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07년 03-10일
같이 간 사람 - 원하는사람님, 처음처럼님, 강냉이님, 하얀구름님 그리고 나.
소요시간 - 4 시간 10분
산행코스 - 대교아파트 --> 369봉 --> 임꺽정봉 --> 상투봉 -->
상봉 --> 양주시청 하산 (우회하지 않고 능선길로 다녔음)
♧ 불곡산 암릉 산행기 ♧
지난 구정 설날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생 집을 방문했다가 불곡산을 가보게 되었습니다.그 때 보았습니
다. 길이가 30m쯤되고 경사가 70도 정도되는 바위에 밧줄이 세 개가 메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타보고 싶은 욕심에 겁도 없이 오르기 시작해서 8부 되는 곳까지 엉덩이를 빼며 빼며 올라갔는데 동생
이 무섭다고 뒤에서 안 따라옵니다.
할 수 없이 되돌아 내려왔는데 그날 이후 내내 불곡산의 매여 둔 그 놈의 밧줄이 마음속에 숨겨둔 애인처럼
눈에 삼삼 아롱아롱 암암히 그립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산을 좋아하는 친한 이웃들과 함께 가자고 약속을 해 놓았는데 아 글쎄 불곡산에 가는 것
을 시샘하는지 약속한 다음날부터 일주일 내내 비오고 바람 불고 눈보라까지 칩니다.
봄이 공짜로 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계절의 여신님.
일주일 내내 마음을 졸이며 기상대예보를 듣고 또 듣는데 희소식은 전혀 없습니다. 하루에도 간다, 안 간다
수없이 마음이 바뀝니다.
더 나쁜 예보로는 출발 하루 전인 토요일 날 비가 내리고 그 다음 일요일 날 아침에는 기온이 무려 영하 4
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기상대 예보가 맞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토요일이 되자 가끔씩 맞지 않아 욕을 얻어먹던 기상대 예보가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서 비까지 흥건히 내리고 아예 눈가루까지 뿌립니다.
에구, 이제는 진짜 틀렸구나 완전 포기를 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삼각산의 가장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인수
봉을 가장 멋있게 가까이서 볼 수 잇는 영봉에 다시 한번 가보려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런데 같이 가기로 한 처음처럼님은 처음처럼이란 닉처럼 처음부터 줄기차게 기상조건이 별로 안 좋으니 다
음을 기약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리더격인 잘생긴 강냉이님이 산행약속을 많이 해본 사람답게 약속을 잡아놓았으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무조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전에 인지한 정보로는 불곡산은 능선길의 삼분의 이가 암릉길이라 비가 온 날은 미끄러워서 다리라도 삐긋
하면은 괜히 아니 간만 못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더니 일단 갔다가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우회를 하면은 된
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미 영봉에 반쯤 가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되돌아옵니다. 마음을 바꾸니 계절의 여신님이
또한 갸륵하다고 여기셨나요.
토요일 오전 11시쯤까지만 해도 그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오후 들어서는 해가 쨍 납니다. 집에서 조
금 먼 거리라 기상상황이 정 나쁘면 나중을 기약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더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무
조건 출발을 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우리 집인 강북구 수유리에서 경기도 양주 불곡산을 가려면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창동역에 내려서 국철1
호선을 갈아타고 가능역(구 의정부북부역)에서 내린 다음 길을 건너서 32번 버스를 타고 대교아파트 앞에
서 하차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출발 날 아침이 되자 처음처럼님의 애교에 넘어간 리더(강냉이님)가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대기중입
니다. 덕분에 저도 편하게 오고 가게 생겼습니다. 출발하면서 시계를 보니 9시 8분입니다.
