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咠 소곤거릴 집/참소할 집
겯다
咠의 전문
咠의 전문 자형은 口와 耳의 합자입니다. 咠이 실제 뜻하는 바는 선진(先秦) 이전의 문헌에서 확인하기 어려우며, 설문(說文)에서는 ‘聶語也[소곤거리는 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口를 ‘사람의 입’으로 보아, 귀에 입을 대고 있는 모양이라는 것에서 유추한 것이며, 이로부터 ‘귓속말, 참소하다’ 등의 훈(訓)도 뒤따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口가 다른 자형의 요소로 쓰여, ‘사람의 입’, 더군다나 ‘말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뜻을 가지지 않는 소리’나 ‘맞추다’의 어기를 함의합니다.
ex. 갑골문에서는 合(합할 합), 同(한가지 동), 司(맡을 사), 君(임금 군) 등이 예이며, 이후 자형에서는 和(화할 화), 周(두루 주), 命(목숨 명) 등이 그 예입니다.
聑의 갑골문
聑(편안할 접)의 갑골문은 서로 반대편의 두 귀를 맞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한 사람의 양귀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나란히 선 두 사람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 두 귀가 맞붙어 있는 모양을 그려 놓은 형상입니다.
聑이 실제 문장에 사용되는 예는 극히 드물며, 특히나 선진(先秦) 이전의 문헌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咠(소곤거릴 집)의 갑골문 자형으로 판단합니다. 즉 ‘귀와 귀를 맞추고 있는 모양’을 갑골문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전문에서는 보다 부호화한 것입니다.
合의 갑골문 同의 갑골문 司의 갑골문 君의 갑골문
咠 자의 口도 ‘맞추다’의 어기(語氣)를 나타내어, 耳의 ‘쪽(/쪼가리/나부랭이)을 맞추다’나 耳의 ‘꿰다/끼우다’에서 ‘꿰어 맞추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릇 글자란 언어에서의 구(句)나 절(節)같은 개인적이고 관념적인, 혹은 주관적인 표현을 시각화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낱말의 소릿값’을 형상화하는 것입니다. ‘두 물건의 귀와 귀를 맞추다[꿰다]’에 해당하는 배달말로는 ‘겯다’가 있습니다.
겯다
(1) 대, 갈대, 싸리 따위로 씨와 날이 서로 어긋매끼게 엮어 짜다.
(2) 풀어지거나 자빠지지 않도록 서로 어긋매끼게 끼거나 걸치다.
(3) 실꾸리를 만들기 위해서 실을 어긋맞게 감다.
戢 거둘 집/즙
겯지르다
戢의 전문
戢의 전문 자형은 咠과 戈의 합자입니다. 戈 자는 자루가 긴 창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무기나 싸움, 큰 동작의 뜻을 나타내며, ‘세우다’나 ‘두드러진 동작이나 모양새를 하다’는 어기를 함의합니다.
咠의 ‘겯다’에서 ‘겯어 세우다, 겯어 놓은 동작행위를 하다’로 순우리말의 ‘겯지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겯지르다
(1) 서로 마주 엇갈리게 걸다.
(2) 엇갈리게 하여 다른 쪽으로 지르다.
禁戢(금즙 ; 어떤 사람을 물리치거나 어떤 일을 하지 못하도록 금함), 徵戢(징즙 ; 허물이나 잘못을 뉘우치도록 나무라며 경계함)에서 戢이 ‘겯지르다’로 ‘묶다’의 강조된 표현으로 ‘꼼짝 못하게 하다’는 비유어로 쓰인 것입니다.
載戢干戈 載櫜弓矢 『詩經·周頌』
이에 창과 방패를 겯지르고, 활과 화살을 싼다.
鴛鴦在梁 戢其左翼 :
원앙새 어량(魚梁)에 앉아서 왼쪽 날개를 겯는다.
상기(上記) 두 시경(詩經) 구절 중 첫 번째의 戢는 일반적으로 ‘병장기를 모으다’로 풀이하고 있으며, 두 번째는 ‘움츠리다’ 등으로 풀이합니다. 이는 순우리말의 ‘겯지르다’에 대한 중국어식의 각기 다른 풀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戢의 ‘병장기를 모으다’라는 뜻은 지금도 군대에서 제식훈련이나 휴식 시에 서너 자루의 소총의 귀를 서로 어긋매끼어 세워두는데, 바로 그 모양의 ‘겯다’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太祖世長咸州, 恩威素積, 民仰之如父母, 女眞亦畏慕自戢. 『太祖實錄 總序 43』
태조(太祖)는 세세로 함주(咸州)에서 생장(生長)하여, 은혜와 위세가 본디로 쌓여 백성이 마치 부모처럼 우러렀던 게며, 여진(女眞) 또한 두려워하고 사모하여 스스로 결리었다.
