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도 수원법소 2016년 입동치성 도훈
“이제 미로가 없느니라”
2016년 11월 7일(음력 10월 8일)
오늘은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입니다. 저번 상강치성날 밤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었는데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밤 수도권에 한파특보가 내렸다고 합니다. 절기로 시간의 마디를 짓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메이즈랜드(Maze Land)라는 미로공원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종이에 그려진 미로찾기를 한번씩들 다 해 보셨겠지만 정말로 미로속에 들어가본 건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총 연장이 한 10킬로쯤 되는 미로공원인데요 들어서면 밖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처음 들어갈때는 그저 애들 재미있으라고 만든거 뭐 어렵겠나 싶은 생각으로 쉽게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갈림길을 만날때마다 생각이 드는 대로 방향을 정해서 쭉쭉 나아 갔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외국에서 온 여자분 두명이 길을 찾다가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 앉아서 도움을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 봅니다. 지나쳐서 이길 저길 왔다갔다 하면서 헤매었는데 자꾸 그 외국 아줌마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 오게 되더라구요. 한 15분넘게 같은 자리에서 맴돌다 보니까 이게 장난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퍼득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정말 나갈 수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그제서야 손에 들고 있던 팜플렛에 있는 미로 지도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내가 있는 위치를 모르니 지도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막연히 한참을 더 헤매다 보니 문득 동그란 돌 언덕이 보입니다. 미로 전체가 돌하루방 모양으로 만든 미로라서 눈이 2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원형의 돌 언덕이었던 것이죠. 이제 내 위치가 파악이 된거지요. 그제서야 지도를 펴 놓고서 지금 위치에서 출구까지의 길을 찾아 표시를 해 놓습니다. 그리고 방향을 가늠해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해야할 방향들을 예상하고 점검해 가면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 외국인 관광객들도 같이 따라서 나올 수가 있었지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에도 수없이 많은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미로에서 내 위치를 모르면 지도가 있어도 소용이 없듯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도 내 스스로의 위치를 모르고서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부를 안하면 내가 뭘 모르는지 조차 모르고 삽니다. 공부를 해야 내가 뭘 몰랐었는지도 알고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현들이나 스승을 통해서 우리는 내가 뭘 모르고 있었고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나의 위치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다 나와 비슷한 그런 생각으로 산다면 그런 문제의식 자체를 느끼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천지개벽경 서문에 보면 "상제 시생대덕하시니 작천종지대성하시고 상제 시생차덕하시니 작대성아현하사 찬천지지화육하시니..." 해석하면 "상제께서 성인과 현인을 내어서 억조창생의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게 하여 천지의 화육을 돕는다"는 말씀을 하시거든요. 역사적으로 그런 성현들이 있어왔기에 사람이 약육강식의 금수상태를 벗어나 같이 서로 도와주고 힘이 되는 그런 문명적인 생활방식을 만들어내어서 억조창생이 번창할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서전서문에서 성현들이 강조한 것은 윤집궐중하는 그 마음을 찾음으로서 올바른 도와 다스림을 펼쳐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와 다스림이 마음에서 나온것이기에 마음이 제일 근본중에 근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마음으로 밖의 대상을 보는 것은 익숙합니다만 내 마음으로 내 마음을 본다는 것은 낯설게 다가옵니다. 마음공부라는 것이 참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항상 바깥만 보고 남들만 보고 판단을 하다가 그 대상을 내 마음으로 바꾸어 내 마음으로 내 마음을 관찰한다는 것이 생소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내마음의 관성대로 움직이는데 그 관성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던 사람이 자기 마음의 움직임 자체를 되돌아 보고 자각하고 잘못을 고쳐 나가는 과정이 마음 공부이고 내 자신을 알아 가는 것이지요. 내가 얼마나 쉽게 흥분하는지, 내가 얼마나 쉽게 증오하는지, 그 미운 감정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하나 하나 점검해 가다 보면 내 마음이 작용이 정리가 되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보이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나도 이해가 되고 분노할 일도 없어지고 남에게 화낼 것도 오히려 그 마음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면서 측은히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의 메카니즘을 알게 되면 내 행실도 자연스레 삼가하게 되고 남들을 배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마음을 불러 일으킬지를 알기 때문이지요. 내 마음의 작용방식을 알면 함부로 남을 대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것이 지심대도술인 것이지요.
우리가 매스컴을 보면 세상에 거창한 일도 많고 복잡하고 대단해 보이는 일들도 많습니다. 세계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슈들과 문제들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고민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한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처음의 거짓을 숨기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복잡하다는 것은 사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원래가 복잡하고 어려웠다기 보다는 모두가 자기 본래의 마음보다도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살다보니 서로간에 이해가 상충하게 되고 그것을 조율하려다 보니까 복잡해 지는 것이지요. 시간이 갈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서로가 더 자신을 위해 더 교활해지고 치밀해져가다 보니 그것을 조율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계속 밀려 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열도 나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고 폐렴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 말단에 나타나는 감기 증상들을 치료하려고 해열제를 먹고 콧물 마르는 약을 먹고 염증을 없애려 항생제를 먹고 하지만 그것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지 감기를 낳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은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통해 바이러스를 물리쳐야 감기가 근원적으로 낫게 되는 것이거든요. 근본적으로 면역이 생기면 그런 말단적인 열이나 콧물이나 폐렴같은 증상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상극세상의 말단에서 온갖 현란함을 뽐내며 복잡한 수를 쓰고 애를 써도 한계가 있습니다. 말단에서 아무리 그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면 복잡하고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근본인 마음을 바꾸어야 해결이 되는 것입니다.
증산상제님께서 현무경에서 못박아 놓으셨듯이 선천 상극세상의 모든 병은 무도함에서 나온 것이고 대인대의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이 병든 천하를 고치는 처방이라는 것입니다. 상생의 후천세상을 여는 천하사는 결국 마음의 근본을 바꾸어서 이루는 것이지 정치적 술수와 같은 말단적인 처방으로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세상이 어지러워 보입니다. 명색이 천하사를 한다는 우리 중산 신앙인들이 시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일은 아닙니다. 상제님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평천하는 내가 하리니 치천하는 너희들이 하라.”
@ “사람이 살아나는 희망도 죽음에 절망치 않음이니, 이제 너희들이 가는 곳에는 아무런 미로(迷路)가 없느니라.” (정영규의 천지개벽경 p330)
상제님께서는 우리에게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지도를 주셨습니다. 진리적인 결론, 완성된 인간의 모습부터 구체적인 도운과 세운의 흐름과 추이 그리고 발생할 주요 이벤트들까지 들어있는 천지공사의 지도를 우리 증산신앙인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그 지도를 가지고 있어도 미로에서 나의 위치를 모르면 그 지도가 소용이 없듯이 나를 알지 못하면 천지공사의 지도도 소용이 없이 헤맬 뿐입니다.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나 자신을 올바로 보지 못하면 지도를 가지고서도 미로속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고 자신을 마음씀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자기 욕망과 충동으로 남에게 휘둘리고 무리를 지어 척과 살을 지으며 잘못된 길을 헤메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무탄로정난심이라 하셨듯이 올바른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치천하의 심법, 그 마음자리를 되찾고 전하는데 집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도훈을 모두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