바깥의 기온은 영하 4도라고 하는데 따뜻한 차안에서 보는 차창 밖의 햇살은 따스하게 보입니다. 도봉구 방학
동, 도봉동을 지나면서 산을 쳐다보니까 잔설이 희끗희끗한 도봉산의 만장봉과 선인봉,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
와 봉우리들이 산에 가는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의정부 시내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북쪽으로 계속 가면은 양주시청 4거리가 나타납니다. 차는 양주시청 주
차장에다 세워 두고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32번 버스를 탔습니다
산행 들머리인 대교아파트에 차를 주차시키지 않고 양주시청주차장에서 주차시킨 것은 오늘의 산행은 대교
아파트를 들머리로 해서 양주시청으로 날머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 산을 타다보면은 하산 길은 지쳐있기 십상인데 내려오자마자 바로 앞에 차가 대기하고 있다면 힘
든 몸을 더 편히 쉴 수 있겠지요.
▲ <양주시 불곡산 등산 안내도>
♧ 대교아파트 앞 산행 들머리 ♧
버스에서 내려 산행 들머리인 오솔길을 올라서자마자 왼쪽에 불곡산 안내도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경기도 양
주시 양주동에 위치한 불곡산(460)은 양주의 진산이며 두 개의 암봉이 솟아있고 그 사이가 암릉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며 산세가 빼어나 정상 군데군데의 암벽밑 암봉에서의 전망이 뛰어나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불곡산에는 신라시대 효공왕 2년 (808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백화암이라는 고찰이 있으며 경내에서 보는
도봉산 연봉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라고 합니다. 오늘을 날머리를 양주시청으로 하였지만 언젠가는 백화암쪽
으로도 들머리든 날머리든 한 번 가보아야겠습니다.
대교아파트 앞길 산행 들머리에 들어섭니다. 길 양쪽 주변에 논밭이 보이고 싹이 트려고 하는 과수밭을 지
나서 누구의 죽음인가 묘지가 있는 곳도 지납니다. 그런데 이 곳의 봉분은 모양새가 좀 특이합니다.
보통 봉분한 타원형으로 둥근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 곳의 묘는 마치 밥그릇의 밥을 엎어놓은 듯 위의 모
양이 반듯합니다.
▲ <강냉이님 / 돌탑 뒤로 보이는 임꺽정 봉>
▲ <서낭당 / 산신님께 제를 올리는 곳>
♧ 돌탐과 서낭당을 지나고 ♧
지난 번 설날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니까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서울 도봉구)에 설치해
놓은 방호벽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 들머리에도 목책과 시멘트 벽이 등산로에 서 있어 이
곳이 북쪽과 가깝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라면과 차를 파는 간이상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길 양쪽에 돌탑이 있습니다. 누구의 간절한 기원을 담
은 돌탑인가요. 2m에 가까운 높이의 탑이 돌 하나 하나마다의 소원을 담고 서 있습니다.
돌탑 뒤로는 임꺽정봉(445.3m)이 보입니다. 우리가 넘어가야 할 봉우리입니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에는 길
왼쪽에 서낭당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곳을 보면은 그냥 지나쳤는데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부터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지를
않고 누군가 빌고 간 흔적이 있나 찾아보곤 합니다.
서낭당 안으로 들어가 오늘 산행에 아무 일 없도록 해 주십사 두 손을 모읍니다. 암릉길을 가야하는데 오늘
은 특별히 두 명의 여성분들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습니다.
30초의 기도지만 기도란 무릇 마음속에 담아두는 의지 같은 다짐이겠지요.
절에 가면은 산신각에도 들려보는데 이 산신각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기존에 있던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을 절에 오게 하려고 마련해 놓은 곳이라지요.
▲ <자세히 보면 임꺽정봉 아래 밧줄바위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 <원하는사람님과 처음처럼님>
▲ <첫 능선에 있는 이정표>
▲ <하얀구름님과 나>
♧ 첫 번째 능선에서 ♧
라면 파는 간이상점을 지나고 돌탑과 서낭당을 지나고 나면 좁은 산길로 접어듭니다. 잠시동안 마치 오솔
길을 걷는 듯 자드락 길이 이어집니다.
능선을 오르고 산봉우리를 오르자면 필히 경사가 급한 곳이 나타나지요. 첫 번째 능선까지 오르려면 한 이
백미터쯤 되는 급경사를 치고 올라야 능선 첫머리에 설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들머리인 대교아파트에서 이곳까지 1.1킬로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잠시 숨도 돌리 겸 왼쪽에 작은 봉우리를 올라 시가지도 전망해 보면서 우
리가 올라가야 할 임꺽정봉과 밧줄이 매달려 있는 바위를 바라봅니다.
