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뜻밖의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서암정사가 그러했다. 이 날 일정은 벽송사와 금대암을 둘러 보고 지안재를 넘는 코스였다.
입구 주차장에 잠시 내렸다. 가게에 들러 주인한테 벽송사 가는 길을 물으니 "벽송사요. 별로 볼 게 없을건데.... 차라리 서암정사로 가세요"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순간 당혹스러웠다. 역사성이나 문화재적인 가치를 보면 서암정사는 나에게 낯선 사찰이었으니까. 인터넷에서 본 몇몇 사진들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주인장 말을 뒤로 하고 무작정 벽송사로 향했다. 내려 오는 길에 계속 가게 주인 말이 신경쓰였다. '시간도 빠듯한데....그래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자'. 암자의 초입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 절이 아니라 산 속의 예쁜 정원같구나'.
이 예쁜 산중 정원에 들어서면 고목나무 한 그루가 손님을 맞이한다. 장엄한 지리능선과 오랜 세월을 함께 했으리라. 고목나무 위에는 아직도 새 순이 돋아나 있어 끈질긴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담쟁이가 다 죽은 나무를 휘감은 채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서암정사는 인근 벽송사의 주지였던 원응 스님이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89년부터 조성했다고 한다. 이 산중의 정원은 기존의 절에 대한 생각을 일시에 바꾸어 버리게 한다.
자연암반 곳곳에 돌을 정교하게 쪼아 불상들을 만들어 놓았다. 조성된지도 얼마되지 않았을 뿐더러 인공적인 요소가 가미가 되어 있어 전혀 자연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암자는 기이하게도 자연과 퍽이나 조화롭다. >
놀라움은 절집 입구의 사천왕상을 지나 '대방광문'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인공석굴을 지나면 하늘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본격?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바위가 있으면 어김 없이 불상이 새겨져 있다. 이 불상들이 자연과 하나되지 못했더라면 자연만 파괴했으리라.
>조금은 연륜이 있는 듯한 동종 하나가 무르익은 가을 햇살을 쬐고 있었다.
화장실이 현대적이다. 나무로 지은 해우소가 아니라 붉은 벽돌로 만들었다. 이 현대적인 화장실은 지붕 위의 풀들로 인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연못으로 가는 길에 굴뚝 두 개가 연기룰 품어내고 있었다. 자연의 흙과 돌로 얼기설기 만들었나 보다.
수양버들이 연못에 머리를 감고 있었다. 이 깊은 지리산중의 연못이라. 인공적이긴 마찬가지지만 독특한 느낌을 준다.
탑으로 가는 길은 벼랑 위로 난간이 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벼랑 아래의 나무판으로 지붕을 이은 너와집이 정겹다.
법당인 극락전은 석굴로 조성되어 있었다.
극락전 내부의 화려한 조각
극락전 앞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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