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손은 계산기를 두들기고
어떤 손은 목탁을 두들긴다
칼과 창을 벼르는 손도 있고
삽과 호미를 만드는 손도 있다
한때는 화투를 쥐던 손이
한때는 붓을 잡기도 한다
올무를 놓는 손도 있고
오라를 푸는 손도 있다
진주를 찾으려 시궁창을 헤집기도 하고
목숨을 걸고 폭탄의 뇌관을 열기도 한다
밤에는 은밀한 샅을 더듬던 손이
낮에는 거룩한 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페미니즘 / 임보
여성이 약하다고 부르짖지 말라
세상에 약한 여성은 없다
어느 장군도
어느 제왕도
여성의 샅에서 태어나지 않는 자는 없다
신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어떤 불경의 사나이도
밤이면 지어미의 다리 아래 엎드려
한 마리 순한 짐승이 되고 마나니
근육질의 여성을 기르려는 욕망이여
부질없고 부질없도다
지배하지 않아도 세상은 그녀들의 발아래 있다
여성, 이 지상의 어머니들은
그가 만든 모든 인간들의 정결한 눈물로
꿈이 되고
사랑이 되고
신앙이 되고
가장 빛나는 별이 된다
태후이며 왕비인 여성이여
굳이 제왕으로 군림하지 않아도
이미 세상은 그대들의 손안에 있다.
(펜문학 2005년 가을호)

사람의 몸값 / 임보
금이나 은은 냥(兩)으로 따지고
돼지나 소는 근(斤)으로 따진다
사람의 몸값은 일하는 능력으로 따지는데
일급(日給) 몇 푼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연봉(年俸) 몇 천만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한 푼의 동전에 고개를 숙이는 거지도 있고
몇 억의 광고료에 얼굴을 파는 배우도 있다
그대의 몸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고 싶은가?
그대가 만일
몇 백의 돈에 움직였다면 몇 백 미만이요
몇 억의 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몇 억 이상이다
세상에는
동장의 자리 하나에도 급급해 하는 자가 있고
재상의 자리로도 움직일 수 없는 이도 있다
사람의 몸값은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결정한다

첫댓글 웃다가 울다가....! 감동일 뿐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시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동산님께서 이렇게 수고해 주시니 날마다 편하게 좋은 시를 감상할 수 있어 정말 좋은데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수업마치고 식사 중에 나온 얘기가 눈이 나빠서 컴퓨터를 오래 못한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시집을 구입하자는 사람도 있었구요. 실은 바쁜 사람들이 많아서 카페 여기저기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회되면 좀 더 알려보겠습니다.
실은 저도 골고루 들여다보지 못해 수고하시는 운영진에게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00
서점에 나가보면 꼭 구하고 싶은 시집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선생님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이제부터는 3~5편씩 올려 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귀한 시 귀감이 되는 내용들 잘 감상하였습니다 역시 조옹한 호수같은 선생님의 시를 대 할 때 마다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동산님, 선생님 시를 이리 읽게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시를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