이 곳에 서면 우리가 올라온 산행 출발지인 대교아파트가 저 아래서 성냥갑을 쌓아놓은 것처럼 나직이 보
입니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바람이 무지하게 붑니다. 낮은 능선인데도 이렇게 바람이 부니 저 임꺽정봉과 상투봉,
상봉에는 얼마나 심한 바람이 불고 있을까요.
밧줄 바위를 오르기 전에 마음도 다지고 힘도 좀 비축하려고 했더니 샘 많은 시누이같은 바람이 사정없이
머리카락을 날려버립니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그놈의 바람 땜에 제대로 앉아보지도 못하고 쉬는 것을 포기하
고 바로 밧줄바위를 향해 올라갑니다.
▲ <밧줄이 세 개가 매달려 있는 슬램구간>
♧ 몽매에도 그리던 밧줄바위 아래서 ♧
드디어 몽매에도 그리던 밧줄 세 개가 매달려 있는 그 바위 바로 아래 섰습니다. 날이 따뜻해지
면 이 구간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일까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일부는 우회길로 가기도 해
지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제 올라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여자님들이 먼저 오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오르라고 했
지요. 만일을 대비해서 여자님이 먼저 올라가고 남자님이 뒤에서 받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
다.
▲ <무서워 무서워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하얀구름님>
♧ 하얀구름님이 앞장을 서고 ♧
주춤주춤 하더니 하야구름님이 먼저 용감하게 앞서서 오릅니다.
어쩐지 용감무쌍하게 잘 올라간다고 했지요. 중간쯤 오르다 말고 뒤를 돌아보며 무서워, 무서워 하며 무섭다
는 말을 연방 반복합니다.
그래도 내려오는 것보다 올라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무섭다 무섭다는 말은 연방 내 뱉으면서도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말을 들으니 처음처럼님이 겁을 집어먹고 돌아가자고 하면은 능선길을 타보지도 못하고 따분하게
내내 우회길로만 가게 될 것 같아서 서슴없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올라간 것이었는데 마지막 구간에 2m 가량의 급경사가 있어서 극도로 더 무서웠다고 했습
니다. 아래를 보니 떨어질 것만 같고 위로 오르려고 하니 발이 안 떨어지더랍니다.
왜 앞장서서 먼저 올라왔는지 그 자리에서 정말 후회를 했답니다.
▲ <처음처럼님 / 처음에는 의외로 잘 올라간다 싶었지요>
♧ 처음처럼님도 밧줄에 매달리고 ♧
한 줄에 한사람씩 매달려 다 올라가고 이어서 다른 사람이 올라가야 하는데 하얀구름님이 오르는 것을 보
고 자극을 받았는지 처음처럼님이 용감무쌍하게 오릅니다.
위에 있는 하얀구름님은 뒤에서 밧줄을 당기니까 팽팽해진 밧줄 때문에 꼼짝달싹도 못하고 바위에 찰싹 달
라 붙어 있습니다.
뒤돌아보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연방'밧줄 놔, 밧줄 놔' 하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밧줄 하나에 세 사람이 매달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오르면 위험하지요. 한사람이 완전히
다 오르고 나면 또 한사람이 올라가야 합니다.
사진에 보기에는 잘 오르는 것처럼 보이나 처음처럼님이 옆에서 오르던 남자분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을 집어먹었나 봅니다.
안 되겠다 안 되겠다 하면서 돌아가자(우회)며 다시 뒤로 내려오려고 합니다.