상기 문장의 戢은 ‘겯다’의 사동형인 ‘결리다(/남에게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조심하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楫 노 즙/노 집
겯지르는 나무, 삿대, 상앗대
楫의 전문
楫의 전문 자형은 木과 咠의 합자이며, 咠의 ‘겯다’에서 ‘겯는 나무/겯지르는 나무[木]’, 즉 사공(沙工)이 노를 저을 때, 배가 똑바로 가도록하기 위하여 한 쪽씩 어긋매끼게[/≒겯게] 젖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楫은 배의 후미에서 젓는 ‘삿대, 상앗대’를 의미합니다.
舟楫(주즙 ; 배와 삿대라는 뜻으로, 배 전체를 이르는 말)에서 楫이 ‘삿대’의 뜻입니다.
濈 화목할 즙
겯질러 놀다, 겯질리다
濈의 전문
濈의 전문 자형은 水와 戢의 합자이며, 戢의 ‘겯지르다’에 流의 축약인 水가 더하여, ‘겯질리다(/일이 이리저리 엇갈리게 얽혀 있어 서로 거리끼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爾羊來思 其角濈濈 『詩經·小雅』
양떼가 돌아옴에 그 뿔이 겯질겯질(엇질엇질)
상기(上記) 시경(詩經)의 구절에서 濈은 일반적으로 ‘사이가 좋다, 화목하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시경(詩經)은 주나라 때의 여러 제후국의 노래를 공자(孔子)가 편찬한 책입니다. 같은 글자의 연속된 사용은 대다수 의성의태어(擬聲擬態語)를 나타낸 것이며. 여기서의 ‘濈濈’은 ‘겯질겯질/엇질엇질’ 정도의 어감을 나타냅니다.
緝 길쌈할 집
실을 겯지르다, 걸다, 결리다
緝의 전문
緝의 전문 자형은 約(맺을 약)의 축약인 糸와, 咠의 합자이며, 咠의 ‘겯다’에서 실[糸]로 겯는다는 것에서 ‘걸다(/자물쇠, 문고리를 채우거나 빗장을 지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緝合(집합 ; 주워 모아서 합함)은 ‘걸어서 합하다’의 뜻이며, 集合(집합)은 ‘모이고 합하다’가 됩니다. 緝捕(집포 ; 죄인을 잡음)는 ‘걸어서 잡다’의 뜻입니다.
成王之學, 曰日就月將, 學有緝熙于光明, 所謂緝熙者, 繼續光明無少間斷之謂也. 『端宗實錄 3年 4月 17日』
성왕(成王)의 학문은 일취월장(日就月將)하여, 학문이 광명(光明)에 결어서 빛나며, 이른바 ‘결어서 빛남’이란 계속되는 광명이 조금도 간단(間斷)이 없음을 말합니다.
誠以元良一國之本, 而學與不學, 治亂自判, 苟不卑遜自下, 敏於學而如有所不及, 則其何以日進緝熙之域哉. 『肅宗實錄 20年 1月 17日』
성히 원량(元良)은 한 나라의 근본으로써 배우거나 배우지 않음에 따라 치란(治亂)이 절로 판별된다. 진실로 낮추어 겸손하여 자신을 내리고, 학업에 민첩하여 마치 미치지 않는 바가 있는 것처럼 않으면, 걸려서 빛나는 경역(境域)에 날로 나아가겠습니까?
상기 두 구문에 사용된 ‘緝熙’는 ‘결려서 빛나다’의 뜻이며, 여기서의 ‘결리다’란 ‘겯다(/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 또는 그렇게 하다)’의 사동형입니다. 이 경우는 緝의 糸는 約의 축약으로 ‘맺다(/물방울이나 땀방울 따위가 생겨나 매달리다)’의 뜻입니다.
葺 이을 즙
풀로 지붕을 겯다, 이다
葺의 전문
葺의 전문 자형은 艹와 咠의 합자이며, 咠의 ‘겯다’에서 풀[艹]로 겯는다는 것에서 ‘이다(/기와나 볏짚, 이엉 따위로 지붕 위를 덮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瓦葺(와즙 ; 기와로 지붕을 이음), 葺石(즙석 ; 이음돌), 茅葺(모즙 ; 이엉으로 지붕을 인 것), 修葺(수즙 ; 집을 고치고 지붕을 새로 이음) 등에서 葺이 ‘이다’의 뜻입니다.
