기”이다. 동기의 측면에서 6단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1단계 벌을 피하기 위해 규칙을 따른다.
2단계 보상을 얻기 위해 동조한다. 베푼 호의에 대한 보답을 바란다.
3단계 다른 사람이 부인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4단계 적법한 권위에 따른 처벌과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5단계 공동체의 복지와 이에 준하는 공평한 제3자적 관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6단계 자기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이 6단계를 다시 “인간 생명의 가치”라는 면과 관련시켜 보면 이렇게 규정된다.
1단계 생명의 가치는 물질적 대상과 혼동되며,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속성과 같다고 본다.
2단계 생명은 그 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본다.
3단계 생명의 가치는 소유자에 대한 가족적 감정이입과 감정(感情)에 기초한다.
4단계 생명의 가치는 권리 및 의무를 부여하는 자신의 종교에 따라 결정된다.
5단계 생명의 가치는 공동체의 복지 기준에 따라 결정되며 생명은 인권이라는 관점에 따라 가치를 갖는다.
6단계 인간 생명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본다.
나는 이 도식을 유형론이라 부른다. 제시되는 딜레마가 어떤 것이든 간에, 약 67% 사람들이 동일한 수준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 유형을 단계라 부르려 하는데, 이 유형들이 변하지 않는 도덕적 발달 계열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단계는 한번에 하나씩, 또 언제나 동일한 순서로 진행할 것이다.
단계에서 모든 변화는 계열에 따라 발전하고 단계를 뛰어 넘지 않는다. 아동이 단계를 거쳐갈 때 그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며 특정 단계의 중간에, 또는 그 단계를 벗어난 중간쯤에 위치할 수도 있다. 개인의 도덕적 발달은 특정 연령, 특정 단계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계속 발달한다면 단계적으로 순서에 따라 갈 것이다. 인습 수준인 단계3과 단계4에 있는 어떤 성인도 단계5를 경험할 수 없지만, 단계5의 모든 성인은 단계4를 완전히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나의 연구는 완전한 증거를 얻지는 못했지만 도덕적 변화는 위에서 기술한 단계 형태를 따를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단계 계열에 대한 한 연구 결과 가운데 “인간 생명의 가치”라는 측면에 대해 두 소년의 발전단계를 보도록 하자. 토미에게 물어 보았다. “중요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과 중요하지 않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은 일이지?” 10살 때 토미는 “한 사람은 기껏 하나의 집과 약간의 가구를 가질 테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은 많은 집과 많은 가구를 가지고 있어요. 가난한 사람 중 몇몇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토미는 분명하게 1단계의 특징을 보인다. 토미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재산 가치와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토미는 3년 후(13세) “치명적 병을 앓고 있는 부인이 안락사를 요청했을 때, 의사는 그 요청을 받아 들여야 하는가?”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 부인의 요청을 들어 주는 것이 좋겠지요. 그녀에게 안락사는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원치 않을지도 몰라요. 사람과 동물은 다르니까요. 애완견이 죽는다면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요. 애완 동물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글쎄요. 남편은 새 아내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전과 같지는 않겠지요.” 이 대답은 2단계의 특징을 보인다. 부인의 생명이 가치 있는 까닭은 남편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애완 동물을 바꿔치기 하듯이 쉽게 아내를 바꿔치기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도덕적 갈등의 주된 원인이다.
3년이 더 지난 후(16세) 생명에 대한 토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이 변했다. “안락사는 부인에게 최선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최선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이니까요. 동물과 다릅니다. 동물과 맺는 관계는 가족과 맺는 관계와 다릅니다. 개에게 갖는 애착과 가족에게 갖는 애착은 다릅니다.” 토미의 관점은 2단계의 도구적 관점에서 3단계로 이동했다. 단계3은 남편으로서 아내에 대한 감정이입과 사랑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부인의 생명이 보편적 인간 가치라는 것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부인의 생명은 남편이 없더라도, 또는 남편의 사랑이 없더라도 존중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라는 생각이 없다.
토미는 10세에서 16세에 이르는 동안 세 단계를 한 단계씩 거쳐 발달해 왔다. 그는 영리하지만(IQ 120), 도덕적 발달은 느린 편이다.
다른 소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리차드는 남은 세 단계, 즉 단계4에서 단계6까지 차례로 거쳐간다. 그는 13세에 안락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인이 원한다면 그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부인의 고통은 매우 큽니다. 사람들은 동물의 고통도 덜어주려 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리차드는 2단계와 3단계의 혼합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세에 이르러 리차드는 이렇게 반응했다. “모르겠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것은 살인입니다.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하는지 죽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권리는 인간에게 없습니다. 신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주었습니다. 안락사는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을 중요한 것을 빼앗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성한 것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신의 분신입니다. 당신이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은 신의 분신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는 신의 한 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리차드는 자신의 종교적, 도덕적 신념에 따라 생명을 이해하고 생명이 신성하다고 보는 4단계의 특징을 보인다. 인간 생명을 가치 있다고 보지만 그러나 그 가치는 다른 어떤 것(신에 대한 존경과 신의 권위)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자율적 인간가치는 아니다. 어쩌면 신이 리차드에게 살인하라고 명령한다면,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그러했듯이, 그는 살인을 하게 될 것이다.
20세 때 리차드는 말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료계에는 많이 있습니다. 설혹 인공 심장이나 인공 신장으로 생을 지탱해서 마치 식물처럼 보일지라도, 그에게는 인간으로 지켜야 할 어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인간이고 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 점에서 같습니다.”
리차드의 반응은 분명 5단계이다. 생명의 가치는 상대주의적 문맥으로, 다시 말해 “당신은 당신 자신이 중심인 당신의 세계를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평가되며, 유용성 또는 복지의 관점에서 의미를 얻게 된다.
24세때 리차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모든 생명은 어떤 도덕이나 법률보다도 우위에 있습니다. 생명은 어떤 사람이 가치 있다고 보느냐와 상관없이 내재적 가치를 갖습니다. 정의와 사랑의 원리는 모든 인간관계의 규범이라고 할 때, 이때 가치의 근거는 개인의 가치입니다.”
리차드는 단계6에 있다. 그는 인간 개개인을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보고 있다. 그가 점진적으로 통과한 단계는 생명을 중심적 가치로 인정하는데서 정점을 이룬다. 생명의 가치는 사회적 권위나 신적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순수한 의미에서, 그리고 문화적으로 보편적 의미에서 이 단계들은 가치 판단의 도덕성이 증대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때 도덕성은 판단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 형식성은 칸트로부터 현대 분석철학자, 즉 “일상언어”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철학적 전통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단계6의 사람은 생명을 판단하거나 생명에 관한 언어를 사용할 때 ‘지위와 재산가치’(단계1)에서,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이용가치(단계2)’에서,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정(단계3)’에서 완전히 떠난다. 그는 보편적이며 사사롭지 않은 도덕 판단의 수단을 갖고 있다. 단계6의 사람은 의무 또는 도덕적으로 옳은 것 등과 같은 도덕 언어로 대답하며 보편화, 이상화, 비개인화(impersonality)하여 사용한다. 그는 “그것이 누구이든지 상관하지 않고” 혹은 “벌을 받는다 해도 나는 그것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자료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