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어버이날 내게 내 밀은 선물은 뮤지컬 <캣츠>의 티켓이었다. 꽤 비싼 편이었는데도 나에게 두 장, 그리고 자기와 동생 것까지 4장을 샀으니 나의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 아이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내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디 한국에서 뮤지컬을 제대로 볼 수 있으랴? 지금까지 직접 무대에서 본 뮤지컬은 <사운드 오브 뮤직>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편뿐이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히트한 뮤지컬을 할리우드에서 그대로 영화화들 했으니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 키드였던 나로서는 영화로서 접할 수 있었던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린 시절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뮤지컬들은 수없이 많다. <남태평양>, <왕과 나>, <지붕위의 바이올린>, <사랑은 비를 타고>, <파리의 아메리카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 페어 레이디>, <화니걸>,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드림걸스>...등이 그 작품들이다. 또 나에게는 유럽 풍의 뮤지컬은 스타일 때문인지 오히려 가슴에 덜 와 닿았는데 영국의 <올리버>, 프랑스의 <쉘브르의 우산>, 유럽의 <어둠속의 댄서>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세계 6천5백만 명을 감동시켰다는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이라 일컬어지는 최고의 작품임과 동시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로 꼽힌 바가 있다. 특히 4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명작이자 월드투어팀의 오리지날 공연이기에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으며 우리로서는 가까이 대구가 한국 투어의 첫 공연지라 모처럼 좋은 기회였다. 큰 딸은 처음에는 유끼 구라모또의 연주회 티켓을 구하려다가 볼거리가 많은 <캣츠>로 바꾸었다고 했다. 대구는 작년에 칠성동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고 난 후에 많은 공연들의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주민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캣츠>의 공연은 대구 뮤지컬 공연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는 평이 자자하기도 하다.
비오는 일요일 경주를 출발하여 북대구 나들목에서 내려 신천대로를 타고 바로 오페라하우스로 들어갔다.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원형 중심의 건물로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을 연상할 정도로 장대하였다.
거울로 도배된 입장식 스테이지를 지나 그 옆으로 웅장한 본관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전면이 아름다운 유리로 장식된 이 건물은 장대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다 근 두 달간에 걸친 공연 중 마지막 날이라 사람이 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관객에 놀랐다. 역시 지명도가 높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은 여전했는데 아마 이 사람들은 대구 시민들만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듯 경북의 여러 지역에서 온 분들이 많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오페라하우스 곳곳을 살펴보니 사소한 표지판으로부터 시작해서 시설 곳곳에는 관람객을 위한 설치물과 안내원 배치가 많아 대구시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공연 10분 전에 좌석에 앉았는데 오랜만에 대하는 무대의 웅장한 세트가 나를 설레게 한다.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 낯익은 음악 속에 한명 한명의 고양이 들이 소개되고 모든 관객들은 무리 없이 공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 공연은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으며 이로 인한 기쁨은 기대 이상 이었다. 배우들은 모든 몸놀림과 움직임, 표정을 실제 고양이처럼 연기를 해 냈고, 거기에다 배우들의 열연과 실제로 부르는 노래 등은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줘 우리 모두를 흥분시켰다. 공연 중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그리자벨라 역의 프란체스카 아레나가 자신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어느 누구의 숨소리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집중 되었다. 그것은 유명한 레파토리인 <메모리>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며 어쩌면 우리는 그 레파토리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 허공에서 나타나는 순간에는 일순간 환호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으며 멍커스트랩, 럼텀터거등 각자 개성 있는 고양이들의 출현 때마다 매번 분위기는 급변하였다. 