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27보> - 상하이엑스포 기념주화가 뭐라고
“슈슈, 아이(叔叔, 阿姨, 아저씨, 아주머니)! 혹시 어제 뉴스 들었어요? 상하이엑스포 기념주화 나누어 주는 것?”
지난 수요일 오후, 예정된 과외 시간.
늘상 그렇듯이 우리의 과외를 맡고 있는 남자 선생님이 헐레벌떡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고는 새로운 소식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잉? 그게 무슨 소린데요? 외국인인 우리한테도 줘요?”
상하이엑스포 기념주화를 나누어 준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뜨겁던 여름과 화창한 가을에 두 번씩이나 가봤던 곳이니까.
혹시나 엑스포 입장권이라도 있으면 외국인인 우리도 자격이 되는지가 먼저 궁금했던 것이다.
“물론입니다. 단 선착순입니다. 지금은 어느 은행에서 나누어 주는지 모르지만 혹시 관심 있으면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소식을 전하더니 자세하게 설명을 더 보태고 있었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에서 1위안짜리 동전 네 개를 한 세트로 해서 기념화폐를 만든 후 중국 돈 1위안짜리 네 개와 맞바꾸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념되는 주화를 그저 1위안짜리 동전 네 개와 맞바꾸어 준다는 것은 공짜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수업 마치자마자 우리 아파트 1층에 있는 한 교통은행 지점에 내려갔더니 자기네는 취급을 안 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욕심을 버리고 있을 수밖에···.
(이게 무엇이라고... 상하이엑스포 기념주화 1위안짜리 네 개 한 세트)
그런데 그 이튿날 아침이었다.
창밖에서 사람 싸우는 소리들이 왁자지껄하게 들려오는 바람에 잠을 깨고 말았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니 아침 일곱 시였다.
평소에는 아침 여덟 시가 넘어야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 깊은 잠에 들어있을 시간이었다.
먼저 일어난 벗씨가 그 광경을 보고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지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참 시끄럽네. 도대체 무슨 일인고? 왜 아침부터 줄을 저렇게 서서 난리들 치고 있지?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남?”
여기서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남?’ 이라고 한 것은 한 달 전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 날은 새벽 여섯 시였다.
그때는 정말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아파트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던 일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혹시 지진이라도 일어났으면 대피하려고 급히 창문을 열고는 상황을 살폈다.
바로 옆에서 짓고 있던 건물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 대형 공사장과 주위로 이미 먼지가 자욱하게 덮여 있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 공사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갑자기 공사현장이 무너져 내려 사람들이 구조를 하러 가거나 구경하러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대형공사장에서 발파작업을 했던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 그 꼭두새벽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중국에 지진이 많다는데... 꼭두새벽에 지진이 난 줄 알고... 공사현장에서 발파작업을...)
그런데 오늘 새벽에, 아니 아침에 또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으니 무슨 일인가 하고 겁부터 났던 것이다.
곰곰이 상황을 점검해 보니 어제 과외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저기는 어제와 다른 은행인 공상은행의 뒷문이다.
아침부터 저렇게 길게 줄을 선 것을 보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좋은 일이란 분명 상하이엑스포 기념화폐를 받으려는 것일 게다.
뭐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만약 이런 결론이 맞다면 저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자고 있는 새벽부터 줄을 섰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사람들이 점점 몰려오면서 새치기를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있겠는가.
우리 부부는 이렇게 추측하면서 나중에는 저 줄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저 줄 말이야. 내 경험상으로는 분명히 무너지게 되어 있다. 함 봐라.”
“왜 그렇게 생각하지? 자기네들끼리 스스로 끈도 구해 와서 줄을 잘 만들고 있구먼···.”
여기에서 옛날에 내가 근무한 회사에서 겪었던, 거의 20여 년이나 다 된 얘기를 해 주었다.
그 시절은 아파트 및 상가 분양이 활황일 때여서 분양만 받으면 프리미엄이 엄청날 때였다.
그런데 간혹 상가분양을 선착순으로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프리미엄 때문에 하루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다음날 접수시간이 되어 보면 이미 수백 명이 줄을 서 있고, 늦게 온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방법이라곤 줄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늦게 온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이 떼거리로 억지를 부리며 줄을 뚫고 맨 앞으로 가서 서 버리는 것이다.
이러면 밤새도록 줄을 서서 기다렸던 사람들은 또 참을 수가 없어 그들에게 항의를 하게 된다.
이러는 사이 일순간에 줄은 어디로 가 버렸는지 없게 되고 자기네끼리의 싸움만 남게 된다.
이러하니 밤을 샜던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해 하겠는가.
벗씨한테 이걸 얘기해 주면서 저 줄도 조만간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추측을 했던 것이다.
(왼쪽은 영업전 줄 선 모습. 저 뒤 100m까지 섰다. 한참 후 오른쪽처럼 줄은 개판되고 싸움만...)
과연 은행 영업시간이 다가오고, 그리고 영업시간이 한참 지날수록 사람들이 선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바깥도 자연히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13층에 사는 우리 거실에까지 너무나 시끄럽게 들려서 공부를 못 할 지경이었다.
