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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참 평화를!
□ 7월 2일 열린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장 장익 주교)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6월 27일 임시총회 결과를 보고 받았다.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제주교구와 연대하기 위해 정의평화위원회의 성명서 발표가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으며, 이에 정평위에서 마련한 성명서(안)를 검토하고 승인하였다.
□ 주교회의 상임위원회가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발표를 승인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우려가 비단 제주교구만의 몫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관심사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참 평화를!
제주 해군기지 신설과 관련된 찬반 논쟁과 주민 갈등으로 인한 혼란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제주도 해군기지 신설을 재고해 달라는 다음과 같은 제주교구의 입장을 지지한다.
첫째, 한반도의 안보는 모든 이가 힘을 모아 지켜 나갈 소중한 가치이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가톨릭 교회 교리서」2315항)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긴장은 군비 증강이나 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서 풀어갈 수 있으며, 진정한 평화는 힘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요한 바오로 2세, 2002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9항 참조).
둘째,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역사의 아픔을 딛고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도는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상징적인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북아 군비 증강과 군사적 긴장의 완충 지대가 되어야 할 평화의 섬 제주도에 대규모의 군사기지를 신설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순이다.
셋째, 해군기지 신설은 제주도가 지닌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 특히, 그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과 인접해 있고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군사기지가 제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추진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마지막 청정 지역의 치명적인 파괴와 어민의 심각한 생존권 위협은 불가피하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제주교구와 연대하며, 혼란과 갈등에 빠져 있는 제주도민들이 이번 해군기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가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이번 일로 서로 대립했던 주민들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하여 제주도를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 가기를 기도한다.
2007년 7월 3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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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2011.9.15.)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07년 7월 성명서를 발표하여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을 방문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제주의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에서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뜻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7년에 걸쳐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무고한 서민 3만여 명의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된 4.3사태라는 슬픈 기억과 아픔이 있는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제주가 더 이상 무력으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지역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3만여 명이 피를 흘려 이룩한 평화의 땅 제주를 군사기지로 만드는 일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가 평화로운 관광지에서 동북아의 새로운 군사적 긴장의 전초기지로 변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단순히 국가 안보상 필요한 국책사업에 대해 비현실적인 평화주의를 내세운다고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남방해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해양패권 다툼을 하는 현실에서 제주에 건설되는 해군기지가 우리나라의 안보에 필요한 역할보다는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 함정의 전초기지로 변질되어 군사적 긴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최소한의 안보를 위한 대비는 필요하겠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은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평화적인 대화와 상호 협력의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주는 유네스코에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아름다운 자연유산입니다. 특히 연산호 군락지, 구럼비 바위 등이 있는 강정마을은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 번 파괴되고 바닷가가 매립되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제주는 우리 시대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할 소중한 자연 유산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제주가 참된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길이 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방부, 국회는 해군기지건설 사업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께서 수많은 백성 사이의 시비를 가리시고 멀리 떨어진 강한 민족들의 잘잘못을 밝혀 주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미카 4,3). 군비 생산과 경쟁으로 평화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허구요 위선입니다.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상실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아픈 기억과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년 9월 15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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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수도자 선언 (2011.10.10)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공사강행 즉각 중단!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사제․수도자 선언
1. 생명의 하느님, 평화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신앙의 이름으로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 이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결정이고, 나아가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애호하는 대다수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2. 우선 제주의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켜야겠다고 하면서 제주 최고의 청정해역을 망쳐가며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이유부터 묻고 싶다. 한편으로 제주를 유네스코에 등록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라고 자랑하고 게다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국제적인 홍보전을 펼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규모 군함 정박지 건설을 위해 천혜의 구럼비 바위를 폭약으로 부수고 콘크리트를 부어 제방을 쌓으려고 하니 이는 우리 시대의 탐욕과 무지가 빚어낸 무서운 죄가 아닐 수 없다.
3. 우리가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해군기지 선정 과정의 불법과 비민주성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2007년 8월 20일 ‘해군기지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하여 94%인 680명이 유치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해군과 제주도는 공사를 강행하였고 주민들의 반대를 물리력으로 탄압하였다.
