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16-1 (2011. 09. 02)
26.4km(568.5km)
(전북 학생 수련원 - 곰소항 - 부안군 환경센터 - 부안 자연생태공원 - 고창군 흥덕면 신덕리)
이번 일토장정부터는 목요일 저녁시간에 출발하기로 한 첫날이다. 차량 이동거리가 약300km로 이동시간이 4시간정도 소요됨으로 예전처럼 금요일 아침에 출발하였다가는 오후 2~3시경에 걸을 수밖에 없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으로 부득이 목요일 퇴근 후에 출발하였다. 대명콘도에 짐을 풀고 늦은 저녁과 함께 간단히 술한잔으로 끼니를 때우고는 내일 장정을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 기온이 많이 떨어져 편안한 숙면을 한 일행은 트래킹 복으로 갈아입고는 콘도를 나섰다. 아직 선선한 바람이 불고는 있으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가을이 오는 것을 시샘하고 있었다. ‘오늘 트래킹도 만만하지는 않겠는걸?’
하지만 오늘은 우리 일행이 입이 닳도록 감탄한 부안 마실길 마지막 코스를 걷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인증샷을 찍으려는데....이런!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다. 회장님은 자신의 카메라로 찍자고 하셨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건네더니 내게 인증샷을 찍으라 하셨다. 그러나...... 회장님도 카메라 건전지를 충전한다고 콘도에 두고온 것이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일행을 먼저 출발시키고 본인은 차를 몰고 콘도로 다시 가서 건전지를 찾아 일행의 위치를 파악하고 뒤를 쫓아갔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의 걸음걸이는 참 빠르다. 한걸음 한걸음의 속도는 느리지만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느낄 수 있다. 일행은 벌써 모항을 지나가고 있었다. 금강 가족타운 근처에서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트렁크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얼음물을 단숨에 들이킨다. 총무님과 교대를 하고 본인이 걷기 시작한다. 오르막 코스로 시작한 본인도 벌써 땀이 흘러 선글라스 밑으로 떨어진다. 아스팔트를 따라 정상에 도착하니 음식점이 나타나고 끝에 있는 집이 아마 서울집으로 기억이 된다. 서울집 옆에 마실길 이정표와 지도가 세워져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지도상에는 아스팔트를 따라 걷게되면 엄청나게 걷지만 서울집 밑으로 난 길을 따라난 쌍계제를 내려가면 마동방조제를 만나고 그 방조제를 걸으면 시간 단축과 아스팔트의 열기를 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회장님과 상의 후 쌍계제로 내려가기로 한다. 마실길은 인위적인 도로 포장이 아니고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듯, 이곳 쌍계제 내려가는 길도 찾기가 힘들었다. 풀이 누워있고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 나타나자 일행은 그리로 내려갔다. 200m정도 내려가니 무덤이 나타났고, 길 다운 길은 거기서 끝나버렸다. 잠시 헤맨 일행은 무덤 아래로 인적의 흔적이 있는 길을 발견하고는 그 길을 따라 진행했다. 그것도 잠시 이젠 아예 길이 없어진다. ‘약 40m만 더 가면 자그마한 저수지가 나오는데....’ ‘저수지 뚝방을 따라가면 방조제를 만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으로 전진했지만 이건 진퇴양난이다. 10cm간격의 가는 대나무 숲과 칡넝쿨 그리고 잡목으로 우거진 없는 길을 개척해 나아갔지만 한걸음 나아가기가 버겁다. 뒤쫓아 오던 회장님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거의 짜증에 가까워진다.
군시절 수색대의 특수훈련을 받은 본인도 ‘아! 산속에서 이렇게 길을 잃고 죽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4~5m 뒤에서 오던 회장님의 인기척이 없다. 문득 겁이 난다. 회장님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몰려온다. 다시한번 불러보지만 또 다시 대답이 없다. 더 큰소리로 다시 불러본다. 그때서야 대답을 하는 회장님은 내 뒤 4~5m에 있었지만 그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처럼 우거진 산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이고 있었던 것이다. 회장님은 지쳐서 아예 누워버렸던 것이다. 혼자 대나무를 꺾어가며 간신히 저수지 뚝방으로 올라갔으나 그 길도 칡넝쿨과 잡목으로 도저히 갈 수 없었다. 다시 산으로 들어간 본인은 미친 듯 갈대와 칡넝쿨을 헤쳐 나아갔다. 드디어 바로 코앞에 마실길이 나온다. 그러나 장애물이 많아 그림의 떡이다. 천신만고 끝에 마실길에 도착한 난 그대로 길에 쓰러져 버렸다. 우린 30분 동안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했다. 뒤 늦게 나온 회장님도 길에 그대로 누워버린다. 온몸은 상처 투성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길을 떠난다. 가지고온 물은 벌써 떨어졌다. 마동 방조제를 따라 걸으니 다시 아스팔트 길을 만나 일행에게 연락하여 조인한다. 얼음물을 받아 들고 정신없이 입에 쏟아 붇는다. 일토장정에서 만난 최악의 코스를 만난 것이다. 지원조에 나섰던 총무님께서는 돌아가지 못하고 진행했냐고 핀잔을 주신다. 이렇게 우리의 오전 트레킹은 끝이 났다. 모든게 귀찮다. 일단 밥부터 먹자!
