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현 수 박사
평택대학교 부총장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주 되심의 영성
<하나님 형상>
1937년부터 1939년까지 교회에 대한 나치 정권의 적대 행위와 핍박은 날로 극심해졌다. 화폐법을 제정하여 신부들과 수녀들이 교회 외부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였다. 게스타포는 필요할 경우 진압 작전을 쓰기도 하였다. 복음주의 교회의 목사는 장기간 투옥되기도 하였다. 종교 학교는 모두 폐쇄되었다.
이러한 나치 정권의 통제와 압박 속에서 독일 교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함께 뭉쳤다. 겉으로 드러나는 저항은 개신교회에서 먼저 일어났다. 1934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복음주의 교회들은 바르멘에서 회의를 열어 바르멘 선언을 채택했다. 칼 바르트는 “고백 교회” 편에서 이 선언의 초안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바르멘 선언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나치 정권이 부르짖는 교리를 비판하였다: 1) 교회가 하나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것이라도 말씀 선포의 근원이 되거나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리고 다른 어떤 사건이나 능력 및 형상이나 사실을 하나님의 섭리처럼 인정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2)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주로 섬길 수 있다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공의와 구원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3) 교회가 복음 선포와 질서의 내용을 지배하는 세계관이나 정치적 이론에 따라 그 편을 좇거나 바꿀 수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잘못이다. 4) 교회가 어떤 지배력을 갖춘 지도자가 있을 수 있다고 하거나 그렇게 하는 것은 잘못이다. 5) 국가가 국가의 직무를 넘어서서 인간의 유일하고 전적인 질서가 있다고 믿거나 교회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다. 6) 교회가 인간적인 자기 영광을 위해 주님의 말씀과 사역을 자의적으로 선택한 욕망이나 목표 및 계획에 맞게 변질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바르멘 선언은 나치가 독일 교회를 적대시하는 순서를 뒤집었다. 먼저 그것은 국가 권력이 교회의 영역을 간섭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교회와 국가 권력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의 영역이다. 하지만 국가 권력은 교회 밖의 질서를 다스리는 세상의 영역이다. 이것은 오늘날 흔히 말하는 정교 분리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만일 국가 권력이 교회 영역을 침범한다면 교회는 국가 권력에 마땅히 맞서야 한다. 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다스림만을 받아야 할 신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바르멘 선언은 교회가 국가 권력이 성경의 말씀을 따라 통치행위를 하도록 하나님의 뜻을 밝히고 비판하는 선지자적 사명을 갖는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선지자적 사명은 국가 권력이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바르게 통치하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회와 국가 권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선언의 바탕에는 두 가지 사실이 깔려 있다. 하나는 기독교 신앙이 관계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삶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까지 이른다. 특히 정치 영역은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는 중요한 영역가운데 하나다.
다른 하나는 국가 권력이 절대적 선이 아니라 상대적 선만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추구하는 정의와 평화는 하나님 나라에서 실현된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의 미래에 실현된다. 현실은 언제나 지배와 억압이 있다. 따라서 교회는 국가 권력이 보다 나은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도록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이러한 바르멘 선언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믿음의 공동체란 사회가 그리스도가 주로서 다스리는 공동체가 되도록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Lord)로 고백하고 그의 다스림을 받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만물의 주, 곧 사람이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영역을 다스리는 분이다. <계속>
출처j...복음신문....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조직신학 교수...신 현 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