▲ <처음처럼님이 주춤하며 뒤로 내려오려고 하자 >
▲ <괜찮다며 처음처럼님의 엉덩이를 받쳐주는 원하는사람님>
♧ 다급해지자 원하는사람님이 쫓아 올라가고 ♧
그러자 원하는사람님이 재빨리 올라가서 뒤를 받쳐주면서 괜찮으니 올라가라고 격려를 합니다. (원하는사람
님과 처음처럼님은 부부입니다)
이 부부까지 밧줄 하나에 세 사람이 매달리자 밧줄이 더욱 팽팽해져서 하얀구름님이 오도가도 못하고 바위
에 찰싹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재빨리 같이 간 사람(강냉이님)보고 빨리 올라가 보라고 했지요. 이 강냉이님은 암벽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위(리찌)를 좀 타본 사람입니다.
강냉이님이 뒤에 따라 붙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지 하얀구름님이 다시 오르기 시작
합니다.
무사히 하얀구름님이 올랐는 것을 보고 저도 막 급히 올랐습니다. 오르고 있는 처음처럼님과 원하는사람님
사진을 찍어주려고 올랐는데 한가하게 사진을 찍어줄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 슬라이브 구간은 처음에서 중간 위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으나 8부 9부쯤이 다 올라와서 거의 직각으로 1
미터 좀 넘게 되어 있어 이곳을 힘차게 차 올려야하는데 말처럼 그리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발 디디는데도 미끄럽고 마땅치 않는데 그만 이 구간에서 처음처럼님이 얼굴이 하예지더니 더 이상 올라오지
를 못하고 매달려 있습니다.
뒤에서 엉덩이를 힘들게 받치고 있는 원하는사람님의 표정도 심상치 않습니다.
디카를 꺼내다 말고 얼른 도로 집어넣고는 팔을 뻗으려고 해보지만 닿지도 않습니다. 혼자 힘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행이 혼신의 힘을 쏟아서 올라오기는 했지만 잠시나마 가슴을 쓸어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 <암벽을 타다 죽다 살아났네. 다시는 오나봐라>
♧ 어떻게 올라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
올라오느라고 힘을 쏟아서 맥도 풀리고 긴장도 풀려서 세 사람이 올라오자마자 털썩 주저 앉아있습니다. 모두
들 어떻게 올라왔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놀람과 일순간의 긴장이 지나고 나니까 무사히 올라왔다는 안도감이 기쁨의 환한 너털웃음을 터뜨리게 합니다.
사실은 저도 조금 쫄았는데 여자님들이 무서워 할까봐 안 무서운 척 했지요.
일단 여기만 오르고 나면 369봉까지는 다 올라온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한고비는 무사히 넘겼는데 바로
위에 직각으로 된 임꺽정봉이 기다리고 있지요. 높지는 않으나 앞에 서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봉우리입니다.
▲ <이까지 꺼야 누워서 떡 먹기지>
▲ <이 정도쯤이야 세발의 피지>
▲ <멋지게 오르는 강냉이님>
♧ 369봉을 향해서 ♧
잠시 웃음으로 긴장을 풀고 369봉을 향해서 다시 오릅니다. 경사가 긴 슬램구간을 올라와서인지 짧은 구간은
웃으면서 올라옵니다..
아래에 있는 밧줄바위를 워낙 힘들게 오른 탓인지 다들 가볍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처음처럼님이 보디가드(원하는사람님)와 함께 먼저 오르고,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는 하얀구름님이 오릅니다.
마지막에 강냉이님이 나비처럼 사뿐히 가뿐하게 날아오릅니다.
▲ <강냉이님 / 임꺽정 바위를 배경으로>
▲ <원하는사람님과 처음처럼님 / 369봉에서>
♧ 369봉에서 ♧
임꺽정봉을 앞에 두고 힘도 비축할 겸 잠시 쉬어 가려고 하니까 불어도 불어도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붑니다. 바
람을 피할 때도 없는데 도저히 서 있을 수도 앉아있을 수도 없습니다.
계절의 여신님이 비를 주지 않는 대신 바람을 보내 주셨나봅니다. 그나마 비까지 안 오는 것을 다행으로 여
기고 임꺽정봉을 향해서 앞으로 나갑니다.
