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검토 보고서를 18일 발표했다.
이 검토보고서는 앞으로 국회의 협정 비준 동의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석과 평가 내용을 담고 있다.
869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한-미 FTA는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절차적 하자와 함께, 협정문안의 일부 규정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 및 이익균형이라는 FTA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정의 위헌적 소지는 주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부분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핵심은 자동차 부문이다.
협정문 제2의 12조는 현행 지방세법상 배기량별로 5단계로 구분된 자동차세를 3단계로 단순화하도록 하고,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세제 도입을 금지하는 등 세율의 상한을 정하고 특정 종목의 조세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 조세를
정하는 것이 헌법 원칙이므로, 정부간의 협정으로 조세를 규율하는 것은 권한 남용의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도입된 조문이라 해도 정부는 조세의 변경은 자신들의 권한이 아님을 미국에 밝히고 거부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도입도 국회의 입법권이나 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쪽 보다 우리 쪽에 과다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미국만 지는 의무규정은 7개에 불과한 반면, 우리만 부담해야 할 의무규정은 55개나 된다. 1:8의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측만 지는 주요 의무규정은 △저작물 무단 배포·전송·복제 시 인터넷 사이트 폐쇄 △협정 위반 시 자동차 관세 철폐를
복귀하는 스냅백 조항 △미국 내 한국 투자자들에 대해 투자보호 규정 적용 배제 등이다. 이는 미국의 다른 자유무역협정과 견줬을
때 과다한 부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모로코의 경우, 1:5로 우리나라보다 나은 형편이며, 오스트레일리아는 1:0.8로
미국보다 오히려 부담이 적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과정에서 많은 법령을 개정해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완료했기 때문에 법개정 사항이 많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일방적 의무 규정이 명목상 수치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합리성을 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호혜를 바탕으로 이익 균형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미간 협정 체결 과정에서 △형식적 공청회 개최 △4대 선결조건 논란 야기 △사전 국회 협의 미비 △국민 의견 수렴 부족 △두차례 추가협의 통한 협정 문안 수정 등의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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