輯 모을 집
겯질러 놓은 상태, 얽다
輯의 전문
輯의 전문 자형은 車와 咠의 합자입니다. 車가 자형의 요소로 사용되면 [움직이는 수레]라는 것에서 진행 상태나 상황의 뜻을 나타내기도 하며, [짐을 싣거나 사람이 탄다]는 것에서 ‘실리다, 타다’, 즉 ‘다른 기운을 함께 품거나 띠다’의 어기를 내포합니다. 輕(가벼울 경), 軟(부드러울 연) 등의 글자들을 ‘車+A’로 보았을 때, ‘A와 같은 상태, 상황이 실리다/띠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輯은 集(모을 집)과 훈독(訓讀)이 일치하는데, 集은 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모양에서 ‘떼를 짓다’로 ‘모이다’의 뜻이며, 輯은 咠의 ‘겯다’에서 ‘겯질러(/엮어/끌어) 모으다’로 ‘얽다(/노끈이나 줄 따위로 이리저리 걸다/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의 뜻입니다.
編輯(편집 ;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신문, 잡지, 책 따위를 만드는 일)은 ‘엮고 얽다’로 輯의 ‘얽다’가 ‘서로 관련되게 하다’는 어기를 나타냅니다. 編集(편집)으로 쓰면, ‘엮어 모으다’로 단지 기능적인 상태만을 의미하게 됩니다. 集散地(집산지)에서 集 대신에 輯을 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蒐輯(수집 ;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 모아서 책을 편집함)은 輯의 ‘얽다’과 ‘관련성이 있는 것’의 뜻을 품고 있으며, 蒐集(수집)으로 쓰면 ‘찾아 모으다’의 뜻이 됩니다.
出帥合浦, 築城開隍, 安集流亡. 『太祖實錄 1年 11月 26日』
나아가 합포(合浦)에서 원수(元帥)가 되어 성을 쌓고, 해자를 열어서 유망(流亡)을 안치고 모았습니다.
臣嘗爲開城府經歷, 見城內民居稠密 鱗次櫛比, 今者民居蕭條. 開城府乃故都, 固宜安輯人民, 使不逃散也. 『成宗實錄 9年 7月 21日』
신이 일찍이 개성부경력(開城府經歷)이 되었을 때 보니 성(城)내에 백성들이 조밀하게 거하여, 비늘처럼 차례로 즐비했는데, 지금은 백성들이 소조(蕭條)하게 거하고 있습니다. 개성부는 곧 옛 도읍이니 사람들을 안치고 얽어서 도산하지 않도록 해야 함이 굳고도 옳습니다.
상기 두 구문에서 첫 번째 태조실록에서는 ‘安集’이 쓰이고 있으며, 두 번째에서는 성종실록에서는 ‘安輯’이 쓰이고 있습니다. 集은 ‘모여 있는 상태’에 뜻의 중점이 있는 반면 輯은 ‘얽다’로 ‘서로 관계 맺음’으로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에 뜻의 중점이 있습니다.
揖 읍할 읍
손을 겯다, 읍하다
揖의 전문
揖의 전문 자형은 手와 咠의 합자이며, 咠이 ‘겯다’로 양손의 한 쪽 귀(/퉁이)를 어긋매끼는 자세로 ‘읍하다(/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다. 인사하는 예의 하나)’의 뜻을 나타냅니다.
揖의 현대중국어 발음은 ‘[yī]’인데, [읍]과 전혀 다릅니다. ‘[yī]’가 배달말로 전파되어 [읍]으로 소릿값이 변화된 것이 아니며, 반대로 상고대에 배달말의 [읍]이 중국어로 유입되어 화음의 음운현상에 따라 변화된 것이 ‘[yī]’입니다. 뿐만 아니라 揖은 현대중국어에서 활용되거나 쓰이지 않으며, ‘문언(文言)’이라는 강식(强式)으로 전해질 뿐입니다.
揖禮(읍례), 揖讓(읍양), 拜揖(배읍), 揖拜(읍배) 등에서 揖이 ‘읍하다’의 뜻입니다.
湒 비올 즙/집
결은 흐름, 겹다
湒의 전문
湒의 전문 자형은 流(흐를 류)의 축약인 水와, 咠의 합자이며, 咠의 ‘겯다’에서 ‘겨운 흐름’으로 ‘겹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복에 겨운, 힘겨운’에서 ‘겨운’은 ‘겹다’의 활용형이며, ‘겹다’는 ‘겯다’의 한 변형입니다.
