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과 나눔 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은 아름다운 삶을 이루려고 하루를 허투로 보내지 않습니다.
생명을 소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밥을 만드는 농부입니다.
농부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땅의 마음을 잘 헤아려 살아갑니다.
하늘과 땅이 쉬지 않고 낱알을 만드는 하느님인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사시는 분이 농부입니다.
저는 농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흙의 손을 사랑하고자 노력합니다.
농부의 마음에는 생명 하나도 업신여기지 않는 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연에 있는 그대로를 가져와 살피고 만들고 바라보는 것은
자연의 우주가 나의 형제요, 나의 부모임을 아는 까닭입니다.
아무리 작은 씨앗이라도 빛과 물과 바람과 흙을 함부로 맞이하지 않고
늘 새날을 사는 생명의 신명난 춤으로 곱고 야무지게 익혀 냅니다.
그 때마다 힘든 일들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마침내 열매가 되기에
제가 만나는 바탕인 자연 재료들에서 숭고한 우주의 숨을 느낍니다.
그래서 억지로 색을 입히거나 비틀거나 못 박지 않는 작품을 이루어
자연과 함께 놀고 자연과 함께 숨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갑니다.
농부의 마음은 자연에서 살던 착하고 순박한 생명과 같습니다.
그래서 작은 생명의 죽음에도 아파하는 하늘의 사랑이 있습니다.
밥티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정성껏 밥을 모시는 농부의 마음에서
저도 자연이 낳아준 생명의 한 터럭도 가벼이 대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선물 하나하나가 높고 큰 작품임을 알아 살아가고
여러분의 마음마음이 하늘 닮은 삶인 줄 알고 모시겠습니다.
날마다 한 번 만나는 새로운 날이라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고마운 시간과 공간과 인간을 생각하며 작품 활동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내 아는 선배님께서 농을 업으로 하시는데 그래서 밥의 의미를 아시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