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49.
열무꽃
열무가 꽃을 피웠다
깊은 산 속 숨어서 핀 조팝나무처럼
다래 넝쿨 우거진 숲 속의 마타리꽃처럼
혹은,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백두산 수국처럼
열무가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몰래 꽃을 피웠다
피하는 것은 내가 아닌데 피하는 것은 저희들이었구나
내가 미워한 적 없었는데 숨어서 핀 것은 너희들이었구나.
유난히 조숙한 동창생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 이듬해 그녀는 시집을 갔다
뜨거운 햇살 내리 쐬는 여름,
밭을 매던 어머니는 덜 자란 열무를 뽑아 밭두렁에 던졌다
열무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 피고 열매를 맺었다
버림받고 피워도 벌 나비는 알아서 찾아왔던 그 밭두렁,
집 툇마루에 앉아서 올려다만 보아도 보이는 산밭이 있었다
이른 아침 농장에 왔더니
열무밭에서 열무 하나가 꽃을 피워놓고
옛날 울 어무니 오르내리던 산밭을 떠오르게 한다
밭두렁에 낮게 엎드려서 핀
누이처럼 실거웠던 동창생을 떠오르게 한다.
첫댓글 열무가 조그만한 때는 먹음직 스럽웠는데, 커버리니까 꽃만 제외하고 영 억새게 생겼구먼... 그리하여 모든게 때(적기)가 있는 모양이군
군데 군데 벌래먹은 흔적이 있군. 원래 벌래를 먹을정도로 상처가 있으면 농약을 치지않았으니 그만큼 신선하다. 이정도로 알고있다.벌래에 먹힐때 이열무는 그것을 치유하기위하여 많은 노력을하며 우리몸에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군. 인생도 마찬가지 모진 풍파를 이겨 내면서 살아온 인생은 많은것을 포용하며 살아 갈 수 있다던가? 그저 모든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있는 농부시인을 보며 특히 올해에 농사지으며 써가고있는 시를보면서 많은 느낌을 생각해보았다네...농부시인? 농부CEO???
아름 다운 글 잘읽고 갑니다.
남은시간도 줄겁고 행복하길^*^~~~
잘 계시지요?
한 번 나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