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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내리는 가운데 농장에 왔다.
울타리 문을 여니 유채가 꽃을 활짝 피워 주인을 반겨주었고,
꽃밭 가장자리에 심어져있던 영산홍도 이번 주말부터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꽃밭에는 겨울을 넘긴 튤립 꽃 봉우리가 새로 올라와있었고,
금낭화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으며,
둥굴레도 꽃망울을 달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봄에 주말마다 하나 둘 심기 시작했던
줄리앙, 팬지, 베고니아, 마가렛, 매리골드 등도
이제 뿌리를 내리면서 다른 꽃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합창단의 멜로디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의
음색이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듯이
꽃밭의 화초들도 각각의 빨강, 노랑, 자주색, 연분홍 등의 색깔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 주말마다 꽃을 사가지고 와서 심느라
푼돈이 제법 들긴 하지만
그래도 꽃을 심으면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음색으로 감미로운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합창단의 지휘자가 되어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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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밭을 둘러봤다.
최근까지 날씨가 추운데다 봄 가뭄이 심해서
올 봄 농사는 실농의 위기까지 갔었다.
그런데 오늘 와보니 그런대로 새로 싹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상 기온으로 꽃샘추위가 ‘왔다 갔다’ 했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주말에 냉해를 입어 감자 싹이 말라가고 있었는데
오늘 와보니 다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으며,
봄 가뭄으로 새싹이 듬성듬성 나와 있던 채소밭도
제법 녹색이 깔리고 있었다.
열무, 얼갈이 등은 살아남은 것들이
싹이 나지 않았던 빈자리를 매워가고 있었고,
봄에 뿌려둔 상추도 새싹들이 엉겨 있었다.
그리고 농장에서 겨울을 넘긴 상추도 오늘 와보니
이제 기운을 차려서 수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고 있었다.
과수원에도 매화, 앵두나무, 자두나무의 꽃에 이어
이번 주말에는 배꽃과 복숭아,
그리고 사과나무 꽃도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실망을 하였는데
오늘 새싹들이 다시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주인의 마음에도 다시 희망이 꽃피고,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01 |
02 |
03 | ||
상추 |
얼갈이배추 |
부지깽이 나물 |
농장을 둘러보고 작업준비를 했다.
이상기온으로 싸늘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다 보니
마음이 다소 서글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친구와 둘이서 우의를 갈아입고 비오는 날에 할 일들을 챙겼다.
비가 올 때는 꽃모종과 셀러리, 케일 모종을 옮겨 심고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치커리, 목화, 옥수수 등을 추가로 뿌렸다.
비가 오는 날에는 따뜻한 방에 들어앉아
농장의 쪽파를 뽑아 와서 파전이나 부치고,
지금 새순이 올라오고 있는 두릅과 엄나무 순을 안주하여
친구와 술잔을 나누며 비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인데
오늘은 아내들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냉동실에 얼려놓은 참치 덩이를 썰어서
안주로 중참을 먹기도 하면서 일을 하였던 것이다.
비오는 날에는 농장에서 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와보면 여기저기 일이다.
게으른 사람에게는 비가 오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보이고,
일을 즐기는 농부에게는
비가 와서 하기에 좋은 일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이다.
단풍나무 |
조팝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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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모임이 있어
4시 30분에 부산으로 출발할 예정을 하고 일을 마쳤다.
그런데 미나리 밭을 새로 만들기로 하였는데 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었다.
물에서 자라는 미나리에 거머리가 붙어 있을 수도 있어
생채를 먹기에는 다소 꺼림칙한 면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물에 잠기지 않은 습지에서
미나리를 가꾸어보기로 하고
지표수가 흘러내리는 언덕배기에 흙을 깎아 내려
습지를 조성하여 미나리를 심어두었다.
그리고 집에 갈 채비를 하였는데 고사리를 따지 않은 것이 생각났었다.
다시 고사리를 따고나니
두릅을 따지 않은 것이 생각났고
또 엄나무 순 중에도 많이 자란 것은 이번 주말에 따야 하는 것이다.
집에 갈 시간이 지났지만 친구와 둘이서 사다리를 타고
엄나무 순과 두릅을 땄다.
그런데 또 미나리를 그냥 두고 가지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미나리는 지금 이맘때가 제일 부드럽고 맛이 있을 때이다.
다시 소쿠리와 낫을 들고 미나리를 베었다.
이번에는 시금치와 부추도 베어야 했고,
상추도 잎을 따서 가져가야 했으며,
또 부지깽이 나물과 취나물도 따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다.
하는 수 없이 부추를 베고, 상추 잎만 따는 것에서 일을 마쳤다.
그리고 차에 올라 시계를 보니 5시13분이었다.
그런데 아차 점심을 먹고 남은 추어탕을
냉장고에 얼려놓지 않고 그대로 두고 왔던 것이 생각났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항상 이렇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올 때가 되면
하루 중에 제일 바쁘게 허둥대는 것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는
버나드 쇼의 비문이
나의 비문이 되지 않기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두릅 |
엄나무 순(경상도에서는 엉개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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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산들농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sanginls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