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와 멘토링
학습·양육 균형, 멘토가 잡는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3중의 장애를 갖고 있던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의 도움으로 눈물겨운 도전의 과정을 거쳐 세상을 향하여 자신을 열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위대한 여성이 되었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모델을 일반 학교와 교회학교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의 인간을 온전한 존재로 키워낸 설리번의 교수법은 오늘날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승과 제자가 일대일 관계를 형성, 양육을 추구하는 교수법을 오늘날에는 멘토링이라 부른다.
멘토링이란 용어는 본래 희랍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오디세이가 트로이로 전쟁을 나가기 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멘토에게 자신의 아들 교육을 부탁했다. 멘토는 오디세이의 아들을 선생, 친구 그리고 부모처럼 키웠다. 10년이 넘어서야 오디세이는 다시 돌아왔고, 그때 자신의 아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멘토라는 이름은 '훌륭한 선생'으로 쓰이게 되었고, 멘토링이라는 말은 바로 멘토가 오디세이의 아들에게 한 그 교육의 모습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처럼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혹은 프로테제)가 단순히 지식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멘티의 양육에 초점을 맞춰 멘토가 멘티의 성숙을 종합적으로 돕는 양육법이다. 스승과 제자의 일대일 관계는 오랜 옛날부터 이상적인 교육법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첨단지식이 대량으로 전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이 같은 교수법은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영적 성숙 돕기 위한 종합적 노력
그러나 최근 들어 일대일 교수법의 가치가 멘토링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교수법은 성장의 한계에 달해 퇴보하고 있는 한국교회 교회학교를 위해서도 새로운 성장모델로 다가오고 있다. 멘토링의 장점은 현재 교회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놓고 볼 때 보다 더 확연해진다.
기존 교회학교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공과학습만을 중심으로 한 지식전달의 체제를 벗어나, 양육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교회학교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교회 교회학교들은 대부분 주일 오전 예배와 공과학습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예배를 드린 후 6, 7명을 분반으로 공과학습을 진행하는 것. 총회(예장 통합) 교육부에서 만든 교육백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교회학교들은 공과학습을 위해 30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간은 가르치고 배우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공과교재는 적어도 50분 이상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것을 요구하지만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은 독립된 장소에서 50분 이상을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공과학습 시간은 지식을 전달하기에도 불충분한 시간이라는 것. 학생 의 출석을 부르고 그간의 있었던 일을 확인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라는 것이 교회학교 교사들의 주장이다. 물론 주중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이 만날 수 있으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역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바쁜 것이 오늘날 교회학교의 현실이다.
이렇게 분주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기 마련이다. 지식전달에 치우쳐 가장 중요한 학생의 양육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바로 오늘날의 교회학교의 모습이다.
전달된 지식이 삶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함으로 영혼의 성장을 돕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교사가 가르쳐주는 성경의 지식만을 기계적으로 암기한 학생들은 시련이나 갈등상황에서 쉽게 교회에서 떨어져 나가고 만다.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 일부 교회학교에서는 지식 전달 일변도의 구조에서 벗어날 것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장은 물론 교회학교의 성장조차 어려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공과학습의 중요성 역시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지식의 전달과 양육을 병행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멘토링을 교회학교에 도입해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회학교가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종암교회(류종상 목사 시무), 예전교회(박건 목사 시무) 등 몇몇 교회학교에서 학습과 양육을 병행한 교회학교 시스템을 마련했다.
양육 위한 멘토링 도입 증가
종암교회 류종상 목사는 "영적인 성장을 우선하는 멘토링이 교회학교에 도입될 때, 학생들 개개인의 영적인 성장은 물론 침체의 늪에 빠진 교회학교 역시 성장의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며 "학습과정과 멘토링을 분리해 실시함으로 인해 교회학교의 질적, 양적 성장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류 목사는 "멘토링을 도입하려면 담임 목회자와 담당 교역자가 먼저 관심을 갖고, 일단 시작한 다음에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진행해나가야 한다"면서 "학습과 양육의 분리라는 색다른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정착이 된 지금 학생과 교사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류 목사는 종암교회의 사례를 설명하며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고민하고 있는 교회학교라면 멘토링의 도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멘토링 활용 사례
최근 교회학교 현장에 멘토링을 도입하고 있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학습 위주의 기존의 신앙교육방법론을 멘토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멘토링은 '멘토'가 아닌 '멘티' 즉 배우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방법이라는 점에서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지도를 교육의 방법으로 삼은 기존의 교육방법론의 변화를 의미한다.
