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조 19년(1743) 이광정이 쓴 서문에는 “간재 선생은 어릴 때부터 老先生(이황)이 서거하실 때까지 12년간을 질병이나 사고가 없는 날에는 언제나 侍側하였다. 노선생이 이름을 지어 주시고 큰 기대를 하셨고, 선기옥형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서적의 관리도 맡기셨다. 선생의 학문은 性情과 理數에 대해서 모두 정밀하게 사색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질문하고 질문해서 이해하면 반드시 기록하셨다.”하였고, 순조 29년(1829)에 유심춘이 쓴 발문에도 “간재 이선생은 퇴도 노선생의 문하에서 조석으로 책을 가지고 질의하기에 종시(終始)를 한결 같이 하시었다. … 그 질의하고 주해한 여러 편은 사우간에서 강론한 것들을 수정해서 만들었는데 의심이 있으면 반드시 질의하고 얻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기록하였으니 精粗와 本末이 구비해서 빠뜨림이 없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그는 급문하여 이황의 역책할 때까지 12년간을 질병이나 사고가 없는 날에는 책을 가지고 항상 시측하여 꾸준히 학문에 정진하였으며,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질의하고 질의해서 얻은 것은 반드시 기록하였으므로 많은 주석서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간재집』에는 상당한 분량의 주석서들이 실려 있다. 즉 『간재집』 상에는 목판본인 『사서질의』, 『주역질의』, 『심경질의』(이함형과의 합록), 『고문질의』, 『가례주해』가 실려 있고, 『간재집』 하에는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필사본인 『사서질의』, 『주역질의』,『주서절요강록』, 『주서절요기의』, 『심경강록』, 『심경표제』가 실려 있다. 필사본들은 독립적인 저작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목판본보다는 분량도 많고, 요약되어 있지 않으며, 주가 더욱 상세하고, 간혹 토와 한글 번역들이 있어서 고어연구에 도움이 된다. 간재의 『사서질의』는 스승에게서 질의하여 교시받은 내용을 노트한 것으로, 이황의 『四書釋義』 手藁本이 임란의 병화로 소실되자 그것을 간행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었고, 『주역질의』는 간재의 역학에 대한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독창적인 내용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고문질의』는 당시의 『고문진보』 주석 상황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자료이고, 『가례주해』는 퇴계학파에서 처음으로 저술된 가례주석서로서, 이어서 등장하는 가례주석서의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서절요』에 관련된 주석서로는 『주서절요강록』과 『주서절요기의』가 있다. 특히 전자는 주자 서찰 이해의 필수참고서로서, 주자학을 공부하던 당시의 학자들이 다투어 필사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심경』과 관련된 주석서로는 『심경질의』, 『심경강록』, 『심경표제』의 3종이 있다. 특히 『심경질의』는 그의 주석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의 하나로서, 조선 후기 유학사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 『心經質疑』는 『심경』에 관해 이황이 강의한 것 1)을 『심경부주』의 편차에 맞추어 정리한 것으로, 『간재속집』에 수록되어 있다. 간재와 천산재 이함형공의 합록으로 스승 퇴계의 교정을 거친 것이라 한다. 그 내용은 주로 『心經』의 要句와 人名을 해설한 것으로, 李咸亨이 이덕홍의 기록을 함께 참고하여 정리한 『心經講錄』과 대부분 일치한다. 책머리에 序·贊·心學圖 등이 있고, 제1편에는 人心道心章 등 13장, 제2편에는 誠意章 등 8장, 제3편에는 牛山之木章 등 7장, 제4편에는 鷄鳴而起章 등 9장 및 後論說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心經質疑』는 간재의 주석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의 하나로서, 그 뛰어난 해설과 정연한 논지로 후인들이 다투어 필사하기도 하였다. 그 자체만으로 권3 전체를 내용과 분량에서 다른 질의서를 압도하고 있으며, 孝宗 년간에 조정의 경연에서 이 책을 참고 교재로 활용하였고, 다시 숙종 연간에 국왕의 명으로 송시열 등이 보완하여 『心經附註釋疑』로 간행하는 등, 조선후기 유학사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 내용은 『心經附註』에 나오는 인물들과 일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고 있으며, 군데군데 이황 자신의 성리학에 대한 견해가 첨가되어 있다. 그 후에도 이 책을 바탕으로 하여 다시 정정 내지 보완하여 저술된 책도 있다. 예를 들면 이 책의 145곳의 오류 2)를 바로 잡은 曺好益의 『心經質疑考誤』, 이 책에서 누락된 부분과 해석하기 어려운 자구를 뽑아 주석을 붙인 李象靖의 『心經講錄刊補』 등이 대표적이다. 『심경질의』를 비롯한 간재유고의 편찬·정리에 특히 힘쓴 이는 간재의 외증손인 金萬烋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