젓갈 정식으로 점심을 때운 일행은 다시 오후 길을 나선다. 본인은 지원조가 되어 차를 몰고 헤매이던 그 장소로 갔다. ‘표지판을 잘못 이해한걸까?’ 서울집 아주머니께 물어도 보고, 표지판을 살펴보아도 우리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없었다. 은근히 부아가 난다. 부안군청에 전화를 걸어 마실길 담당자를 찾았으나 외근중이라 내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일행을 뒤쫓아간다. 오늘같은 날은 지원조의 도움이 절실한 날이다. 약 2시간 후에 전화가 온다. 부안군 마실길 담당자의 전화다. 일단 이렇게 좋은 마실길을 만들어 준 담당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후 오늘의 표지판과 헤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당자는 그 코스를 너무 잘알고 있었고, 오늘 외근도 그 코스를 다녀온 것이라 했다. 올해 장맛비로 유실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코스의 재정비를 약속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마실길 예찬론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일토장정 시작하면서 본인이 늘 강조하던 이야기하던 것이 있다.
“길이란 자연 그대로의 길이 가장 좋은 길이다.”
그러나 제주 올래길이 빅히트를 치면서 지방 정부에서 너도 나도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면서 인위적인 도로를 만든다. 아스팔트길, 콘크리트길, 라바콘길, 인공목재길 등등
이런 행정은 자연적인 좋은 길을 없애고 예산을 낭비하면서 만든 길이다. 마실길이 좋은 것은 옛 해안선을 따라 경계근무지를 그대로 트래킹 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니 그의 철학도 나와 일치한다. 우리는 전화상으로 한참 수다를 떤다. 마실길 예찬을... 그는 또한 다음 카페에 부안 마실길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기도하다. 그의 철학과 그의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길 만들어 주셔서”
어느덧 곰소 염전에 도착한 일행은 계속 길을 떠난다. 본인은 사진에 욕심이나 곰소염전에 잠시 들려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기가 필요했지만 아쉬운대로 셔터를 누르고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번 길은 농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그런데 이내 인상이 찌그러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바로 농약병이 방치되어있다.
좋은 트레킹 코스는 지방정부, 담당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지방 모든 구성원이 가꾸고 만들어야 좋은 길이 탄생하고, 그래야 관광객이 다시 찾게되는 길이 되는 것이다.
한참을 걸으니 부안군 환경센터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폐타이어를 서로 엮어 놓았다. 쓰레기 매립을 위한 곳인거 같은데...폐타이어를 엮어 바닥에 깐 것이 무슨 이유일까? 한참 생각해도 모르겠다. 수도권매립지는 잡석과 흙을 기초하여 침출수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 폐타이어는?
오늘의 목표인 부안 자연생태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지원조를 만났다. 얼음물을 받아들고 입을 축인 후 길을 떠난다. 그런데 이곳은 아스팔트 차도 옆 콘크리트 포장 인도로 걷게 되어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인도는 콘크리트 타설 후 인공적인 무늬를 접착한 길이다. 완공이 언제인지 모르나 전문가적 눈에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콘크리트 들뜸현상이 없고, 인공 무늬가 깨끗했다. 본인은 분명 들뜸현상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자세히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도 들뜸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고, 인공 무늬 또한 바인더 끊김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전문적인 입장은 부안군 담당자님께 개인적으로 전달해야겠다.
작은 마을을 지나자 논과 밭 사이로 난 길을 걷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논에서 추수가 한참이다. 아~~ 벌써 가을이구나... 세월은 내 마음을 모르고 이렇게 지나간다.
일행에게서 전화가 온다. 만날 장소를 정하고는 그렇게 또 길을 걷는데 저 멀리 일행의 차량이 보인다. 여기가 어딘가..주변을 둘러보지만 부안인지, 고창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마침 도로에 서 있는 전봇대에는 고창군을 알리는 표시와 세월에 못이겨 쓰러져 표지판이 여기가 고창군임을 알린다.
첫댓글 다들 대단히 수고 많았습니다.
드디어 변산반도를 벗어나겠구만...ㅎㅎ
눼...정말 여름을 부안군에서 보냈습니다. ㅋㅋ 잊지못할 2011년 부안 마실길입니다. ㅋㅋ
좋은길을 걸은 거네요.. 쭉뻗은 길만 걷는것은 교만해질까봐 인생의 고달픔을 다시한번 깨달으라구 그런길을 내려주셨구만요. 누군지는 모르지만....영광의 상처 간직하십시요. ...................
나만아니면 뒈~~~ 누구는 6시간 ..나는 4시간 .. ㅋㅋ 뭔가 야료가 있는데..그야료를 꼭집어 낼수도없고..ㅋㅋ
고창 마실길 1코스 환상적인 진짜 옛마실길, 30~40년전에 걷던 시골길...간만에 행복했습니다.
총무의 횡포내지는 야로가 있는건 분명한거 같은 데 찿을수가 없네.............으으으으...........
편집기술이 나날이 발전을 하시누만여 보기 좋습니다................^^
ㅋㅋ 진화해 가고 이씁니다요..ㅋㅋ
아우 생생한 리포트
대단해요 ㅎㅎㅎ
그리고 폐기물 매립장의 폐타이어는 차수막 보호와 침출수의 원할한 배출을 위해 설치하는것이오.
폐타이어 사이에 모래나 흙을로 채워 쓰레기속에 섞여있는 유리나 날카로운 금속으로 부터 차수막이 찢어지는걸 막기위해...ㅎㅎ
그렇군요....
아항 글구나..................아는것도 많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