4.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해양영토를 보호하며, 남방 해상교통로와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간의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기반은 군사기지나 무기 따위가 아니라 공존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외교역량과 정치적, 경제적 수준에 달려 있다. 이는 세계사가 무수히 입증하는 바다.
제주해군기지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동북아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군기지로 전락할 것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남중국해 일원과 센카쿠 열도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제주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5.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청동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어 국회와 문화재청이 공사 중단을 권고하였는데 해군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발파작업을 강행하였다. 시일을 다투는 일도 아닌데 속도전을 감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경찰이 보여준 폭력적인 공권력 행사는 ‘4 ․ 3사건’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끔찍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폭력적인 진압과 연행, 구금 사태를 반복할 경우 우리는 더욱 강력한 불복종운동으로 이에 맞설 것을 천명한다.
6. 오늘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수호하라는 그리스도 복음의 요구에 따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를 발족하였고 3711명의 사제․수도자들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요구한다.
우리의 선언과 요구
하나.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한다! 둘.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해군기지 선정의 불법성에 대하여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셋. 해군은 문화재청의 권고대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투명한 문화재 발굴조사에 적극 협조하라! 넷.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일체의 예산을 삭감하라! 다섯. 정부는 제2의 4 ․ 3을 우려하는 제주도민들의 상처를 기억하고 그간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사죄하라! 여섯. 정부는 지금까지의 공사로 심각하게 파괴된 자연환경의 복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2011년 10월 31일
한국 천주교 전국 3개 대교구 ․ 12개 교구 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안동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의정부교구사제연대 / 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전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제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춘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33개 수도회 / 한국남자수도회 ․ 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9개 수도회 / 사제 ․ 수도자(남․여) 총 3711명 / 사제 1043명 / 수도자(여) 2661명 / 수도자(남) 274명 사제, 수도자 총 3,711명 서명 |
※ 별첨 1
제주도내 일본군 군사유적의 역사적 의미
동북아역사재단
우리의 한국사 상식은 1885년 영국과 러시아가 거문도를 둘러싸고 군사기지 확보를 위한 쟁탈전을 벌인 것으로 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개항시기 일본신문에 게재된 제주도 관련 기사를 보면, 러시아의 제주도 군사기지 확보를 위한 노력에 일본이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겉으로는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하면서 1884년 조선과 수호조약을 체결한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오히려 러시아나 일본이 군사기지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제주도였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전한 후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독립하게 되는데, 당시 한반도 및 부속도서를 돌려줄 때 ‘거문도 및 제주도까지 돌려준다.’고 명시한 것을 보면, 일본은 구한말로부터 언젠가는 확보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로 제주도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제주도에 대한 야욕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제주에 군사기지를 건설한 데서 현실로 드러났다. 또한 1945년 패망을 앞두고 일본 본토의 수호를 위해 제주도에 7만에 가까운 병력을 배치하여 옥쇄玉碎작전을 구상하고, 온 섬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일본의 제주도 군사기지화 실천은 해방 후 미국과 중국(국민당)의 구상으로 이어졌다. 1945년 9월 미군 무장해제팀이 제주도에 직접 내려와 일본군 군사시설을 완전 파괴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봉쇄하는 한편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고자 하였다. 그것은 미국이 제주도를 군사기지로서 높게 가치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이승만이 1948년 3월말 드래퍼 미 육군성 차관에게 “제주도에 미군의 영구 군사기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발전해 갔다. 더욱이 1949년 중공군으로부터 격퇴를 당해 패망 직전에 있던 장개석 국민당 총통 역시 제주에 공군과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와 접촉했던 사실도 확인된다.
