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화 영길이의 부상
우리들의 ‘진흙경단 전쟁’은 피를 보지 않고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남북의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일본에서의 전쟁은 미군기의 공습이 대부분이었지만, 여기는 지상전이다. 군용트럭에는 무기와 탄약 같은 것이 가득 실려 있었다. 도로가 포장되어있지 않은 곳은 울퉁불퉁해 트럭이 몹시 흔들렸다. 그 때문에 트럭 뒤에 실은 짐의 일부가 짐칸에서 떨어지고 만다. 결국 아이들도 진짜 총탄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정태의 사건은 이런 환경이 만들어낸 한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 특히 사내아이들은 이런 총탄 같은 것을 몹시 좋아했다. 실제로 어렵지 않게 수류탄을 줍거나 기관총 탄약 같은 것이 아이들의 손에 들어왔다. 총탄은 분해해 화약을 꺼냈다. 그걸 태우는 것이 목적이다. 얇은 막대 모양의 화약이 나오면 그 화약을 여러 개 연결해서 개구리의 엉덩이에 끝을 꽂아 넣고 불을 붙였다. 당연히 개구리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아이들이 이렇게 잔혹해져 갔다.
수류탄을 자전거의 발전기로 잘못 알고 주운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런 것은 당연히 어른들에게 빼앗겼고, 다이너마이트를 발견해 그것을 저수지에서 터뜨려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까지 나왔다. 그런 위험이 일상적이었다.
영길이도 비극에 휘말린 아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 전차에 치고 만 것이다. 전차는 여러 대가 열을 지어 달려온다. 도로는 포장되어 있지 않아서 맑은 날에는 흙먼지가 피어났다. 전차 행렬이 어디서 끝나는지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른들도 전차에 치는 사고가 있어 이런 도로를 건널 때에는 몹시 주의를 하라는 어른들의 엄한 당부가 있었다. 그런데도 영길이는 급하게 서둘렀던 모양으로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갔던 것 같다.
흙먼지 속에 갑자기 전차의 커다란 차제가 나타났고, 거기 부딪혀 영길이의 몸은 멀리 날아가 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논에는 물이 차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고가 큰 것에 비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지고 말았다. 그의 집 사정으로는 병원에 가지도 못했다. 우리가 사고 소식을 듣고 영길이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영길이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그의 어머니가 울부짖고 계셨다.
“아이고―! 어쩌다 우리 영길이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냐… 아이고―!”
우리가 말을 걸어도 영길이의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다.
“영길아,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고 있어.”
용대는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해수야, 우리 집으로 가자. 영길이한테 만들어줘야 될 것이 있어. 너도 좀 도와줘라.”
“알았어.”
우리는 곧바로 용대의 집으로 향했다. 용대는 손재주가 좋았다. 창고에서 쓸만한 판자와 연장 상자를 꺼내서 영길이 다리에 덧댈 부목 길이에 맞게 판자를 자르기 시작했다.
“제기랄, 제기랄”
톱질을 하면서 용대는 계속 중얼거렸다.
“왜 그 자식이 이런 꼴을 당해야하냐고. 바보 같은 어른들.”
용대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영길이는 둘도 없는 친구들이 만든 부목을 다리에 덧대고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용대는 영길이에게 목발까지 만들어주었다.
“그 자식이 걸을 수 있게 되려면 앞으로는 이런 목발이 필요할거야.”
용대가 만들어준 목발은 그 후 영길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영길이는 평생 오른쪽 다리를 땅에 끌며 걸어야 하는 인생이 되고 말았다.
*제23화로 이동
첫댓글 용대는 해수에게 자기집에 가서 영길에게 줄 무언가를 만들자고 했으니, 흐름상 제기랄 제기랄 하면서 톱질을 하는것은 용대나 해수가 해야하는데, 영길이 하고 있네요.
뒷문장을 보았을때도 그렇게 추측되는데,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나 싶네요. 한번 더 검토해보시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22 21:51
"쑥떡" 하고 말씀하셔도 "찰떡" 하고 알아들었는데요.. ㅎㅎㅎ
ㅋㅋ
잘 읽었어요. 전쟁속 아이들의 생활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짐작은 됩니다. 특히 오발사고가 어디서든 많은가보더군요. 그외 더 끔찍한 일들을 더 많이 겪겠지만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