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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만난 篆刻의 미학 … 낙랑 봉니에서 현대 목도장까지 한눈에 | |||||||||||||||
지면으로의 초대_ 한양대박물관 특별전「印: 한국인과 印章」(5.19~9.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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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사인(sign)’이 사회 활동 곳곳에 스며들어버렸지만, ‘圖章’이 한 개인의 모든 것을 증명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역사는 길고도 오래됐다. 개인의 공적 표지였던 ‘印章’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형태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으며, 인장의 미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한양대 박물관(관장 이석규, 사학과)이 이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마련했다. 5월 19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한양대 박물관 2~4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기획전을 엿본다.
내 책상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서 굴러다니는 도장이 몇 개는 된다. 막도장, 결재도장, 인감도장 등등 나이를 먹어갈수록 도장 찍을 일도 많아져 그 종류도, 개수도 자꾸 늘어난다. 급할 때 도장포에 가서 몇 천원 주고 쉽게 팔 수 있는 게 도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장이 단순한 ‘이름 막대기’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도장의 가치와 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앞으로 도장을 대할 때마다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국내 최초의 印章文化史전시
전 세계적으로 인감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대만 세 나라 뿐이다. 1914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인감증명규칙’이 시행되면서부터 도장 없이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기란 어려워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도장에 대해 너무나 친숙해서일까. 정작 제대로 아는 게 없다.
한국에서 도장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도장엔 정말 막도장과 인감도장 밖에 없는 것인지, 그보다 인장은 뭐고 도장은 무슨 말인지, 한양대 박물관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했지만 서명이 갖는 편리함 때문에 점점 그 기능과 의미가 쇠퇴해 가고있는 인장에 대해서 인장의 성격과 본질, 그리고 변천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전시실만 3개 층을 마련했고, 대여 기관만 30여 곳, 개인 소장가 30여명에게 대여를 받았다.
기존 인장 관련 전시들이 조선시대 官印과 私印을 중심으로 개관돼 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제별, 용도별로 변화하는 모습에 중점을 둬 한국의 인장문화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인장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옛 사람들의 인장
인장의 始原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인장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기점으로 전파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문명 아래에서 나타난 실린더 인장과 풍뎅이 모양의 스캐럽은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등장했다.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인장의 최초 흔적은 한사군의 하나였던 낙랑의 封泥다. 봉니는 목간이나 죽간에 내용을 기재하고 보안 유지를 위해 진흙 덩어리를 붙인 뒤 인장을 찍는 과정에서 생긴 ‘인장이 찍힌 진흙 덩어리’를 뜻한다. 이들 인장에 사용한 문자와 제작 형태는 모두 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封印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일종의 信標기능을 한 인장은 삼국시대에도 왕실은 물론 관에서도 사용했는데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武京大乃末’이란 청동인은 현재까지 밝혀진 관직명이 적힌 최초의 인장으로 꼽힌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송나라의 제도와 문화를 수용해 이전보다 다양한 인장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청동으로 주조한 銅印이 주류를 이뤄‘고려동인’이라 별칭하기도 한다. 특히 고려동인의 는 사자나 해태 등 동물로 장식된 경우가 많아 인뉴 형태를 통해서 당시 공예와 주조기술의 뛰어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璽寶는 외교문서에 사용하는 것과 국왕이 통치에 사용하던 것, 이외 왕실의 공식 인장으로 구분되는데, 어보, 국새 등 다양하게 불렸다. 현재 전하는 행정용 새보로는 칙명지보와 제고지보, 대원수보 3점만이 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원수보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관인 또한 긴 역사만큼이나 체계적으로 마련된 규정 아래 제작됐는데 중앙 관청에서 사용했던 경관인과 지방의 외관인을 근대기 이전과 이후의 것들로 함께 전시함으로써 달라진 양식과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선시대의 인장은 실로 다양한 곳에 활발하게 사용돼 인장 문화의 꽃을 피운 시기라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실제 조선시대 사람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던 인장의 종류만 하더라도 자신의 호와 이름을 새긴 아호인과 성명인, 좋아하는 글귀나 문구를 새긴 詞句印, 책이나 서화에 사용한 收藏印과 藏書印, 문서를 봉할 때 사용했던 봉함인 등이 있다.