결국 19세기 말 이래 러시아와 중국(대륙세력), 미국과 일본(해양세력) 모두가 제주도를 자신들의 군사적 거점으로 삼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제주도는 언제든지 미·중·러·일 동북아 4강의 군사각축장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시도는 이런 역사적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제주도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 대한 가치를 군사적으로만 보았을 때 제주도는 동북아의 폭약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12월 20일자 자유신문에는 매우 의미 있는 기사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어 현재의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일제 때 만든 군사기지를 돌아보며 현대의 군사기지를 만드는 데는 장구한 시일이 필요치 않음을 생각할 때 문제는 현재에 있지 않고 오직 장래에 있구나 한다. 만일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자주독립국가를 하루빨리 건설해 이곳의 자랑할 풍물을 가지고 ‘세계의 관광지’로 만들지 않으면 미친 개 눈에는 똥덩이만 보이는 격으로 호전好戰하는 무리의 눈에는 요새로만 보이기 쉬운 까닭이다.”
아직까지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일본군 군사유적이 얼마나 되며, 그 구체적인 실태가 어떤지에 관해서 잘 알려진 바 없다. 더욱이 제주도내 주둔 일본군의 실태, 군사시설의 구축 과정, 제주 주둔 일본군과 강제 동원되었던 제주도민과의 관계, 제주도의 전략적 가치, 제주도에서의 일본군의 ‘본토 결전’ 준비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제주도내 일제 군사시설은 제주도내 대학 연구소와 언론기관의 현지 조사와 일본학자의 자료 발굴 등으로 그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일제가 일본 본토를 지켜내기 위해 제주도민을 볼모로 삼아 옥쇄玉碎하겠다고 했던 결決7호 작전의 결과물이다. 또한 제주도민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노역을 했던 피와 땀이 어린 역사적 현장이다. 일제의 전쟁 유산이라고 해서 무시해 버려서는 안 될 역사 교훈의 현장인 것이다.
제주도에 산재한 수많은 일제하 전적지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과거 전쟁의 실상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평화운동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군 군사시설은 제주도를 찾는 이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군사 유적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가 일본군 전적지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과거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군사 유적에 대한 역사적 성격 규명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평화 교육의 자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제주도내 일본군 군사유적을 보존하고 평화교육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도내 공공기관에서는 모슬포 일대를 중심으로 한 군사유적 정비 및 관광자원화 계획, ‘제주대평화공원’ 조성사업 등을 구상하여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군사유적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평화교육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군이 당시에 제주도를 무대로 어떻게 전쟁을 준비했으며, 현지 주민들을 어떻게 동원하여 강제로 노동을 시켰으며, 그 결과 제주도의 자연이 얼마나 훼손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을 겪었는지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제주도민들과 제주를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일 학자 간의 공동 조사가 실시되었으면 한다. 양측은 서로 문헌자료의 부족(한국 측)과 구술자료의 부족(일본 측)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 조사 연구를 통해 과거사 청산에 대한 동아시아의 역사 연대의식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05년 1월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왜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각 분야별로 평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의 평화 개념은 ① 경관(자연, 환경)과 평화 ② 역사 문화적 자치공동체로서 섬과 지역의 평화, 곧 자치와 평화 ③ 4·3과 평화, 곧 집단학살의 경험과 평화 ④ 군사적 요충지로서 평화, 곧 전쟁과 평화 ⑤ 정상회담지로서 평화, 곧 외교와 평화, ⑥ 해군기지 건설과 평화, 곧 군사력과 평화 등으로 크게 나누어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외교안보에 중점을 둔 평화연구원과 집단학살과 인권(현대사)에 중점을 4·3평화공원 및 4·3평화 기념관이 공존하고 있다. 향후 제주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과거 전쟁 요충지역을 둘러싼 ‘평화’ 개념에 대한 학술적 검토 분석 및 사회적·국제적 합의 과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 평화벨트 국제학술대회에서 도진순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에는 일반적으로 타국의 유적이 많으며, 또한 전쟁요충지는 대부분 평화 시 타국과의 교류와 협력의 가교이자 현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동북아가 역사평화벨트로 서로 연결되어 기억 기념된다면 전쟁 유적지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평화의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동북아 평화벨트(지대) 구축에서 제주도의 역할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 서울정의평화위원회 / 제1회 사회교리주간 교육자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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