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한 열흘 동안 무지하게 정신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들과 집안 일 등 여러 가지가 겹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지요.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한 비산 공부방 봉사를 오전까지도 깜빡 잊고 있다가 점심 때 생각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도립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책이 없었습니다.
열람실에서 우재영씨랑 신인영씨랑 오랫만에 만났는데, 급한 마음에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었어요.
책을 알아보느라 여기 저기 전화를 해댔죠.
박종경씨, 윤임경씨 등등....
내가 날짜를 잘못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독서위원장님께 전화를 하니 소 언니는 벌써 금오복지관에서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 계셨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서점으로 뛰어갔죠.
천만다행으로 책을 사서 비산으로 허겁지겁......
10분 전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공부방에는 오늘 달랑 네 명의 친구들만 나와 있었습니다.
3학년 성호, 2학년 태현이, 1학년 순민이, 6살 혜민이.
순민이랑 혜민이는 식당 일로 바쁜 부모님을 둔 남매였어요.
'연필' 노래를 함께 부르고, 서로 인사 소개를 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었어요.
오늘 준비해 간 책은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였습니다.
아이들이 귀기울여 잘 듣더라구요.
그림책 속에 폭 빠져 있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순민아, 네 동생 싸게 팔아라!"
"네?"
"혜민이 내가 오늘 사갈게. 나한테 싸게 팔지 않을래?"
순민이가 깜짝 놀라 펄쩍 뜁니다.
"안돼요. 혜민이 팔면 엄마한테 혼날 거예요."
옆에 앉아있던 혜민이가 말합니다.
"좋아요, 좋아. 선생님, 저 데려가세요. 우리 아빠도 저번에 내가 말 안듣는다고 팔아버린다고 했어요."
"잘됐네. 내가 혜민이 사갈게. 혜민이도 그러고 싶다잖아. 순민아, 네 동생 싸게 팔아라~~"
혜민이는 좋다고 박수를 치고, 순민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사래를 칩니다.
"안돼요, 비싸게 줘도 안돼요. 억만 원을 줘도 안돼요."
"그래, 그래, 알았어. 순민이는 그림책 속에 나오는 짱짱이랑 다르구나! 내가 잘못했어. 혜민이는 정말 좋겠다. 든든한 오빠가 있어서..."
잠시나마 불안했을 순민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줄줄이 꿴 호랑이'를 한 권 더 읽어 주고 나왔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나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오늘 이렇게 새 학기,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댓글 대표님! 그림이 그려지네요.. 금쪽같이 귀한 시간 내어주심에 순민이 혜민이 성호 태현이가 즐거운 경험했겠네요.. 꽃샘추위 속에 봄이 성~큼 다가옴이 느껴지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참 바쁜게 그려져 미안함 마져 느껴지지만 보람은 있었을 듯하여 좋네요.
아이들 모습이 보이는듯 하네요. 이저리 헐레벌떡 뛰어 다니 대표님 맘을 ......^^
책있냐며 저에게 전화 거실 때~그리 급박한(?)상황인줄은,,^^ ..........도서관에서 검색해도 없던데 신간이어서 그런가봐요...가영이도 읽고 싶다고 하던데요!....아직 동생이 없어서 감정이입이 되진 않을 듯 하지만요^^ 대표님도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