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익이 국익에 우선할 수는 없다.
경인운하는 중고자동차를 중국이나 동남아로 수출하기 위해, 혹은 수도권의 건설업체에게 모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물류SOC다. 즉, 기업의 사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출발도 현대건설이 50%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경인운하라는 민간기업을 설립해서 추진했던 사업이다.
반면에 굴포천방수로는 상습침수로 고통을 겪는 굴포천유역 수십만명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런데 거의 완공되어 있는 굴포천방수로 사업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경인운하라는 사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가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보상비용까지 4천억원 남짓이면 끝나고도 남을 사업을 국민세금으로 토목건설마피아에게 2조원을 넘게 퍼주기 위해서 안달인 탓이다.
어떻게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국익보다 건설업체의 사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우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2. 18Km 구간에 그토록 어마어마한 물동량이 있다는 거짓말에 소가 웃는다.
경인운하 18Km 구간에는 도로 14차선, 복선전철, 그리고 교행이 가능한 운하가 건설되게 된다. 익히 알다시피 8차선의 신공항고속도로도 타당성평가시에 수요를 부풀리는 바람에 한가한 도로가 되었고, 덕분에 애꿎은 국민세금이 건설사에 줄줄 새어들어가고 있다. 복선전철도 마찬가지다. 애초 기대했던 전철이용객은 20%도 채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6차선의 도로를 더 깔고, 운하까지 건설하겠다니 제 정신이면 이런 우스꽝스런 짓거리를 하겠는가? 제정신이 아니라면 제정신을 차리도록 국민들이 바짝 조아야 할 것이고, 토건마피아와 한통속이면 감사원이 눈감고 딴청부리고 있는 것이다.
3. DHV, KDI 모두 경제성을 부풀렸다.
DHV사의 경제성 분석 결과인 1.76은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시킨 전형적인 과대계상수치이다. (이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은 금번 KDI의 경제성 분석 결과가 1.07이 나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음). 경인운하 타당성 검토에만 20억원을 챙긴 DHV사는 국내 물류실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타당성 평가를 했고, 공청회시에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한 예로, DHV가 컨설팅한 광양항은 과잉투자로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실정). 이러한 이유로 DHV사의 경제성 분석결과는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공식보고서로 채택되지 못한 바 있다.
KDI는 2002년 이미 경인운하의 ‘경제성 없음(B/C값 0.81)’ 을 발표한 바가 있는데, 이를 건교부가 납품받기를 거부하자 1.13으로 수정하여 제출했었다.. 이후 2003년 감사원 감사결과 건교부가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편익을 조작하여 경제성 분석자료를 왜곡하였음이 드러나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03년 감사원의 감사결과 B/C값 0.76~0.93로 경제성 없음이 드러났다.. 또한 DHV사의 경제성 분석결과를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정밀 검토한 결과, B/C값 0.61로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이처럼 KDI는 경제성 부풀리기를 이미 자행한 전력으로 신뢰성을 잃은 기관인데도, 그곳에서 다시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니 누가 믿겠는가? 나아가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근거로 경제성이 있다는 건지 백일하에 드러내고 당당하게 검증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들은 몸통을 숨기고 내놓지 않고 있다. 필시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몸통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일테고.
4. 환경문제,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을까?
경인운하의 대표적인 환경문제는 운하내의 수질문제다. 물이 거의 정체되어 있다보니 당연히 썩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는 수중폭기장치와 유수전환시설을 설치한다고 한다. 물론 돈들여 해결하는 방법인데, 문제는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감사원에서 밝혀냈다는 점이다. 그런 후에 나온 대책이 바닷물을 아예 섞어 놓겠다는 것이었다. 짠물이 들어오면 덜 썪을 테니 말이다. 이번엔 염수와 담수는 곧바로 섞이지 않고, 비중차이로 인해 염수가 아래로 깔리는 염수구배현상이 생겨 오히려 더 문제라고 지적했더니 아예 바닥을 점토질로 덮어서 염수가 주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답을 내놓았다.
또, 서울터미널부지나 해사부두가 철새도래지 인근에 있어서 서식지 훼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해사부두 위치를 난지도 근처로 옮겨놓았다. 잘 알다시피 난지도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이제 겨우 생태복원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고, 또 주말이면 엄청난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휴식을 즐기는 공간이다. 그곳이 모래먼지로 뒤덮일테고, 난지도 너머 상암DMC는 모랫바람으로 연중 뿌옇게 변할 것이다. 국제적인 미디어지구로 자랑하던 곳을 그 지경으로 만들 셈인가보다.
그런 식으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생하는 수십가지의 파생문제를 모두 돈으로 해결하겠다면이야 못할 것도 없을 듯싶다. 하지만 돈을 무한정 들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돈과 기술로 다 해결될 지도 모르겠다.
5. 더 이상 국민 우롱하지 말고 경인운하 사업을 접어라.
국민혈세 20억을 낭비해서 네델란드 DHV사에 바친 국토해양부 공무원, 수자원공사 담당자를 색출하여 당장 처벌해야 한다. 마치 땅바닥만 파놓으면, 누가 뭐래도 공사는 진행된다는 70년대식 토건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 그들의 신화는 더 이상 현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오늘도 악마같은 신화를 시퍼렇게 살아서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더 이상 토건세력들 주머니만 채워주는 후진적인 나라를 끌고가서는 안된다.
그런 후진적 과거와 단절하는 오늘의 계기가 바로 경인운하 사업을 당장 접는 것이다. 정치를 똑 바로 하려는 자들이여, 정말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지켜려 하는 공직자들이여, 그리고 수많은 양심적인 전문가들이여 모순덩어리 경인운하사업을 당장 접어라고 외쳐라. 그길에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