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똥꼬에게
박경효 글, 그림
어느 날 입이 말했어요.
“난 입이라고 해.
또록또록 말을 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항상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하지.
엄마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뽀뽀도 나만이 할 수 있어.”
“또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우리 몸의 생일날, 케이크 촛불도 내가 끈다고.”
입은 침을 튀겨 가며 계속 자랑을 늘어놓았어요.
“내 안엔 하얗게 빛나는 이도 있어. 이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덩어리진 것을 잘게 부숴 줘!”
“그리고 혀는 부드럽고 날랜 몸짓으로 음식을 뒤섞으며 맛을 느끼게 해 주지. 난 우리 몸에서 최고야. 그런데 내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코야, 넌 뭘 할 수 있니?”
입의 시끄러운 수다를 못 들은 척하던 코가 콧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우리 몸에 맑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숨쉬기를 해. 향기롭고 맛있는 냄새는 좋지만, 쾌쾌한 냄새는 싫어! 그런 걸 구별해 주는 내가 너도 고맙지?”
입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래, 넌 정말 둘도 없는 친구야! 그럼 반짝이는 눈아, 넌 무슨 일을 하니?”
깜빡깜빡 눈꺼풀을 움직이던 눈이 대답했어요.
“세상 모든 걸 봐! 아름답고 예쁜 꽃도 보고, 높은 산과 푸른 하늘, 넓은 바다도 보지. 또 여러 가지 색깔들도 구별할 줄 알아. 내가 아니면 무슨 수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겠어?”
“그럼, 귀들아 너희는 무얼 할 수 있니?”
양쪽에 있는 귀들이 대답했어요.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또…….”
“몸이 기울어진 정도를 느끼지. 우리가 아니면 몸은 중심도 못 잡고 넘어질 걸. 아마 코부터 다치게 될 거야.”
이 말을 들은 코는 킁 하고 콧방귀를 뀌었지요.
입은 멀리 떨어져 있는 손을 생각했어요. 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맛있는 음식을 주고, 입안의 빛나는 이를 닦아 주기도 하거든요.
이번엔 발도 생각했어요. 발은 가장 멀리 있지만 입을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힘차게 달려서 상쾌한 바람을 마실 수 있게 해 주지요.
여러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입은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오므려 휘파람을 휘익 불었어요. 소리는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지요.
그때였어요.
어디선가 아주 기분 나쁜 소리가 났지요.
귀가 가장 먼저 말했어요.
“정말 기분 나쁜 소리군. 저 소린 대체 누가 내는 거야?”
눈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요.
“똥꼬가 더러운 똥을 싸는 중이야!”
코가 콧구멍을 막고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어요.
“어유, 냄새야! 입아, 네가 대신 숨 좀 쉬어 줘.”
입이 삐죽거리며 똥꼬에게 외쳤지요.
“야, 똥꼬! 넌 냄새 나는 똥이나 싸고, 생긴 것도 못생긴 게 하는 짓도 정말 더럽구나!”
그러자 이번엔 뿌우웅 하고 더 큰 소리가 났어요.
똥꼬가 방귀를 뀐 거지요. 또다시 눈은 눈살을 찌푸리고, 코는 실룩거리고, 입은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어요. 하지만 똥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있었지요.
입은 똥꼬가 정말 싫었어요.
“어유, 창피해. 저런 더러운 친구랑 같은 몸에 있다니! 똥꼬가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어요. 눈은 무거워진 눈꺼풀을 스르르 감고 코는 쌕쌕쌕 일정하게 숨을 쉬었지요. 입도 말을 멈추고 귀도 잠잠해졌어요.
어두움과 고요함만이 가득했지요. 그때 어디선가 아름답고 고운 음악 소리가 귀를 깨웠어요.
향기롭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죠. 입은 저절로 벌어져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어요. 모두들 눈에게 여기가 어딘지 빨리 알려 달라고 했지요.
눈이 황홀한 듯 말했어요.
