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문(백운봉암문)에 도착 ♧
위문(백운봉암문) 앞에 서니 햇살이 가득 쏟아집니다.
여기만 올라오면 거의 정상인 백운봉에 다 온 것 같은데 아직도 300미터를 더 올라가야 정상입니다.
잠시 숨을 골랐으니 다시 올라가야지요.
힘들다고 투덜대며 올라가는 큰딸이 묻습니다. 이따가 다시 이 길로 되돌아 내려오느냐고. 다시 내려오면
안 올라갈 속셈이지요.
막내아들이 물으면 다시 내려온다고 하고 큰딸이 물으면 안 내려오고 저 봉을 넘어서 간다고 했지요. 그러
면서 막 웃었더니 '거짓말이지' 하고 되묻습니다.
저도, 알면서 속아 주는 척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죠.
▲ <휴, 힘들다>
▲ <미끄러질라 중심을 잡고>
▲ <힘드시죠, 마마님>
♧ 나무 계단이 끝나고 바위 길로 ♧
이 길로 다시 내려오면 안 올라가고 여기서 기다린다고 하던 큰딸이 '아, 힘들어 힘들어' 하면서도 꾸역꾸
역 올라갑니다.
산은 역시 이 맛에 올라가는 것이죠. 올라갈수록 건너편의 산들이 허리춤에서 점점 발 아래로 낮아집니다.
▲ <대포알 같이 우람한 인수봉>
▲ <여성스러운 노적봉>
▲ <백조바위 뒤 만경봉>
♧ 인수봉, 노적봉, 백조바위와 만경봉 ♧
인수봉은 정상에서 봐도 멋있지만 올라가면서 옆에서 보면은 대포알 같이 것이 마치 남성의 이미지를 상징하
는 것 같기도 하고 땅거죽을 뚫고 불쑥 솟아오른 우람한 돌기둥을 보는 듯 합니다.
노적봉은 노적가리 전설이 있다지요. 곡식더미를 노적가리라고 부르는데 만경봉의 서쪽에 우뚝 솟아 있는
노적봉은 그 형상이 마치 노적가리와 같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백조바위 뒤로 잔설이 성성한 만경봉이 보입니다. 천도자리를 알아보라는 이성계 명을 받고 무학대사가 이곳
에 올라서 한양이 천도자리로서 적합한지를 살폈다고 하지요.
만경봉에 오르면 만가지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데 이곳은 아직 등산로가 없습니다.
삼각산(북한산)의 염초봉과 만경봉의 리찌구간에서 사고가 제일 많이 난다지요. 그런데도 리찌매니아들은 잘
도 올라갑니다. 백운봉암문으로쪽으로 오른 다음 용암문쪽으로 내려오더군요.
저 백조바위를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은 오리를 더 닮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일부로 저렇게 빚은 것도 아닌데 어찌 저다지도 짐승의 형상을 빼 닮았는지요. 자연의 조각품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합니다.
▲ <모자바위? 아래서>
▲ <만경봉을 배경으로>
▲ <같이 찍으라고 했더니 힘들어 죽겠다는 큰딸(오른쪽)>
♧ 가는 중간 중간 쉬면서 ♧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오르다가 힘들면 쉬면서 사진을 찍지요. 쉬다가 또 사진을 찍구요. 찍으면서 쉬고,
쉬면서 찍고.
생각은 때가 되면 가물가물해 지는 법. 결국은 나중에 사진밖에 남는 것이 또 있겠어요.
빨리 가나 천천히 가나 해는 넘어가는 것이고, 그렇게 그렇게 쉬며 쉬며 오르면 되는 것이지요.
▲ <아들은 엄마를 좋아해>
▲ <바위에 붙어서>
▲ <위에 모자바위?가 아슬아슬>
▲ <이렇게도 찍고>
▲ <저렇게도 찍고>
♧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
지금은 산아제한이 풀렸을 뿐 아니라 어느 지자제에서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현금을 준다지요. 그것도 백만
원씩이나.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우리 아들이 태어날 때만해도 한 집안에 아이가 셋이 되면은 이웃의 눈총이 좀 있었지요. 의료보험도 지원
이 되지 않아 장기간 입원하고 수술하는 바람에 수백 만원의 돈이 들어갔지요.
