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악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송강호 씨의 배역에서‘밥은 먹고 다니냐’란 대사 한마디는 괜스레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어머니’란 단어에 눈물이 배어 있듯이‘밥’이란 단어는‘정’을 안고 태어난 것 같습니다.
요즘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무상급식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표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간에도 우리의 아이들이‘밥’을 굶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밥’을 굶는 우리 아이들의 실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결식아동 정의:결식아동은1일1회 이상 끼니를 거르는18세 미만의 자를 의미하며 초등학교 입학 전후를 기준으로 학령전 아동과 학령기 아동(학생)으로 구분
결식아동은 소년․소녀가장이거나 생계유지형 맞벌이 부부,건강 이상 등으로 자녀들을 돌볼 틈이 없는 저소득 가정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보호자가 있더라도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가출 등으로 생활능력이 없는 결손가정인 경우도 많습니다.
결식아동에 대해 일반인들은쌀이 없어 밥을 굶는 아이들이라고만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식아동은 밥을 굶는 아동이라기보다 아동으로서 누려야할 보호받을 권리가 박탈된 아동이라고 해야 더 적절합니다.유엔 아동권리선언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하면 아동은 폭력이나 공포,학대나 방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므로 결식아동에 대한 정의는 부모나 사회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는 가족환경을 가진 아동으로 보아야지 식사거리가 없어 밥을 굶는 아동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결식아동 실태
밥을 굶는 아이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89년부터 중식지원 시작 첫해8,546명이 그 대상
▶98년에 대상자가 차츰 늘기 시작하여13만9,280명으로 급증
▶▶2001년 지원대상학생이16만4,000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중식 지원을 시작한 이후11년 만에20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따라서 아동급식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은 먹을 쌀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빈곤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늘어나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없는 환경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식아동 사례
서울 구로동에 사는 영식(11)과 영민(9)형제는 병원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가 밤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제때에 끼니를 챙기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갖다 준 쌀자루는 뜯어지지도 않은 채 부엌 한구석에 처박혀 있고 동생 영민이가 배고프다고 보챌 때마다 영식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끓여 컵라면을 주는 게 고작입니다.
때로는 둘이서 생라면을 씹어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가 있지만 저소득 계층의 부모가 일하느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전달체계의 미비로 밥을 굶는 아이도 있고,아이들 끼니 해결을 위해 지원된 돈을 부모가 다른 쪽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도 있어 결식아동은 쉽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서 방학 때면 급식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소개 했듯이 결식아동은 학기 중보다 방학 중에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많이 처하게 됩니다.
방학 중 결식아동 사례
배고픈 방학이 싫어요!
한창 성장기인 초등학교6학년 기민(가명․서울 난곡동)군.
수년 전 부모님의 이혼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기민이는 방학이 시작되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경기도 양평의 한 건설현장에 다니는 아버지가 출퇴근이 힘들어2~3일 걸러 집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아버지가 집을 나서면서 전기밥통에 해놓은 밥이 떨어지면 기민이는 그냥 무덥고 비좁은 단칸방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물론 밥 먹을 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학교에서 방학 중에 식사 하라며 나눠준 동네지정 분식점과 중국집의 식권이 있기 때문입니다.그렇지만 유난히 내성적이고 자존심 강한 기민이는 공짜 밥을 먹는 게 굶는 것보다 싫습니다.더군다나 지난 겨울방학 때 자신과 같은 처지인 한 친구가 중국집에서 밥을 먹다가 같은 반 급우들에게 들켜 왕따 당하는 것을 본 뒤부터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방학중 결식아동을 위해 식권이나 쌀을 나눠주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관이나 민간 사회단체에서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하고 있으나 인력․예산사정으로 인해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식으로 결식아동에게 급식지원이되고 있는지지원 방식에문제는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관부처 이원화
현재 급식 지원체계는 교육 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 되어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89년부터 점심을 지급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복지부가 저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이는 교육부는 복지부에서 국민기초생활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복지부는 결국 통합으로 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시행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혹여 형평성이나 일관성을 잃어 결식아동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선정기준
급식 지원사업은 방학 및 공휴일까지 확대 실시되고 있습니다.애초 중식 지원사업은 학기 중 학교에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상이었으나 학교급식이 활성화되면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까지 지원하면서 예산과 지원대상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는 빈곤아동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따라서 빈곤아동들이 지원받지 못하는 등 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원방법
방학 중에는 결식아동에게 상품권이나 카드형식으로 급식을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식아동의 가족이 지원받은 상품권을 현금화해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 실질적인 급식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면이 있고,일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급식소․식당이용도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로는 결식아동들에 대한 신원이 노출돼 성장기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결식아동 밥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
급식서비스를 받은 결식아동937명을 대상으로 한 한 민간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결식아동은 결식으로 인한 영양부족이나 신체발육부진 보다는 산만함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고70%정도의 아동이 부모가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부모의 문제 중에서도 부모가 무능하여 불화가 심하고 가정폭력을 행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러한 조사 결과는 결식아동의 문제가 아동의 심리,사회,정서적 문제와 연계되어 있으며 또한 가족의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점점 늘어만 가는 결식아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정확한 결식아동 실태파악
보건 복지부는정확한현장실태파악을통해결식아동과지원기관,지원방법을파악한뒤정부차원의예산지원등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식아동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루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연명하는 최극빈층은 세계 인구의20%인12억명에 이릅니다.
그 중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이런 빈곤층이2100만 인구의 절반을 넘습니다.
★해외의 사례-아프리카 우간다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사는 아포시 라크웨뭬(16)는 본드 냄새를 맡고서 몽롱한 채 읊조립니다.“난 다른 세상을 꿈꿔요.거기선 가난하지 않지요.”
그는 자신을 가장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빼빼 마른 몸에 찢어진 티셔츠와 청바지만을 걸치고 지내는 그가 밤 거리 추위와 배고픔을 잊는 건 카드놀이를 하거나 본드 냄새를 맡을 때뿐입니다.“나보다 가난한 이는 없을 겁니다.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요.”어려서 부모를 잃고 집도 없는 그는 구걸도 하고 빼앗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넘깁니다.
이 모습은 아프리카에서 전형적인 빈곤의 풍경이지 우간다 만의 풍경이 아닙니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수천 명의 아이들이 거리를 떠돌며 끼니를 챙기지 못합니다.
또한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가혹한 노동현장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세계10~14살 어린이의11.3%가 고용되어 정당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굶주리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남미
남미 에콰도르의 에스테반 메넨데즈(10)는 바나나 농장에서 하루 종일 바나나를 따고 꾸러미로 묶는 일을 하지만 그가 쥐는 돈은 고작 하루에3달러입니다. 10살인 그가 번돈으로 그의 가족은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결식아동의 문제를 끼니를 거르는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동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피상화하여 문제의 근본적 본질을 왜곡시킵니다.
결식 아동 문제는 밥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적응과 성장의 문제 그리고 가족 나아가 사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