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44.
깨꽃
단물을 머금고 깨꽃이 피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고작 136,
맨 앞자리에 앉았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돌아보면 모두 내 뒤에 있었다
급장의 위력은 대단했다.
끝종, 소리에 맞춰 일제히 줄을 섰다
네모 반듯한 건빵 포대가 교실로 들어오고
하얀 광목 포대 위에는 검정색 투박한 USA
구호물자 글씨가 선명했다
급장의 지시를 받고 주번들 손놀림이 빨라졌다
형아 오기를 기다리는 동생들은
방천 구슬나무 밑에서 바람처럼 서성거렸다.
학교 종처럼 생긴 깨꽃이 떼로 흔들거리는 하교길
가방 안에는 건빵이 가득했지만
우리는 깨꽃을 빨았다
빨아도, 빨아도 배부르지 않던 깨꽃만 빨았다.
첫댓글 이것 저것 많이도 심었네, 가믐에 물은 잘 주엇나바 정성이 보여요
깻잎 따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