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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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촌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신 보살이셨다고
말하는 그는
은연중 자신도 모르게
스승을 닮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유의 돈도 남기지 않고
남을 위해 기꺼이 쓸 수 있는지 모른다.
너무 맑아서 슬퍼 보이는 그에게
겨우살이 있냐고
팔아서 용돈이라도 쓸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있으면 보내달라 했는데
아이처럼 좋아하며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만 가지를 배우라는 만행을 하는 동안
존경하던 스승님 열반도 모르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며
스승의 뜻 받들어
구도의 만행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만
한 곳에 머물러 정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전부터 준비한 카드를 꺼내 보이니
고개를 끄덕이며
전에 설악산 어느 암자에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구도의 피가 끓는 지라
생식을 하고
벽곡으로 생활을 했다 하는데
나무 위의 다람쥐 이야기가 들리고
새들의 얘기를 알 수 있었다 하며
산이 높아 가파르고 험한 길을 지팡이를 짚고
수학 여행 온 학생들 옆을 지나쳐 가는데
스님! 스님!
학생이 불러서 돌아보니
스님 발이 땅에 닿지 않아요! 라고 말하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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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땅에 안 닿는지 전혀 의식은 없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며
축지법도 전설이 아니라 실제인가 보다면서
당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죽기로 참 열심히 했다는데
그런데 산삼을 만나는 바람에 망했다 한다.
산 속을 걷다가 우연히 산삼을 발견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산삼 밭이었다고
꿈인가 생시인가 웬 떡인가 좋아서
수행이고 뭐고 던지고
중생에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산삼을 캐서
산을 내려와 팔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속아서 팔았다 했다.
산 속에서 오래 살아
시세를 모르는 사람을 속이기는
어린아이 속이기보다 쉬웠을 거다
속아서 산삼을 팔고는
화가 나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다
치열한 수행도 중단되었다며
아마도 산삼을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쯤 한 소식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얀 이를 들러내 너털웃음을 한다.
그의 말은 조용한데 웃음소리 역시 잔잔하다.
스님은 나에게 어느 보살이 잘못해서
혼을 냈다고 말하곤 하는데
서풍처럼 들리는 억양에
상대가 얼마나 혼났었는지 좀 궁금하다.
이제 수행하다 또 산삼을 만나면
절대로 캐지 말고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라고 하니
회향 잘하면 되지 않겠냐 하여
그것이 바로 마구니니
마구니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밟아 짓이겨 버리든가
담담히 지나쳐 가라고
오직, 생사의 문을 여는
수행에만 전념하세요 라고 말했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