참다못해 다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나 길게 늘어섰던 줄은 이미 다 어디 가고 없었다.
사람들끼리 서로 뒤엉켜서 싸움질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말리고 있고 일부는 땡깡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지 집으로 가고 없고, 일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통쾌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예상한 대로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 심리 속에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성대하게 끝이 난, 아니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마친 상하이엑스포의 기념주화를 거의 공짜로 준다는데 새벽같이 줄을 서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여기에 어찌 싸움이 붙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상하이엑스포 관람을 갔을 때의 일이다.
엑스포 현장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전시관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관람하고 나서 관람기념도장을 받기 위해 또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 앞에 몇 개씩이나 되는 가짜 여권을 들고서 관람관마다 도장 받기에 바빴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궁금하여 관람 후 도장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중국인한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더운데 뭐하려고 그렇게나 고생을 해 가면서 도장을 받아요?”
“이렇게 대단한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는 것이 내 평생 얼마나 기념되는 일이겠어요. 그래서 이 기념비적인 여권을 자식들에게 가보로 물려주려고요.”
(왼쪽-상하이차이징대학 축제에서 기념도장을... 오른쪽-엑스포현장에서 도장 받으려 난리를...)
나는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기록이나 기념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착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상하이엑스포 250여 개 관의 모든 도장을 다 받은 여권 하나가 프리미엄이 2천만 원까지 붙어 있다는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난주에 참관했던 대학 축제에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각 행사장을 관람하고는 또 관람기념 도장을 받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밖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시 창문 밖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줄이 재정비되어 사람들이 다시 길게 늘어서고 있었다.
뭔가 해결방안이 나온 모양이었다.
“모두에게 한 세트씩 지급하기로 은행 측이 약속이라도 했남? 그럼 우리도 이 기회에 내려가서 줄을 한 번 서 보기나 해?”
이렇게 벗씨와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오늘 수업하러 온 남자 과외 선생님이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황급히 또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슈슈, 아이! 어제 저녁 뉴스 봤어요? 엑스포 기념주화 받으려고 줄을 섰다가 싸움이 나서 칼부림까지 했다는?”
“···???”
2010년 11월 14일
상하이에서 멋진욱 서.
<참고>
김지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59-0042-7896
한국 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 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 후 86-159-0042-7896-# 하면 됩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한국 로밍폰 011-530-1479 문자 주세용.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제 아이들 방엔 세계지도가 그려진 매트를 턱!! 깔아놓았구요... 매일 아침 하나님한테 요렇게 기도합니다.
세계를 가슴에 품고 큰 꿈을 키우고 이룰 수 있는 인생을 살도록... ㅋㅋ 그리고 고런 마음을 가진 낭군님을 만나도록... ㅎㅎ
전 딸만 두명입니다.
벌써부터 이렇게 기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사님 뵈면 이게 바로 정답 같아요 ㅎㅎ 멋지게 사는 방법 ㅋㅋ
늘~~ 건강하세요 ! 싸모님 걱정 안하시게요~
정말 그래요. 미리부터 세계를 보며 꿈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세계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여기 있어보니 실감납니다. 히히.
재밌게 잘읽었어요. 이십년전 그 때 함께 했던 그 시절이 다시 격하게 그립습니다.아침마다 4층 자료실에서 신문을 뒤적이면서 주간 소식지을 성희씨와 만들곤 했었지요.참으로 아날로그적 업무였어요 요즘같으면 몇번의 클릭으로 끝날일인데 창조인쇄소 사장님이 4층까지 그걸 낑낑대고 날라주시고... 그때 김지욱씨가 나중에는 이렇게 신문스크랩안해도 될 날이 올거라며 그랬는데...집앞에 대나무 하나 꽂으세요 ㅎㅎ 아참 며칠전 소셜네트워크 란 영화봤습니다 세상은 그런 몇몇천재가 선도해나가는게 아닌가하는 그리고 나같은 범인은 그냥 따라가고 사는게 아닌가싶어 씁쓸했어요 꼭 한번 보세요 스탠포드대 팬티 구경하는 재미도 있음
여기서 중국어로 된 영화라도 봐야겠습니다. 옛날의 추억이 이렇게 교감 되니 더욱 기분이 좋네요. 왕왕 방문해서 중국생활에 대한 조언 부탁합니당. 그리고 꼭 놀러 오시고요. 히히.
ㅋㅋ 정말 줄이 없어지다닝~아...질서를 안지키는 건 너무 싫은 1인^^ 이사님, 오랜만에 들립니다. 예고없는 발파작업, 줄 끊어짐 등은 재미있는 일이 아닌데 읽고 있는 저는 괜히 미소가 지어지네요~ 아마 이사님이 글을 너무 재미있게 쓰셔서 그런 듯....그래도 칼부림은 무서워요....줄 서는 곳에 가지 마세요~하하하.
이런 저런 구경과 경험이 제게는 모두 새롭고 신기하답니다. 언제 이런 구경과 경험을 또 해 보겠습니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