“와! 여긴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입은 기분이 좋아 다른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어요.
“코야 안녕! 눈아 안녕! 귀야 안녕! 그리고 손과 발 모두 안녕!”
그 다음은 차마 말하기 싫은 똥고가 생각났어요.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 똥꼬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입은 손에게 똥꼬가 있는지 봐 달라고 슬쩍 부탁했어요.
손은 똥꼬가 있는 밑으로 슬금슬금 내려가더니 크게 소리쳤어요.
“앗! 똥꼬가 없어! 참 별일이야.”
“정말?”
이 말을 들은 입은 너무 기뻐서 입술 가장자리가 찢어질 듯 커졌어요. 하마터면 침을 흘릴 뻔했지요.
새로운 곳에서는 눈과 발이 가장 바빴어요.
눈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눈알을 굴렸고, 발은 눈이 가리키는 곳으로 열심히 뛰어갔지요.
눈과 발이 지칠 무렵 드디어 눈은 온몸이 원하던 것을 찾아냈어요. 바로 온갖 먹을거리가 가득한 곳이었죠.
이번엔 입과 손이 바빠졌어요. 손이 주는 대로 입은 쉴 새 없이 먹어 댔지요. 맛을 느낄 겨를도 없이 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부풀었어요.
입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간 음식들은 위장으로 들어가고, 위장에서 죽처럼 반죽된 음식들은 작은창자로 넘어가고, 작은창자에서 더 잘게 부숴진 음식들은 큰창자에서 물기가 없는 덩어리가 되어 갔어요.
이제 큰창자에서 똥꼬로 빠지는 길만 남았지요. 뒤에서는 계속 음식들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때 먼저 똥이 된 음식들, 아니 똥들이 외쳤지요.
“똥꼬가 없어!”
이 소리는 큰창자에서 작은창자로 작은창자에서 위장으로 위장에서 목구멍으로 전달되었지요. 하지만 입은 먹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배는 더는 참을 수 없어 크게 소리쳤지요.
“이제 그만 먹어! 그만 먹어!”
입은 흐뭇해서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어요. 그러나 배 속은 난리가 났지요. 똥꼬를 못 찾은 똥들이 분통을 터뜨리자, 그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어요. 목구멍도 더는 참을 수 없어 그 화를 터뜨리고야 말았지요.
“꾸르륵꾸르륵.” 굉장히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똥고가 뀐 방귀보다도 몇 배나 독한 냄새가 입에서 새어 나왔어요. 눈과 코와 귀가 동시에 입에게 소리쳤지요.
“입, 너 왜 그래?”
입은 어쩔 줄을 몰라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며 쭈그러졌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지요.
똥들의 분통은 계속되었고 갈 곳을 찾지 못한 음식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꿀꿀이죽처럼 반죽되어 입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지요.
“웩, 웩, 웩!”
입은 그저 힘없이 토할 수밖에 없었지요.
코는 콧물을 흘리며 울먹였고 눈은 휜자위가 벌게진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귀는 왱왱왱 어지러운 소리에 중심을 잃었지요. 입은 처참한 모습이 되어 소리를 질렀어요.
“아아아악!”
그때 눈이 놀라 동그래져서 물었지요.
“입아! 정신차려. 너 왜 그래?”
입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술이 축 늘어진 채 베개에다 침을 흘리고 있었어요. 꿈이었던 거죠.
그날 아침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어요. 그전처럼 도톰하게 입술을 내밀지도 않았고요. 입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그리고 결심한 듯 똥꼬에게 말했지요.
“동꼬야 미안해!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
그리고 손에게 부탁했어요.
“나처럼 똥꼬도 깨끗하게 씻어 줘!”
물론 충고도 잊지 않았지요.
“똥꼬와 놀다 나한테 바로 오면 안 돼!”
똥꼬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피식’ 웃었답니다.
**정말 재미있는 동화입니다.ㅎㅎㅎ.
원하는 글씨체로는 잘 안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