▲ <줄 두 개중에 왼쪽에>
▲ <걸쳐있는 줄로 오르는 중>
♧ 임꺽정봉을 오르며 ♧
임꺽정봉 아래에 섰습니다. 저는 사실 밧줄아래의 슬램구간보다 이 임꺽정 바위가 더 공포감이 밀려왔습니
다. 바위 중앙에 있는 오른쪽의 줄로 올라가면은 나을 것 같은데 다들 왼쪽 줄이 낫다고 합니다.
오른쪽에 줄이 있는 곳은 거의 90도에 가까운 수직이기는 하나 발 디디는 데가 많고 왼쪽에 있는 줄은 경사가
조금 덜 하나 아래로는 낭떠러지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만 혹여 줄이라도 놓치면 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왼쪽에 있는 줄이 50센지 마다 중간중간에 매듭이 있어서 손을 잡기에 좋다며 강력히 자기의 의견을 개진
하던 하얀구름님이 이미 밧줄을 잡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어째 하얀구름님은 남자인 저보다 더 용감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
물쭈물 하고 있었거든요.
에라, 모르겠다. 하얀구름님의 뒤를 이어서 저도 뒤도 안 돌아보고 올랐습니다. 무서울 때는 빠르게 오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오르면서 팔을 찧으며 올랐더니 팔꿈치고 아픕니다.
다들 임꺽정봉까지 무사히 올라 왔습니다.
이제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지요. 상투봉, 상봉 능선길을 타며 경치만 즐기면 되는데 그 놈의 바람이 눈도
못 뜨게 불어댑니다.
▲ <임꺽정봉의 유래 안내문>
▲ <임꺽정봉에서 바라본 369봉 >
▲ <임꺽정봉에서 바라본 상봉>
♧ 임꺽정봉에서 ♧
이 지방에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임꺽정은 조선시대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으로 명종 때 약 3
년간에 걸쳐 황해도를 중심으로 평안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까지 활동했던 도적집단의 우두머리로서 임
꺽정의 태생지 전설 등 임꺽정과 관련된 많은 일화가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둘레 길로 우회하지 않고 능선길을 타는 것은 경치가 좋기 때문이지요. 한 봉 한 봉 오를수록 사람 사는 곳
은 낮아지며 경치는 점점 더 아름다워집니다.
임꺽정봉에 올라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군부대 초소도 보이고 저수지도 보이고 가장 올라오는데 힘들었
던 밧줄바위도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바람이 한가롭게 구경을 하도록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올라가야 할 상투봉과 상봉을 바라봅니다. 저 끝까지만 가면은 정상입니다. 거기서부터 양주시청 주차
장까지 2.4킬로인데 내내 내리막길입니다.
▲ <이정표가 잘 되어 있습니다>
♧ 상투봉으로 가는 길 ♧
아쉽게도 그만 사진은 여기서부터 찍지를 못했습니다. 지난 구정 때 삼각산 백운봉에 올랐을 때처럼 밧데리가
다 되었습니다.
파란불이 들어오도록 충전을 가득해 가지고 왔는데 밧데리도 늙어 가는 사람처럼 늙었나봅니다.
날씨가 쌀쌀한 탓도 있지만 2년을 썼더니 기능이 삼분의 일로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같이 간 강냉이님도 가
득 충전을 해 가지고 왔다는데 그 디카로 찍은 사진은 한 장도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여유분의 밧데리도 충전을 해 가지고 올걸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돌아보는 후회란 언제나 늦는 법이지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봉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곡산 최고봉을 알리는 상봉표말을 잡아보지도 못
하고 지났습니다. 참고로 바위로 된 상투봉의 능선길이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정말 바람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바람을 등지고 갔지만 맞바람을 맞으며 양주시청쪽에서 오는 사람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람을 두고 원망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바람은 지금 보이지도 않는 자기의 실체를 보여주려고 심술을 잔뜩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임꺽정봉 옆에서 한 번, 상봉을 지나서 내려오는 길에 또 한 번 토스트와, 라면과 밥
그리고 술 한잔? 까지 덤으로 마시며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최고봉인 상봉에서 양주시청 주차장까지는 내려가는데도 좀 지루했는데 불곡산을 가시면은 우리처럼 대교아파
트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밧줄타는 재미도 있고 덜 지루할 것 같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