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육과 디지털 문화(完)
Ⅲ. 디지털환경과 기독교교육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가운데에서 기독교교육의 원칙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과연 새로운 소통방식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가.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기독교교육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그 변화가 시사하는 함의는 무엇일까. 디지털 환경에 대한 기독교교육적 관점은 앞서 제시한 하나님 형상의 회복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요점은 디지털이 인간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사이버 문화에 대해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의 관점은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익명성을 담보로 한 무분별한 욕구발산이 기존의 인간질서를 해체하거나 엽기적이거나 변태적인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보면 꼭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앞서 제시한 기준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첫째, 디지털 문화에서의 사랑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우선 디지털 공간에서의 사랑은 허상들의 관계일 수 있다. 실체를 감추고 익명성을 쉽게 행사하며 언어를 통해 책임 없이 던져지는 사랑의 교감은 유희 수준에 머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와 기호 사이의 혼란도 예상할 수 있다. 가령 사이버 상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에서의 간격 차이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사는 현장이 몸을 부딪는 실제적 삶이라 할 때, 사이버 공간에서 주어지는 가상체험은 그저 가상에 불과 할 수 있다.
둘째, 하나됨의 측면에서 사이버 공간은 오히려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권위나 실제적 관계가 배제된 수평적인 관계의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의 중요한 특징이 공동체 형성과 지식정보의 나눔 능력이라고 할 때, 디지털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는 앞서 살펴본 대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상호작용 성이 증가하고 수용자의 참여가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설문지나 의견제시 프로그램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송신자와 수신자간의 실시간 토론이나 의견교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교육현장에서도 학생의 의견제시나 질문 등이 활발해지고 보편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소수의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지던 교육환경을 다수의 적은 노력을 접목시킴으로써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Brown, 2000). 즉 교사가 체계적인 지식 컨텐츠를 준비해서 학생에게 전달하는 형식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정보교류를 통해 인터넷 이용자들이 상호간의 학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주도한 이러한 변화는 현실세계에서도 더 이상 송신자 중심의 일방적인 메시지 유포시대가 종언하였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가상공간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어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실제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전문가들과 직접 연결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가상공간 속의 커뮤니티에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대화와 교류를 통한 학습을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따로 구분되지 않으며 지식의 흐름도 정해진 방향을 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참여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집단적 의견의 개진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디지털에 의한 관계의 재편은 새로운 하나됨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이 초래한 하나됨을 과거 규범적 질서에 의한 수직적 질서로 보지 않고 수평적 관계인 네트워크로 개념화한다면 이러한 관계의 재편은 새로운 하나됨의 질서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창조성의 측면에서 볼 때도 디지털 문화는 수용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에 의한 선택의 무제한적인 자율성이 확보됨으로써 거의 무한대로 펼쳐질 멀티미디어의 확산으로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제한을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이익집단이나 취미집단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소스의 다양성은 결국 내가 접하는 정보의 질이나 양을 비교하게 만들고 가장 양질의 정보를 선택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된다. 따라서 선택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받은 개인들을 단일한 정보소스와 제한된 정보의 질로서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루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의 개방성은 이제 정보의 소유권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지식과 정보의 가치는 소유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재창조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개방성은 정보 자체가 상품인 시대를 열었다.
수 천만개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정보가 많아지면서 정보의 가치는 질(質)로 경쟁하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때문에 좋은 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은 불을 보듯 환해질 것이다. 이미 대량정보 보다는 개인형 맞춤형 정보가 일반화되고 있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 개인 사업가들의 성공을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 또한 대중을 상대로 하던 교육보다는 소수의 필요집단을 상대로 하는 맞춤 교육으로 전환될 것이다.
