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Thee / Eliza Acton
I love thee, as I love the calm
Of sweet, star-lighted hours!
I love thee, as I love the balm
Of early jes'mine flow'rs.
I love thee, as I love the last
Rich smile of fading day,
Which lingereth, like the look we cast,
On rapture pass'd away.
I love thee as I love the tone
Of some soft-breathing flute
Whose soul is wak'd for me alone,
When all beside is mute.
I love thee as I love the first
violet of the spring;
Or the pale lily, April-nurs'd,
To scented blossoming.
I love thee, as I love the full,
Clear gushings of the song,
Which lonely--sad--and beautiful--
At night-fall floats along,
Pour'd by the bul-bul forth to greet
The hours of rest and dew;
When melody and moonlight meet
To blend their charm, and hue.
I love thee, as the glad bird loves
The freedom of its wing,
On which delightedly it moves
In wildest wandering.
I love thee as I love the swell,
And hush, of some low strain,
Which bringeth, by its gentle spell,
The past to life again.
Such is the feeling which from thee
Nought earthly can allure:
'Tis ever link'd to all I see
Of gifted--high--and pure!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 엘리자 액튼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별이 빛나는
감미로운 시간의 고요함을 사랑하듯이!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일찍 핀 재스민의
그윽한 향기를 사랑하듯이.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저무는 하루의
부요한 미소를 사랑하듯이.
그것은, 우리가 던지는 눈길처럼,
사라진 황홀함을 아쉬워하며 서성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다른 모든 것이 침묵할 때
나만을 위해 영혼이 깨어있는,
부드럽게 호흡하는 피리의
음색을 사랑하듯이.
봄에 제일 먼저 핀 앳된 제비꽃을
사랑하듯이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혹은 4월이 가꾼, 창백한 나리꽃에서
머금은 만개滿開에 이르기까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충만한 노래의
투명한 분출을 사랑하듯이.
안식과 이슬의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나이팅게일이 쏟아낸 그 노래는
고독하게--구슬프게--아름답게--
땅거미를 타고 떠다닙니다.
그럴 때면 자기의 매력과 색조가 어우러지도록
선율과 달빛이 만납니다.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기꺼운 새가
자기 날개의 자유를 사랑하듯이,
그 자유를 타고 새는 기뻐하며
거침없이 방랑합니다.
어느 낮은 가락의 울려 퍼짐과 침묵을
사랑하듯이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것은, 상냥한 주문呪文으로,
과거에 다시 생명을 가져다줍니다.
세속의 그 무엇도 그대로부터
꾀어 낼 수 없는 그런 느낌입니다.
빼어나고--지고하고--순수한 것에서 내가 본
모든 것과 영원히 결합된!
[작품읽기]
아무래도 사랑의 시는 막연한, 중립적인 태도가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불
타는 심정 아니면 그렇게 모진 불을 지르는 고혹한 애인의 마음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그리고 그 맛을 더욱 치밀하게 음미하기 위해서는 눈이 아니라 입으
로 읽어야 한다. 눈으로 읽으면 눈만의 노동이지만 입으로 읽으면 시각과 청각
도 자연스럽게 동원된다. 사랑은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이다. 엘리자 액
튼의「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는 소리 내어 읽어야 그
사랑의 선율이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렇다면 누구의 관점에서 읽어야
금상첨화일까. 사랑을 고백하는 입장에서, 아니면 고백받는 입장에서.
이 시는 여덟 번 반복되는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각각 다른 여덟 개의 비
유와 맞물려 있다. 화자의 사랑 고백은 비유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 사랑은 비유에 의해 정의되고 비유에 의해 생명을 얻는 사랑처럼 보여진다.
그래서 화자는 그냥 사랑하지 못하고 “별이 빛나는 감미로운 시간의 고요함을
사랑하듯이”사랑하고, “일찍 핀 재스민의 그윽한 향기를 사랑하듯이”사랑하
고, 그리고 계속 무엇과 무엇을 “사랑하듯이”사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
는 “기꺼운 새가 자기 날개의 자유를 사랑하듯이”사랑한다는 표현에 끌리지만
액튼의 주된 관심은 비유의 정교함이나 다양함에 있지 않는 듯하다. 여덟 개의
사랑의 비유는 화자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의 전부가 아니라 시의 물리적 표면
에서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비유들의 부분적인 표상일 뿐이다.
만약 스스로를 사랑 고백의 대상으로 상상하고 이 시를 감상한다면 시의 마
지막 행을 입에서 떨구었을 때 기억에 남는 비유를 생각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이다. 정보의 증가는 인식의 명료함이 아니라 무질서를 증가시킨다는 엔트로피
법칙의 파생 원리처럼, 화자가 구사하는 다채로운 비유는 그의 추정적인 다채
로운 사랑을 증명하기 보다는 그가 드러내고자 했던 사랑의 정체를 오히려 혼
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토록 계속 “사랑하듯이”사랑하는 것이
과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난감함은
비유적인 표현법--이 시의 경우는 직유법(simile)--의 생래적인 한계와도 무
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유란 것이 본시 불안하고 불완전한 것이다.
그렇다고 액튼의 시가 사랑의 표현이 요령부득한 그저 그런 시란 뜻은 아니
다. 이 시는 나름의 오롯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 그 품격은 모순처럼 들리겠지
만 방황하는 듯이 나열되어 있는 비유들에서 비롯된다. 시에 등장하는 비유들
을 집합적으로 조망했을 때 우리는 화자가 그의 애인을 매우 각별하게 사랑하
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화자에게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독점적이고 배타적
인 행위가 아니다. 화자에게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의 삶의 풍경을
구성하는일체의존재와현상에대한사랑의경험을전제한다. “ 저무는하루의
부요한 미소”를 사랑할 수 없다면, “봄에 제일 먼저 핀 앳된 제비꽃”을 사랑할
수 없다면 “그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꽃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그 꽃을 포함하여 그 꽃이 뿌리 내린 땅을, 그 꽃에 날아온 벌과 나비를,
그 꽃에 물을 주는 손길 모두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화자의 사랑이 기특하게 여겨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어떤 단서나 조건을 붙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사랑하는 것이다. 화자에
게 “그대”는 오직 “그대”로서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잘 생겼는지 못생겼는
지, 부유한지 빈곤한지, 화자의 사랑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 등등, 화자는 “그
대”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누락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는 단순한 청춘남
녀의 연애시를 넘어서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만약 이 시의 화
자와 청자 또는 청자와 화자의 관계가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신과 인간의
관계라면 어떨까. 그래도 시는 별 거슬림 없이 읽혀진다. 아니 독특한 감흥마저
불러일으킨다.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사랑을 고백하는 화자의 마음으로 읽어야 얻는 것
이 많은 시다. 그 마음은 자신의 연정을 야무지게 정제하지 못하는 다소 서툰 마
음일지언정 인색하지 않은 풍요로운 마음이며, 사랑하는 대상의 존재 방식이 아
니라 존재 자체를 기뻐하는 마음이며, 끝없이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뜨
거운 마음이며, 사랑의 보편적 포용성을 훼손하지 않는 넉넉한 마음이다.
[작가소개]
엘리자 액튼 (Eliza Acton, 1799~1859)
영국의 어느 양조장집 딸로 태어나 시인으로서보다는 최초의 현대적인 요리책 저
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과작의 시인으로 그녀의 시는 대부분 로맨틱한 주제와 사랑
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있다. 문학성이 탁월한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냥 잊
혀 지기에는 아까운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