아주 재미있는 부분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석 근처에 출몰하는 고양이들의 습격이다. 고양이들은 공연 중간 중간마다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으로 스며들어 관객들과 같이 호흡을 했는데 그로 인해 관객들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실제 <캣츠>팀들을 만지기도 하고 같이 호흡할 수도 있었다. 고양이들은 물구나무까지 기꺼이 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였고, 어떤 고양이는 플로어를 기어 다니면서 까지 열연을 보이기도 하였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바빴다. 그 수많은 고양이들은 처음부터 전원이 출연하여 3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모두 무대에 있으면서 제각기의 연기를 쉬지 않고 해 내었는데 관객들은 그 모든 고양이를 살펴보느라 매우 바빴다. 모두 각각 다른 고양이의 모습들과 행동들을 연기해 내었기 때문이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 카메론 매킨토시 제작의 뮤지컬 <캣츠>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웨스트 엔드의 뉴런던 씨어터에서 1981년 초연됐다. 이것은 T.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토대로 무대로 형상화한 것으로 소위 ‘고양이를 의인화한 삶의 깊은 통찰’이며,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를 인생에 비유해 화려한 춤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뮤지컬 <캣츠>는 환상적인 무대 메커니즘의 즐거움. 환상적인 무대, 정교한 의상과 분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 세게 6,500만 명을 감동시키면서 그 어떤 뮤지컬도 이루지 못한 진귀한 기록을 세우며, 뮤지컬의 역사를 바꾼 작품이다. 전 세계 30여 개국, 3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10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상연된 <캣츠>는 1983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작사/작곡상, 조명상, 의상상등 7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로렌스 올리비에, 드라마 데스크상, 모리에 어워드 등 런던, 뉴욕, 파리의 주요 뮤지컬상을 석권한 작품이다. <캣츠>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1년에 한 번 있는 고양이들의 축제인 ‘젤리클 볼’에 모인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은 모두 독특한 인생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무도회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 고양이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들이 풀어놓는 개성 있는 삶에는 인생의 단면이 녹아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삶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하게끔 만든다. 이렇듯 뮤지컬의 즐거움과 함께 교훈적인 메시지도 주는 것은 <캣츠>의 또 다른 매력인 것이다.
뮤지컬 <캣츠>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2002년 5월까지 21년간 8,950회를 기록하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1982년부터 2000년 9월까지 18년간 7,485회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앤드에서 올려진 수많은 뮤지컬 가운데 가장 롱런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02년 런던 공연 종연 이후 전세계 유일의 투어팀이자 보기 드문 월드 투어 공연이란 점, 그리고 마지막 투어 공연이 될 것이란 점에서 다시 보기 힘든 무대로 우리가 <캣츠>를 오리지날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20여 곡에 이르는 뮤지컬 넘버는 고양이들의 독특한 삶만큼이나 다양한 곡조로 감상의 풍부함을 더해주며, 극 중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명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비롯한 세계 유명 가수들에 의해 180여 차례나 녹되?기록을 남기기도 한 뮤지컬 사상 불멸의 레파토리이다.
고양이의 눈높이로 제작한 집채만한 크기의 깡통과 쓰레기로 뒤덮힌 폐허 같은 무대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고양이와 흡사할 정도의 정교한 분장과 의상, 고양이의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스펙터클한 안무 등은 극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이 뮤지컬은 국적을 초월해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에 그리자벨라가 승천하는 장면인 폐타이어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이 무대의 압권으로 꼽힌다. 또 객석 사이를 누비며 관객들과 호흡을 하는 고양이, 극장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수많은 조명효과는 무대와 객석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환상적인 분위기 그 자체였다.
뮤지컬 <캣츠>에 대한 극 설명을 잠깐 해 본다. <캣츠>의 출연자는 이렇다.