디지털 생활 자체가 미디어에 내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는 것처럼 내가 원하면 언제나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교육 정보 또한 맞추어질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구할 수 있는 주문형 교육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독교의 경우에도 이미 몇 개의 기독교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유명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자 교회만의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타 교회나 타 목사와의 비교와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탓에 교회의 형태나 구조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은 다양한 문화의 등장을 가져왔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듯 수많은 커뮤니티와 관심집단의 등장은 이미 우리사회의 문화가 하나의 통일된 형태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존문화에 대한 패러디가 성행하고 대안매체와 문화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수문화는 적은 수용자에도 불구하고 자기변형을 하면서 끊임없이 실제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소수문화의 등장은 음성, 영상, 문자 등 각기 다른 속성의 정보를 쉽게 결합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게 한 디지털 기술로 가능해졌다. 누구나 카메라로 찍고 편집하고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유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다양한 문화의 탄생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개인들은 필요와 의지에 따라 기존의 정보를 복제하고 조합하거나 자신의 정보를 유포하는 것으로 기득권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문화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주체의 혼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버 공간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듯 현실을 벗어난 해방공간에서의 넘치는 주체성은 죄성(罪性)의 확산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해방공간에서의 주체변신이 보편화되면 현실에 기반을 둔 본질적 주체를 억압된 주체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실체에 기반을 둔 1차적 주체의식은 흐려지기 쉽고 익명으로서의 주체로 휩쓸리기 쉽게 된다. 주체가 혼란하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 빈자리를 무엇이 대체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보들리야르(1971)의 말처럼 현실이 기호의 세계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의 세계가 현실의 기준이 되어 현실에서의 적응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적 입장에서 보면 몸은 현실에 있지만 자신의 의식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거나 사이버 공간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아이들을 현실의 공간에서 부족한 시간에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IV. 결론
디지털은 기존의 질서체계나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보이며 대안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질서는 오히려 현실세계보다 더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독교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앞서 제시한 하나님의 형상을 기준으로 기독교교육의 본질이 디지털문화 가운데에서 어디로 변해 가는가를 살펴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논의라 사변적이고 논리적 허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살펴본 것을 토대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생각거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교육의 방향은 하나님 형상의 회복에 맞추어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달리 말해 '내가 누구인가?'의 정체성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실종되어가고 있는 판국에 사이버 문화가 현실 속으로 확대되면 정체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익명으로 등장하는 나 아닌 나의 통제불가능성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사이버에서의 내가 실제인가 현실에서의 내가 실제인지 장자의 나비처럼 혼란을 겪는 사람이 많다. 기독교교육의 본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 출발은 여기에서 비롯하였다.
둘째는 사랑의 회복인데, 이 문제는 왜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탐닉하는가의 문제와 연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의 네트워크의 분열이 곧 사이버상의 네트워크에 의존하거나 하는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증가하는 인간관계의 소외감이 곧 사이버 공간에서의 보상에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의 소외감의 극복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교육의 목적이 하나님 사랑은 물론 인간간의 사랑회복에 놓여있는 것을 다시 상기하면 사람사이의 관계회복, 즉 사랑의 회복이 다시 강조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교육적 관심도 증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경우 현실에서의 자아정체성 보다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자신이 갖고 싶은 자신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는 억압과 관습과 관계에 의해 억눌려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위축되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변신을 통해 자신의 거듭나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체 심리적 보상에 대해 교육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셋째, 하나됨의 교육과 창조성의 회복은 교육에서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 기독교교육이 주로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거나 그 내용도 선교 등에 치중되었다면 이를 지양하고 개인별 개성에 따른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력을 배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선적 사고를 지니고는 급변하는 사회에서의 다양한 정보와 사고의 흐름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지식은 생산과 사멸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설사 단편적 지식을 암기했다 해도 곧 망각되거나 쓸모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지식의 저장은 컴퓨터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단편적 내용 지식으로 비만해져 있는 학습과정은 개혁되어야 한다.
현재의 양(量)을 중시하는 '내용 중심'의 교육은 질(質)을 중시하는 '능력 중심'의 교육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에 기반을 둔 창조적 교육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할 것이다. (김연종 박사 한동대학교 교수)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