서울북노회 종암교회(류종상 목사 시무)는 교회학교는 물론 교회 전반에 멘토링을 도입한 교회.
류 목사는 "대부분의 교회학교들은 성경에 관한 내용을 단순히 주입하는데 그치거나 또는 신앙교육 방법론으로는 너무나 어려운 제자훈련을 고수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서 "멘토링은 기존의 신앙교육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멘토링의 장점을 전하고 있다.
주입식 한계 극복을 위한 노력
종암교회 교회학교의 경우 멘토링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교회학교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우선 기존에 이뤄지던 소(小)그룹 단위의 공과공부 체계를 중(中)그룹 단위로 바꾸고, 중(中)그룹 단위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다시 소(小)그룹 단위로 나누어 멘토로부터 양육을 받게 했다.
중(中)그룹 단위에서는 프로젝트 혹은 OHP를 이용한 영상물을 통해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게 했다.
한두 명의 교사가 30∼40명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 체제로 바꾼 것이다. 중(中)그룹에서의 학습이 끝나면 학생들은 다시 멘토와 일정한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과 교사가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이 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멘토를 맡은 교사의 경우 자기가 걸어온 삶과 신앙을 보여주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습과 멘토링이 병행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 종암교회 교회학교의 특징. 중(中)그룹 단위로 교육이 이뤄지기에 소(小)그룹에서 이용할 수 없는 교육 영상물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이후 멘토와 학생이 일정하게 만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른 형태로 멘토링을 도입한 교회학교도 있다. 예전교회(박건 목사 시무)의 경우 종암교회와는 달리 한 명의 교사가 멘토와 교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도록 했다.
가정에서의 부모처럼 가르치기도 하고 양육도 하는 형태의 구조를 선택한 것. 멘토가 학습과 양육을 병행해야 하지만 특별히 고학년 학생들에게 맏형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멘토의 역할을 보조하도록 했다.
6학년은 3학년, 5학년은 2학년, 4학년은 1학년을 각각 돌보도록 했다. 또한 고3은 중3, 고2는 중2, 고1은 중1 학생을 각각 돌보도록 했다.
이 방법의 경우 멘토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학생들에게 부여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 상호간의 멘토링도 효과
박건 목사는 "많은 교회학교 학생들이 독자로 자라나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형과 누나, 남동생과 여동생이 생겨나 학생들 스스로 너무나 좋아하고 있다"면서 "멘토의 역할을 맡은 학생은 동생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자기의 신앙은 물론 생활까지도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 역시 모방심리로 인해 형과 누나를 따라 좋은 신앙과 생활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설명이다. 예전교회는 개척 1년이 지나지 않은 젊은 교회이지만 멘토링을 교회학교에 도입한 이후 짧은 기간에 80명 이상으로 불어나는 성장을 했다.
교사 지도력 양성 관건
이 같은 멘토링의 효과는 교회학교는 물론 교회 전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종암교회는 신혼부부와 신입교우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신혼부부와 신입교우들은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기 쉬운 교회 안의 불안정한 계층. 신혼부부를 위해서 멘토 훈련을 받은 중견 부부를 연결시켜 일정한 기간 동안 지도를 하도록 한다.
신혼부부가 멘토 부부를 통해서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부부로서의 자세 등을 폭넓게 배워 불안정하기 쉬운 신혼 시절을 잘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류 목사는 설명한다. 신입교우 역시 멘토와 일대일 관계를 맺어주고 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대일 관계를 통한 교육방법론인 멘토링은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이를 교회학교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멘토링이 교사의 '지도력'에 성패를 갖고 있는 교육방법론인 만큼 멘토로 나서는 교사의 리더쉽을 확고히 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이상훈 기자·한국기독공보 2418, 2419호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