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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다는 주지적인 시법으로 시적대상 접근 |
한국현대시인작품상 수상 김해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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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테지요/
종일 생각에 지치면 무기력해져 의기소침하고 그래도 행복해 하는/
점을 찍어도 데그르르 굴러 봐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태어난 시간이 달라도 함께 함으로 기쁨이 더해요/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더 편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테지요/
뜬구름 잡는 흐린 날엔 구름이 비를 감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수없이 하나가 되는/
둘레를 돌아도 지름길로 뛰어 봐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마른날도 축축한 날도 건망증만 더해요/
같은 동그라미 안에서 너와 나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테지요/
반세기를 없고 무겁지 않다하고 보폭이 짧아 오래 기다리면서도 가슴 내어주는/
적도에서 만나고 지구중심에서 헤어져도 시작이고 끝인 것을 주검으로 가는 시간이 달라 두려움만 더해요./(김해빈 시집 '원은 시작과 끝이다'에서)
시집 '원은 시작과 끝이다'로 현대시인작품상을 받은 김해빈 시인은 경남 창녕출생으로 '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수상소감을 묻자 그는 "지루한 더위를 따가운 매미소리에 떠나보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느새 성근 가을 속으로 접어 든다/ 멀리 황금 들판을 바라다보면/ 출렁이는 풍요로움에 가슴 벅찬 희열을 맛볼 때가 있다/ 계절과 나의 존재만으로 완전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어떤 언어로 그 순간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느낌이 최상의 시인 것을..."이라고 답변하였다. 천상 시인인 것이다. 만만치 않는 이 길에 갈수록 고개 숙여진다며 수상 소감의 변을 밝혔다.
심사를 맡았던 신규호 손해일 김용오씨는 "김해빈 시인은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성과 속, 너와 나를 상대적인 분리와 차별보다는 역동적인 차이로 인식하고 '같은 동그라미 안에서'라고 표현한다.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원'은 무형의 근원에 대한 은유라고도 볼 수 있고 삶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만큼 서정보다는 주지적인 시법으로 시적대상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평 하였다.
이 경 기자
첫댓글 시인 아닌 이를 위로하는 듯한 수상소감에 경의를 '느낍니다'~^^
다시 한번 축하 합니다.
축하드려요. 글잘쓰시는 분이 제일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