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없는 이명박 정부

소통의 의미와 절차 - 허신행 박사(전농림수산부장관, 한몸사회포럼 대표)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소통의 부재’란 진단이 내려졌었다. 그래서인지 새로 짜여진 청와대 조직인선에 소통인들이 들어섰다. 대통령 주제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득에 따른 대출규제(DTI) 완화조치가 나왔다. 관련 부처들과의 의견이 서로 엇갈려 결국 ‘발표 연기’로 봉합되었다. 정부 내에서마저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9개월 동안 온 나라의 갈등 속에 휩싸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지방선거 후 원점으로 돌아간 이유나, 대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을 놓고 호된 진통을 겪은 이유 역시 소통의 부재에 있다. 쇠고기 촛불시위도 소통의 부재로부터 촉발되었다. 정부만 소통의 부재를 안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천재 기업가로서 각광을 받아온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로 최근 출시된 아이폰4의 수신기능 결함을 낳았고, ‘안테나 게이트’란 해명과정에서도 오만과 자만심으로 세계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도요타 자동차회사가 몇 가지 결함으로 리콜과 해명과정에서 숱한 화제와 비판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조직 안팎의 소통부재에 기인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사 부도나 월가의 금융위기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부재라는 것이 중론이다.     소통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자 정치인들은 ‘낮은 자세’와 선거구민들 ‘떠받들기’, ‘겸손’ 등을 앞세워 시장과 공장 등을 돌며 악수하고 자세를 한껏 낮추는 것이 요즘 유행이다. 의견을 듣는 척하지만 카메라가 지나고 나면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런 행태는 진정한 소통의 방법이 아니다.    기업인들의 소통방식은 다르다. 100년 동안 2등에만 멈춰 있던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회장(인도 출신)은 직원들과 친어머니처럼 쌍방향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서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를 따라 건강음료 시장을 개척하고 코카콜라를 제칠 수 있었다.   볼보의 레이프 요한손 회장 역시 직원들과 허물없는 의견을 경청하고 수평적 토론을 거듭한 결과 스웨덴의 자존심이던 자동차 주력사업을 매각하고 트럭과 건설중장비를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전환시켜 성공했다.   뉴질랜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자유무역지대(FTA)의 파고에 직면, 정부와 국민들이 오랜 기간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발전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소통’ ‘소통’ 하면서도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통이란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데 있는 것 같다. 소통이란 일방적인 의견청취나 반대자에 대한 설득과 홍보가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 간에 각자의 생각이 막히지 않고 물이나 공기처럼 서로 교환되어 의견통일을 이뤄내는 것이다.     ‘세계 디자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아이디오(IDEO)의 직원 간 소통 5단계는 최근 기업인들로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관찰, 브레인스토밍, 시험용 모델 만들기, 정선하기, 실행이다. 관련된 자료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하며, 서로 배우면서 내용을 향상시킨다. 현장을 답사하고 시제품을 만들어보며 체험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최선의 안을 선택하고 모든 참여자들로부터 동의를 얻는다. 이런 소통방식은 디자인 컨설팅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최근 추세다.      필자가 농수산물중앙도매시장에서 수많은 분쟁과 갈등문제를 해결하면서 터득한 소통 과정은 여섯 가지다. 분쟁 당사자 간 실질 대표의 선정, 제3의 객관적인 전문가 집단 참여, 분쟁 조정자(정부)의 엄정한 중립, 지속적인 토론과 협상, 의견 불일치 시 합동조사, 완전 합의원칙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해결되지 않은 분쟁은 없었다.     가정이나 기업, 정부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통방식을 제대로 알고 일정한 절차에 따라 전원 합의에 이르면 내용을 향상시키면서도 문제는 소멸되기 마련. 소통이 적어질수록 시끄러워지고 소통이 많아질수록 조용해지므로 소통이 물과 공기처럼 자유로워지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