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고 외면했다.
한다면 하는 고집인 나다.
밀어부쳤다.
황토방 귀퉁이에 벽난로를 만들었다.
그 옆에 잇대어 우물마루를 깔았다.
방바닥 윗묵에 마루를 깔았으니 온돌바닥 열기로 마루가 뒤틀리고 터질 것이다.
그래도 난 고집을 꺾지않고 작업을 독려했다.
이게 다 실험정신이고 그 결과를 보고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뽀얀 톱밥 먼지를 불어내고 엄마와 함께 방바닥에 초배지를 붙였다.
각장판을 붙였다.
몸살과 아버지의 병간호에 지친 엄마다.
내가 혼자 한다고 해도 굳이 같이 하신단다.
엄마의 도움으로 쉽게 마감공사를 끝냈다.
벽면은 허리높이까지만 한지를 발랐다.
윗면은 황토미장 그대로다.
기존의 조명으론 좀 어두워서 판자를 뚝딱거려 중앙에 상자등 하날 달아매었다.
멋도 없고 품위도 나지 않는 시덥잖은 모습이지만 이전보다 밝으니 그걸로 족하다.
책장을 들이고 책을 다시 꽂았다.
그동안 버리지 않고 간직했던 신학교 서적과 오래된 관심 밖의 책들을 모조리 버렸다.
책을 꽂는 것보다 버릴까 말까 하는 그 결정의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이전보다 비어버린 책꽂이가 좀 쓸쓸해 보인다.
그래도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렸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맘이다.
왜그리도 버리지 못했었을까?
비었으니 다시 채우는 기쁨을 맛보리라.
벽난로 화구 윗면에 장작오븐을 만들었다.
밑에선 장작불이 활활타오르고 윗칸에선 고구마가 구수하게 익어간다.
방바닥은 쩔쩔 끓고 방안엔 마루에서 소나무 냄새가 향기롭다.
바람이 지나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 개울 가에서 고라니가 피를 토하듯 울부짖고 잠잠하다.
전등을 껐다.
벽난로 화구에서 장작타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어른거린다.
그 불빛에 벽면에 붉은 불그림자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태고적 동굴생활을 하던 조상들이 한 밤이면 이런 분위기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을 것이다.
하루 일과로 분주했던 내 맘도 그들이 느끼던 안온함을 지금 느끼고 있다.
삶은 자신이 일군만큼 자신이 가꾼만큼 느끼고 누리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