Munkstrap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
젤리클 집회의 사회자 역할을 하는 고양이로 용감하고 지혜로워 후에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와 결전을 벌인다
Old Duteronomy 지도자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
젤리클 고양이들의 리더이다.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 수있는 젤리클 고양이를 선택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Victoria 하얀고양이, 빅토리아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로 젤리클 집회에서 매력적인 춤을 선사한다.(그녀는 처음부터 앞줄에서 춤을 추는데 바로 눈에 띈다. 몸이 아주 볼륨이 있고 춤이 섬세해 처음부터 나를 즐겁게 했다. 사실 나는 여성의 섹시미를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그레이스 켈리나 오드리 헵번 보다는 마릴린 몬로나 샤론 스톤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The Old Gumbie Cat 재미있는 고양이, 제니 애니도츠
매우 게으른 늙은 고양이지만 밤이 되면 그녀는 활동적이 되고 음악과 뜨개질을 쥐에게 가르치고, 바퀴벌레 보이스카웃을 만드는 섬세한 고양이
The Rum Tum Tugger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그는 매우 매력적인 고양이로서 그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며 그가 정말로 즐기는 것은 다른 고양이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다.(여성관객들이 이 배우에게 미치는데 아마 그것은 멋진 몸매에 섹시하게 흔들어대는 엉덩이 율동 때문일 것이다. 가여운 여자들....그런데에는 힘을 못 쓰니...ㅉㅉ)
Grizabella, the Glamour Cat 매력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
그녀 역시 젤리클 고양이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그녀를 피한다. 수년 전 바깥 세계로 떠났던 그녀는 한때는 아름다운 고양이였으나 지금은 초라한 몰골의 고양이의 모습이다.(베스트 레파토리 메모리를 부르기에 거의 주인공 수준이다. 명배우 프란체스카 아레나가 연기하는데 후반부의 메모리 때의 열창은 압권이다.)
Macavity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는 모든 고양이의 공포의 대상이다. 후에 올드 듀터로노미를 납치해 간다.
Gus 극장 고양이, 거스
거스의 원래 이름은 아스파라거스이지만 발음이 복잡해서 그냥 거스라고 불리운다. 거스는 한때 훌륭했던 배우들과 같이 일했으나 지금은 몸이 아픈, 나이 많은 배우이다.
Skimbleshanks 기차 고양이, 스킴블샹크스
그는 기차역에서 서부지방의 특급 야간침대열차의 모든 사항을 일일이 완벽하게 검사하는 고양이다. 스킴블이 없으면 야간열차가 출발할 수 없다.
Mr. Mistoffelees 마법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가장 지혜로우면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독특한 고양이로 나중에 럼텀터거의 부탁을 받아 마법으로 올드 듀터로노미를 되찾아 온다.
Bustopher Jones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제임스 거리의 부자 고양이이며 유일하게 까만 코트에 하얀 각반을 차려입고 다닌다. 뚱뚱해서 혼자 앉았다 일어나기 힘들다.
Mungogerrie and Rumpleteazer 악당 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환상의 콤비로 절도, 무단침입 등 신출귀몰하며 말썽을 일으킨다.
Demeter 예민한 고양이, 드미터
어리고 예민하여 범죄자 고양이 맥캐버티가 주위에 있으면 가장 먼저 눈치 채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위험을 알려 준다.
Rumpus Cat 럼퍼스
피크와 팔리클 개들의 혈투를 중재하는 위대한 고양이, 럼퍼스.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눈알과 털북숭이의 무시무시한 외모를 지녔다.
Jellylorum 젤리로럼
극장 고양이 거스의 오랜 친구이다.
뮤지컬 <캣츠>의 내용은 이렇다.
● 제 1막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고양이들만의 축제가 열린다.
오늘은 일년 중 특별한 밤.
젤리클 고양이족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젤리클 고양이임을 경축하는 자리이다.
그들은 그들이 누구이며 고양이들은 세 개의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나는 집에서 쓰는 것, 하나는 좀 더 격식을 갖춘 것, 마지막으로 비밀 이름이다.
이 쇼의 나레이션을 맡은 멍커스트랩이
젤리클 고양이들은 일년에 한 번씩 만나 즐긴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들은 현명한 듀터로노미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가 한 고양이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 새 생명을 얻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멍커스트랩이 하루 온 종일 잠을 자는 제니 애니도츠를 소개한다.
그녀는 쥐들에게 음악과 뜨개질을 가르치고 바퀴벌레들을 쫓아다닌다.
두 번째 고양이는 럼텀터거로 암고양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은 바람둥이이다.
어두워질 무렵 그리자벨라가 나타난다.
그녀 역시 젤리클 고양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수년 전에 바깥 세상으로 나갔다.
