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51.
수박서리
잠들지 못한 시골 여름 밤,
달은 높게 떴다
내 그림자가 발 밑에 딱 엎드리고
허리 펴지 못한 그날
고란벌에는 참외수박 밭이 지천에 깔리고
달빛 부서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자리, 십자성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밤늦은 하교 길,
원두막에서 희미한 남포등 불빛이 새어 나왔다
코가 유난히 컸던 코부리 고씨 영감이
원두막을 비운 것은 좀체 드문 일이었다
그날 밤, 수박서리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손에 잡히는 것은 두근거림 뿐,
각자 품 안에 달 하나 별 하나씩 안고 돌아왔다
퍽, 쪼개진 것은 수박인데 모여든 것은 우리들 우정이었다
서리 수박을 쪼갰던 유년을 앞세우고
달덩이 같은 수박이 자꾸만 유년을 끌어 당겼다.
첫댓글 수박서리.. 고구마서리..참외서리.. 옛날에는 그저 재미로 했지만 지금은 걸렸다하면 죽음. 지내놓고 생각하면 수박서리 한번 않해보고 지내온 세월이 그나마 다행인듯싶다.
그저 추억으로 덮어 두기보다도 남에 물건 탐내지 않은 마음도 매우 중요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