이들 예를 보여주기 위해 흥선대원군, 흥친왕, 영친왕 등 조선 말 왕실 사람들의 인장과 조선시대 문신들과 무관들의 인장을 비롯,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처음 선보이는 印譜들을 준비했다. 그 중에서 1968년 경부고속도로 공사때 백자호에 담긴 채 발견됐던 조선 중기의 문신 동호 홍석구 인장은 이번 전시의 백미라고 할 만큼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이 외 말 엉덩이에 찍었던 낙인, 한복을 장식했던 금박인, 인장이 찍힌 인각와, 양반집 부녀자들이 사용했던 부인도서 등을 전시해 인장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 각종 서화에 찍힌 무수히 많은 인장들의 인문 판독을 통해, 그 성격을 파악하고 書·畵·印이 밀접한 관계 속에 발달하였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현대인과 도장
현대사회에서 도장은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본인임을 나타내는 證票다. 그 중 인감제도의 등장은 현대인과 도장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公·私的거래 관계에 있어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도장은 한 개인이 태어나 성장하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사회생활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이러한 수요에 의해 이전 시기에는 볼 수 없던 도장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주는 점포가 생겨나기도 했는데, 전시장 안에 차려놓은 도장포에서는 근대에 유행했던 꽃도장이나 플라스틱 도장을 비롯해 추억 속의 도장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을 대신하는 도장이다 보니 사용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연을 담고 있기도 한데, 6·25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단서가 된 유해발굴단의 도장과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등 독립 운동가들이 실제 사용했던 도장,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청담 스님 등 종교인들의 도장, 박목월, 김남조 등 문학가들의 도장, 우체국과 은행, 관공서의 도장도 한 자리에 모아 보다 다양한 도장 사용의 예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한민국 명장 1호 최병훈 씨를 비롯한 이동일, 유태흥 명장의 작품을 전시해 그들의 화려한 손기술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몇 번이나 도장 찍을 일이 있을지 7가지 사건으로 정리해본 타임라인 전시장에서는 현대인과 도장의 밀접한 관계가 고대부터 사용된 유구한 印章史의 일부분임과 동시에 앞으로도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 계속 지켜 나아가야할 유산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方寸의 美: 한국 근현대 전각가들
한국의 근현대 전각사 40년을 돌아보고, 전각가들의 계보를 처음으로 정리해 선보였다. 印章은 그 자체가 갖는 실용적인 기능 외에 학문과 예술 기법의 발전에 따라 字法, 章法, 刀法, 와 印身의 조각까지 포괄하는 종합예술품이다.
구한 말 위창 오세창과 성재 김태석을 필두로 20세기 중반, 석봉 고봉주를 비롯한 철농 이기우, 회정 정문경, 여초 김응현, 심당 김제인 등 우리나라 전각계를 이끌어갔던 서화전각가들의 작품과 그들에게 사사받은 원로들의 작품을 통해 3.03cm 라는 方寸의 공간 속에 어떠한 아름다움을 새겼는지 감상할 수 있다. 이들 26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했다. 전각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삼은 印材또한 볼거리 중 하나다.
청대 鄧石如는 “서법은 인장에서 나왔고 인장은 서법에서 나왔다(書從入印, 印從書出, 書刻合一)”라고 했다. 전각의 刀法과 서예의 운필이 어떻게 조화를 이뤘는지, 전각과 뗄 수 없는 부분인 서예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각 작가들의 전각 끌의 효과와 印風의 개성을 한 자리에서 비교감상하며 우리나라 전각예술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篆刻의 현대적 變容과 활용
마지막으로 각종 책표지나 애니메이션, 무대·로고디자인 등에 전각을 활용해 대중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는 고암 정병례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이를 통해 전각이 현대생활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장과 관련한 체험 활동 및 교육프로그램은 6월부터 진행한다.
배원정 / 한양대박물관 학예연구사
기사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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