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해운대해수욕장 모래복원에 대해
●백사장 모래 언제부터 사라졌나?
해운대해수욕장은 1920년까지만 해도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모래가 춘천까지 쌓여 ‘구만들’이라고 불리는 갯가였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끝난 뒤부터 해수욕장과 휴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6.25 전쟁 기간부터 육십년 대 초반까지 이 해수욕장의 모래밭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런데 육십년 대 중반에 들어 그 철조망이 걷히는 가 했더니 어느새 그 북동쪽 끄트머리에 그때로서는 귀에 익숙치 않은 ‘관광호텔’이라는 것이 세워지게 되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가 사라진 시점이 이때부터다. 이는 1967년에 극동호텔이 생길 때에 백사장 뒤를 돌아가며 쌓은 높고 볼쌍 사나운 콘크리트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벽 자체에 모래밭을 빼앗겨 그 만큼 좁아졌을 뿐더러 바닷바람이 가로막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닷물이 모래밭을 넘나들면서 모래를 빼앗아 갔다. 물론 바람이나 바닷물의 영향이 금방 눈에 뛸 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줄어든 것은 확실했다. 따라서 모래가 바닷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다 밑에 둑을 쌓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2004년 태풍 ‘메기’때 모래가 휩쓸려 내려가 백사장 끝자락이 참담한 몰골을 드러냈다.
●줄어든 백사장과 지금까지의 방지 노력
한편 1980년대부터 해운대구청에서는 모래유실을 방지하고자 엄청난 고민을 해 왔으며 실제로 해마다 많은 양의 모래를 해운대 백사장에 쏟아 부었다.
백사장 살리기 운동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해운대구는 백사장 살리기 운동인 ‘샌드트러스트 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 1990년부터 매년 2천800㎥의 모래를 투입했지만 허사였다. 투입하는 양보다 배 가까운 연 5천㎥의 모래가 파도에 쓸려나가 버렸다.
1947년 폭 70m, 면적 8만 9천㎡이던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은 지난 2004년 폭 38m, 면적 4만 8천㎡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60년도 되지 않아 백사장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수중 방파제와 잠제 설치
미포와 동백섬에 수중 방파제와 잠제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해운대구는 10여 년째 이를 국가사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해 왔다. 지난해 국토해양부로부터 선도사업지구로 승인받아 국가사업 지정의 길이 열리는 듯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안에 포함하지 않아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해운대구는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방문해 해운대 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의 당위성을 설득한 끝에 올해 가까스로 예산에 10억 원을 신규로 반영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국토해양부는 사업비 492억 원을 전액 국비로 투자해 해운대 해수욕장 복원에 나서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13년부터 해운대 해수욕장에 모래 62만㎥를 투입해 백사장 폭을 기존 40m에서 70m까지 늘릴 전망이다. 이후에도 모래 유실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미포와 동백섬 인근 수중에 각각 200m 길이의 잠제를 추가로 설치하게 된다.
●수중 방파제와 잠제 설치의 우려 목소리
하지만 잠제 설치에 대한 반대의 의견도 있어왔다. 모래유실에 대한 정확한 원인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제를 설치하는 것은 거액의 예산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과거 대구 가톨릭대 서종철 교수는 백사장 모니터링 기간이 1년 정도로 짧고, 수중에 설치되는 토목공학 기법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종섭 교수는 잠제가 설치될 경우 미포항이 퇴적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수중제방 설치에 대해 첫째는 해운대 모래가 상시적으로 유실되지 않고 태풍 등의 영향으로 일시에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연구 미흡과 수중 제방 설치가 이를 억제할 효과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였고, 두 번째로 미포와 동백섬 양쪽200m식의 수중방파제가 조수의 흐름을 약화시켜 여름철 해수욕객으로 인한 수질 오염에 대한 희석 효과가 저하되어 수질에 악영향을 줄 우려도 표명했다.
고층 빌딩에 포위당한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유실의 일반적 원인과 모래 공급원 사라져
한편 이번 기본계획안이 확정될 경우 해운대 수중제방 설치에는 모두 약 5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모래톱과 나란히 건설된 도로와 양쪽 끝부분의 호안벽 사이에 초승달 형태로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모래톱의 모래는 바다쪽으로 쓸려가는 것 외에는 나갈 길이 없다. 또 대형 건물들이 해수욕장과 맞닿아 병풍처럼 늘어서서 육지 쪽으로 모래를 밀고 오는 파도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
해수욕장 서쪽 모래톱과 동백섬 사이로 들어오던 춘천천의 물길이 해수욕장과 관계없는 동백섬과 대우매립지 사이로 돌려져 더는 해수욕장에 모래가 유입될 수 없다. 반면, 동백섬과 대우매립지 사이의 인공적인 춘천천 하구에는 모래톱이 형성돼 준설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해운대해수욕장 해안도로와 건물들의 환경적 요인도 중요
그동안 모래 침식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래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해안도로 건설로 인한 육상모래 바다 유입량 감소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연안 매립(마린시티)과 인공구조물 건설에 따른 해수흐름의 변화를 지적했다. 특히 해안가 인근에 해안도로나 건물을 환경적 고려 없이 만드는 것이 모래 유실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나타났듯이 해안가 인근 해안도로나 건물의 환경적 고려도 중요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운대 미포입구에 또다시 대형 건물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미포와 동백섬에 수중 방파제와 잠제 설치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모래 유실의 근본적인 원인규명과 그 대책으로서는 미흡하다. 모래유실의 중요원인인 호안도로와 높은 건물에 대한 환경적 고려가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없다. 그리고 춘천의 물길을 돌림으로써 모래공급원이 사라졌는데 이를 되돌릴 근본대책도 없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정밀한 진단 아래 대책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컷 돈 들여 설치했는데 복원은 커녕 계속 모래만 줄어들면 어쩌나 염려스럽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 신도시라이프의 기사중 제일좋았던 내용입니다. 서울 중앙지와 부산일보등 지방지에서는 절대 볼수 없었던 좋은 소식, 발로 뛴 흔적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해운대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소식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