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무부(검찰)가 제안한 '허위진술에의한 사법(정의)방해죄'에 대해 그들의 이득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속내를 감추고 입법에 찬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사법피해자가 법조인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법은 반드시 입법돼 법조인이 맡은 사건에 대해 진실을 덮으려는 장난이 사법정의방해죄에 저촉돼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 올립니다.
원문보러가기 사법정의방해죄
|
사법정의방해죄에 대한 고찰
김 석 우[대구지검 검사]
최근 검찰은 피의자 인권 보호에 다소 치중한 기존 형사사법제도의 편향성을 개선하면서 피해자의 권익도 보호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효과적으로 방위할 수 있는 선진 형사법제 도입을 적극 모색 중인바, 특히 그 중에 ‘사법정의방해죄’,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 ‘중요 참고인 출석의무제’, ‘제한적 플리바게닝제’를 이른바 4대 제도로 부르면서 중점을 두어 추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4대 제도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제도로서 그 동안에도 많은 논란이 되어 온 제도가 바로 ‘사법정의방해죄’라고 할 것이다.
현재 검찰이 추진 중인 ‘사법정의방해죄’는 ① 형사사법절차에서 참고인이 허위 진술을 하는 행위, ② 이와 같은 허위 진술 혹은 위증을 하게 하거나 진술이나 증언 자체를 하지 않도록 배후에서 회유하거나 폭행, 협박하는 행위 이상 두가지 유형을 형사처벌하는 것인바, 사실 그 동안 논의가 되어 온 사법정의방해죄는 주로 ①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어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을 처벌하는 ‘허위진술죄’ 신설 여부에 중점을 두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위 두가지 유형 중에 현실적으로 ①의 유형이 가장 중요한 유형이기는 하나 후술하는 바와 같이 미국이나 각종 국제협약상의 사법정의방해죄에서는 ②의 유형이 오히려 더욱 중요한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할 때, ① 유형 및 ② 유형을 모두 검토함으로써 사법정의방해죄의 도입 방안을 전체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주로 ①의 유형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논문과 달리 ②의 유형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기로 한다.
[중 략]
아. 허위진술죄 도입 반론에 대한 재반론
(1) 공판중심주의의 형해화 우려 반론에 대해
(가) 反論의 요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공판정에서 한 진술이 다를 경우 전자를 허위진술죄로 처벌한다면 증인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기가 어려워져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된다는 것이다.
(나) 再反論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공판정에서의 진술이 다르다면 둘 중의 하나는 거짓이라는 것인바, 공판정에서의 진술이 거짓일 경우에는 위증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거짓일 경우에는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으므로,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도입하자는 것이 허위진술죄 도입론의 취지이다.
허위진술죄를 도입한다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이를 처벌한다는 것일 뿐이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공판정에서의 진술이 차이가 나는 경우와 같이 진술이 번복되는 경우에 있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무조건 허위라고 보아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아닌바, 진술이 번복되는 경우 발생하는 허위진술죄 및 위증죄의 성부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은 법원에 있는 것이므로, 허위진술죄 남용에 의한 폐해는 지나친 기우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수사절차상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이를 처벌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인바, 참고인의 법정 증언시 진술 번복의 어려움을 반론의 근거로 드는 것은, 추후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하고 수사기관에서 허위의 진술을 한 후 법정 증언시 이를 번복함으로써 수사기관을 농락하면서도 위증의 벌을 면하려는 악의적인 자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부당하다.
무엇보다 공판중심주의라는 것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실질적인 공판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데에 취지가 있는바, 허위 진술을 규제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2) 수사의 편의성만을 추구한다는 반론에 대해
○ 反論의 요지
형사절차에서 진실 발견 책임은 검찰에 있는 것으로, 참고인의 진술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은 검찰이 책임을 지는 것이지 허위 진술죄 처벌을 근거로 진실을 말하도록 의무짓는 것은 수사의 편의성만을 고려한 것이다.
○ 再反論
형사사법 절차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로서 진실발견을 위한 과정은 국민이 수사기관에 그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 것이다. 위임자인 국민이 수사절차에 적극적인 협력을 하여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사절차에 개입하여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절차를 방해할 권리와 자유까지 가진다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허위진술죄를 도입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진술이 무조건 진실임을 믿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참고인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 및 각종 증거 수집, 제출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검찰에 남아 있는 것인바, 허위진술죄를 도입한다고 하여 진실 발견에 대한 책임이 전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 선서하지 아니한 증인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에 대해
○ 反論의 요지
증인이 법정에서 선서하지 아니한 경우 위증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과 비교하면 선서 절차가 아예 존재하지 아니하는 참고인이 선서 절차 없이 한 허위 진술을 처벌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아니하다.
○ 再反論
이러한 반론은 위증죄의 구성요건으로 ‘선서’가 규정되어 있기에 비롯하는 것이다.
선서를 위증죄의 구성요건으로 보는 것은 神에 대한 맹세를 위반한 자를 위증죄로 처벌한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인바,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위증죄에서 선서를 절대적인 구성요건에서 배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즉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선서를 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지는 위증을 기본적인 구성요건으로 하고, 선서를 한 경우에는 이를 가중처벌하고 있고(독일 형법 제153조, 제154조, 오스트리아 형법 제288조 제1항, 제2항, 스위스 형법 제307조 제1항, 제2항), 이탈리아의 경우 선서를 위증죄의 가중 요건에서도 배제하였는바, 이탈리아 소송절차상의 선서(giuramento)라는 절차와 관련하여 이는 재판장이 증인에게 선서의 종교적 및 도덕적 중요성 및 위증시 결과에 대해 훈계를 하고, 증인이 진실을 말할 것을 신 및 인간에게 맹세할 것을 재판장이 먼저 말하면 증인이 서서 이에 대해 다짐하는 맹세를 하는 것을 그 절차로 하고 있었으나, 이에 대해 신에 대한 맹세 등에 의한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있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1995년 위헌 선언을 하여 그 후 종래와 같은 선서 절차가 수정되었는바, 현행 규정은 재판장이 증인에게 진실을 말하여야 할 의무 및 위증시 부과되는 형벌에 대해 경고를 하고, 종래와 달리 증인으로 하여금 숨기는 것이 없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음을 진술하도록 ‘권유’ (invita)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이 위증죄의 구성요건에서 선서를 절대적인 구성요건으로 하지 아니하고 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하거나 아예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외국의 추세인바, 선서를 하지 아니하는 자를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과의 균형상 허위진술죄 처벌을 반대하는 것은 이와 같이 ‘선서’라는 것이 가지는 법적 의미가 현대 사회에서 상당 정도 퇴색되고 있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선서’라는 형식적 절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선서’를 위증죄의 절대적인 구성요건으로 하는 규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현행과 같이 ‘선서’를 위증죄의 절대적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을 유지한다면, ‘선서’를 하지 아니한 채 허위 증언을 하더라도 형사처벌이 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 법제도와의 균형상, 형사사법 절차를 방해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를 선별하여 처벌하는 방안과 같이 일정한 유형에 한하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