한때는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누추하고 낡은 모습이다.
다음은 뚱뚱한 버스토퍼 존스, 언제나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하얀 각반을 차고
영국 선술집이나 클럽에서 먹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맥캐버티가 어디선가 큰 소란을 피우자, 다른 고양이들이 겁에 질려 숨을 곳을 찾는다.
무대 밖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더니 언제나 같이 사는 가족과 문제를 일으키는 몽고제리와 럼플티저가 들어와 한바탕 장난친다. 듀터로노미가 도착하자 고양이들은 다시 모인다.
멍커스트램이 듀터로노미를 위해 오락거리를 마련한다.
고양이들은 '팩케스와 폴리클간의 처참한 전쟁과 폴리클 개들의 행진곡'이라고 이름 붙인 쇼를 진행한다. 다시 한 번 맥캐버티에 의해 고양이들은 달아난다.
듀터로노미가 그들을 달래서 다시 모인다.
이제는 모든 고양이가 축하의 춤을 추고 일년에 한 번 있는 큰 댄스파티가 열린다.
그리자벨라가 다시 한 번 축하의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고양이들은 그녀를 경멸하고,
그녀는 그녀가 예쁘고 젊고 행복했던 시절을 노래한다.
● 제2막 : 헤비사이드 레이어에서 새로운 삶을 얻을 젤리클 고양이는 ....
극장 고양이 거스가 들어온다.
그리고 거스의 상상 장면이 이어지는데 '그라울타이거의 마지막 모습'이란 연극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기차 차장 고양이 스킴블 샹크스가 자신을 소개한다.
모든 고양이에게 친근한 아저씨 같은 스킴블샹크스는 기차에 올라 모든 세부사항까지 완벽하도록 만든다.
세 번째로 분위기를 망치는 소란 속에 이번에는 악명 높은 맥캐버티가 나타났다.
맥캐버티의 두 심복이 나타나 듀터로노미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맥캐버티가 듀터로노미로 변장하고 나타나지만 곧 들통나고 멍거스트랩을 비롯한 수컷 고양이와 싸운다. 거의 져가던 맥캐버티가 모든 전등을 나가게 해서 젤리클 고양이는 어둠 속에 남게 된다.
럼텀터거가 마법을 하는 미스터 미스토팰리스에게 부탁해 듀터로노미를 되돌려 놓는다.
듀터로노미가 젤리클 고양이를 선발하려는 순간, 그리자벨라가 다시 나타난다.
그녀는 '메모리'를 부르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그녀에게 등을 돌렸던 다른 고양이들도 그녀를 다시 받아들인다.
듀터로노미는 그리자벨라를 고양이들의 천국,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라가 다시 태어날 고양이로 선택한다.
듀터로노미는 '다음 해 말에 다시 축제가 열리리라'는 노래를 부른다.
3시간여의 공연이 끝날 때쯤 25명의 각기 다른 고양이들은 메인 홀에 나와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피날레 도중에 25명의 각기 다른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며 뮤지컬의 열기를 더 높여주었고 이후 이 열정적인 공연은 막을 내렸다. 마지막 피날레 이후 사람들은 기립 박수를 통해 커튼콜을 외쳤고 이에 보답하는 듯 <캣츠>팀은 다시 나와 자신들을 호응 해준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과연 명작이며 명배우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캣츠> 공연은 일반 공연을 넘어 사람과 뮤지컬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매개 역할을 충실히 하였고 그들의 뛰어난 연기와 열정적인 무대 매너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잊지 못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아쉬움에 하우스를 떠나지를 못했다. 포스팅된 부분에 모여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 공연 관련 용품을 사는 사람들(나도 책자를 한권 샀다), 다른 뮤지컬 공연 팸플릿을 보며 예약 예매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대형 작품 하나가 공연문화에 끼치는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마 한국의 공연 문화에도 <캣츠>와 같은 대형 작품 하나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런 작품이 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오리지날 공연이 있다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로 오는 내내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가운데에 <캣츠>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차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