어찌 국가장래의 주체인 인구정책을 십 년 앞도 못보고 미시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펴는지요.
다시 출산장려정책을 펴느라 호들갑을 떠는 정책입안자들을 보면은 화도 나고 입맛도 씁쓰레해집니다.
딸들은 아빠를 좋아하고 아들들은 엄마를 좋아하나요.
아들이 저 혼자 오르다가도 한 번씩 엄마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애교를 부립니다. 엄마, 힘들지 않느냐고.
▲ <백조바위에 앉아서>
▲ <만경봉을 배경으로>
▲ <무섭다고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 <눈을 감고 말았네요>
▲ <힘들다고 사진도 안 찍는다더니>
▲ <샐쭉하니 앉았네요>
▲ <카메라만 갖다대면 브이 자를 그리더니>
▲ <어울리지 않게 괜시리 수줍은 척>
▲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요리조리 빼더니>
▲ <오늘은 이쁘게도 하라는대로 잘도 하네요>
♧ 사진을 찍다보니 춥네요 ♧
더운 봄날이나 여름 같으면 바람이 불어주면 좋겠죠. 시원할테니까요.
사진을 찍으며 지체하다보니 땀이 식어서 춥다며 그만 찍고 빨리 올라가자고 하는데도 식구들 독사진을 다
찍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해서 이쁩니다. 다른 날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해도 사진 찍는 거 안 좋아
한다며 도망을 가더니 오늘은 웃으라고 하니 웃기까지 합니다.
▲ <백조바위에 앉아서 만경봉을 배경으로 우리부부도 한 컷>
▲ <실물보다 잘 나왔죠>
▲ <웬일로 큰딸이 같이 찍자며>
▲ <우리 집은 여자가 셋 >
♧ 남는 것은 사진 뿐 ♧
엄마 아빠도 찍으라고 해서 우리 부부도 만경봉을 배경으로 해서 찍었지요. 그런데 실물보다 더 잘 나와서
실물 보여주기가 쑥쓰럽네요.
큰딸과도 찍고 세 모녀도 찍고 막 찍었지요.
다시 말하지만 지들 다 떠나고 나면 남는 것이 사진밖에 더 있겠어요. 그 사진조차도 한참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 <백운봉을 오르는 어느 친절한 등산객이 찍어주었습니다>
▲ <여기만 돌아가면 너럭바위가 나옵니다>
▲ <인수봉을 배경으로>
▲ <햇볕이 눈 부셔요>
▲ <브이 자 속에 행복이>
▲ <인수봉이 아들 키보다 작네요>
♧ 쇠줄을 잡고. 인수봉을 배경으로 ♧
뒤에 사람이 올라오는데 비켜주지도 않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미안하지요. 세 모녀를 찍고 있으니까 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던 잘 생긴 등산객 남자 한 분이 성큼성큼 옆으로 먼저 오르더니 '함께 찍으시죠' 하며 한
장 찍어 주었지요. 그런데 아들이 먼저 올라가버려 아쉬웠네요.
이제 쇠줄을 잡고 있는 서 있는 저 모롱이만 돌아가면 백운봉이 보입니다. 백운봉 정상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도 보이겠죠.
오르면서 인수봉을 배경으로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실은 저런
곳에서 저렇게 한가하게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답니다.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외길인데다가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 밀리어 평소같으면 사진을
찍을 엄두고 못 내고 밀려 올라갔다가 밀려 내려오는 곳이지요.
기회가 되면 놓치지 말아야지요. 안 그러면 후회합니다.
막연하게 무얼 후회하냐구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십시오. 내가 걸어온 길이 다 잘 난 것만은 아니겠지요.
2부 끝.
3부는 백운봉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