겯다 (1) 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 또는 그렇게 하다.
(2) 일이나 기술 따위가 익어서 몸에 배다.
겹다 (1)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렵다.
(2) 감정이나 정서가 거세게 일어나 누를 수 없다.
(3) 때가 지나거나 기울어서 늦다.
鼓咠 북소리나지않을 첩
겹북
鼓咠의 전문
鼓咠의 전문 자형은 鼓와 咠의 합자이며, 咠의 ‘겯다’가 ‘겹’으로 쓰여, 북을 한 번 치고 나서 바로 그 소리를 잡기 위하여 북면을 슬며시 치며 누르는 동작인 ‘겹북(/북이나 장구의 북면을 왼손으로 ‘쿠궁’ 소리가 나게 겹으로 치는 일)’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鼓無聲也[북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無聲’이란 정상적인 북소리, 즉 북가죽의 울림이 안 난다고 한 것입니다. 도한 [첩]의 독(讀 )은 疊(겹쳐질 첩)에서 따온 것입니다.
咠十 말모을 집
결리어 나온 즙, 절다
咠十의 전문
咠十의 전문 자형은 咠와 汁(즙 즙)의 축약인 十의 합자입니다. 咠의 ‘겯다(/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 또는 그렇게 하다)’에서 汁과 더하여, ‘결리어 나온 즙’이란 것에서 ‘절다(/푸성귀나 생선 따위에 소금기나 식초, 설탕 따위가 배어들다/땀이나 기름 따위의 더러운 물질이 묻거나 끼어 찌들다)’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설문(說文)에서는 ‘詞之集也[말의 모음이다]’라고 자원(字源)을 설명하고 있지만, 咠나 十이 ‘말’의 뜻을 가질 수는 없으며, 배달말의‘절다’의 소릿값을 ‘(구구/)절절’로 곡해한 것입니다.
偮(사람많을 집), 諿(화할 집), 㣬(가는모양 집) 등의 경우처럼 咠 자가 포함되어 있지만 전문 자형에는 없는 글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자형 이후로 나온 글자들에서는 배달말의 소릿값 조합에 따른 뜻의 유추가 대다수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는 비단 이 咠(소곤거릴 집)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한자(漢字) 전체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 咠자가 포함되어 있는 글자들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독(讀) [집/즙]의 소릿값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현대 중국어의 입말에서 咠이 포함된 글자들은 모두 [qī], [jī]로 읽히는데, 이 중국어에서 이 소릿값에 ‘모으다, 이다, 거두다, 길쌈하다, 엮다’ 등의 일련의 뜻이 들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강식(强式)이나 오류에 의하여 붙여진 소릿값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2천년 이상을 중국인들이 강식으로 사용하면서 잠차 자신들의 낱말로 굳어지고, 중국어 음의 음운현상에 따라 변화하고, 때로 기존의 사고와 맞지 않는 글자들은 제거되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전가(傳家)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집/즙]의 소릿값은 한(漢)의 집권 후 본토에서 배달민족을 완전히 밀어낸 다음, 문자들의 소릿값을 재정리하는 과정[ex. 허신의 설문해자], 咠의 ‘겯다’의 뜻이 중국어에서 ‘모으다’로 풀이되는 것에서 集[jī]과 같다고 억지로 붙여버린 결과에 의한 것입니다. 현대 중국어에서 咠의 계열과 集의 음가(音價)는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자의 독(讀)은 중국어의 소릿값과도 또 다른데, 이는 본래의 배달말을 추정적으로 따르면서 화음(華音)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지식인, 혹은 학자인양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거의 대다수의 낱말을 영어단어로 사용하는 풍조가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625 동란 이후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를 통해 들어왔던 미국이라는 물질적 호화로움에 우리들 스스로가 피지배를 자체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당시에 사용하던 그 영어 단어들은 실제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사용하는 원음(原音)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른바 ‘콩글리쉬’인 것입니다.
수천 년 전에 지금의 중국 땅에서는 배달민족이 다른 여타의 민족들에게 이러한 지배력을 치명적인 기간 동안 행사했으며, 이후 한(漢)나라를 기점으로 한족(漢族)이 지배권을 완전히 장악 했지만, 그 ‘말과 글자’라는 정신문명의 지배권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굳어집니다. 이렇게 갈라진 배달말이 한족의 강세에 따라 표준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한문(漢文)’, ‘한자(漢字)’라고 부르고 있는 언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콩글리쉬’가 미국인과 영국인에게 ‘표준화’가 되는 것입니다. ‘핸드폰’이 ‘mobile phone’을 밀어내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