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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1900-1986)
1. <오빠 생각>, <동무 생각>……
박태준은 국민 동요, 국민 가곡이라 할 만한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의 동요 <오빠 생각>(최순애 작사),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의 <맴맴>(윤석중 작사),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의 <새나라의 어린이>(윤석중 작사), <봄의 고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의 가곡 <동무 생각>(이은상 작사) 등을 작곡하여 우리 나라의 현대음악을 개척한 선구자이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박태준 창작 동요 <가을밤>(이태선 작사)이다. 박태준이 이 노래를 작곡한 때는 1920년으로, 그의 나이 19세 때의 일이다.
(윤극영, 그의 동요집 "반달") 우리나라의 동요는 윤극영 동요 작곡집 제1집『반달』이 출판된 1926년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박태준 작곡의〈기러기〉외 12곡이 모두 1920년에 작곡되었기 때문이다.『박태준 작곡집』(1975년, 세광음악출판사)의 차례를 보면 이 사실이 밝혀져 있다. 물론 박태준의 최초의 동요 작곡집『중중 때때중』은 1929년에야 출판되었기 때문에 윤극영의 작곡집『반달』이 3년이나 앞선 것처럼 느껴지지만 윤극영의 최초의 동요인 <고드름>은 1924년 8월에 작곡되었으니 박태준의 동요가 이보다 4년 앞선 것임을 알 수 있다.1)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태준은 1920년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로 시작하는 <기러기>(윤복진 작사) 등 여러 창작 동요를 윤극영에 앞서 작곡하였다2)는 것이다. <오빠 생각>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박태준이 최순애의 노랫말에 곡을 붙인 이 동요는 1925년에 만들어졌다. 박태준의 나이 24세 때의 일이다. <맴맴>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할머니는 돌떡 받아 머리에 이고 꼬불꼬불 산골길로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아버지가 옷감 떠서 나귀에 싣고 딸랑딸랑 고개 넘어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윤석중의 노랫말에 박태준이 곡을 붙인 <맴맴>은 1926년에 만들어졌다. <오빠 생각>을 만든 지 1년 뒤인, 그의 나이 25세 때의 일이다. 박태준은 150여 곡을 썼다. <오빠 생각>을 대표로 하는 100여 곡의 동요들과, <동무 생각>을 대표로 하는 50여 곡의 가곡들이다. 동요곡의 절반은 1925년부터 미국 유학을 떠나는 1931년까지의 작품으로서, 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못하고 지은 1920년대 작품들이다. 작가 박태준은 자신의 당시 곡들에 대해 겸손하게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문적 기교면에서 볼 때에는 매우 유치하고 족히 평가할 가치가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한국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훌륭히 장식하였다.(1975년 세광음악출판사 간행『박태준 작곡집』)” 그는 이러한 동요들을 모아 1929년 동요곡집『중중 때때중』을, 1931년 동요곡집『양양 범버궁』을 출판하였다. 그 뒤 미국에 가서도 약간의 동요를 작곡하였으나, Westminster Choir College 시대(1933∼1935) 이후부터는 교회 음악, 특히 성가 합창을 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게 되어 동요와 가곡의 작곡에는 거의 손대지 않게 되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1939년 가곡집『물새 발자욱』을 출판하였고, 해방 후에도 약간의 동요를 작곡하였는데, 그 무렵의 대표작은 <새나라의 어린이>(윤석중 작사)이다.3) <새나라의 어린이>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욕심장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서로 믿고 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쌈을 하지 않습니다 정답게들 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몸이 튼튼합니다 무럭무럭 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배워서 애창했던 가곡 <동무 생각>(이은상 작사)은 박태준이 나이 21세이던 1922년에 작곡하였다. 이 노래는, 곡의 전반부는 단순한 리듬과 함께 도약이 자주 보이는 굳건한 성격의 선율로 찬송가의 선율을 연상케 하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4/4 박자에서 중간에 9/8 박자로 바꾸는, 당시로서는 특이한 기법을 선보임으로써 선율에 변화를 주어 감정을 고조시켜 예술성을 불어넣고 있다.4) 즉, 처음에는 동요조의 가락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2부 합창을 사용하면서 감정을 격화시키는 효과를 획득하고 있다5)는 말이다. <동무 생각>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뜰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 위에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서리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 없이 오는 눈빛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깊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오빠 생각>, <맴맴>, <새나라의 어린이>, <동무 생각>, <가을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배웠고, 지금도 모두들 익숙하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국민적 노래들이다. 이 노래들을 작곡한 음악가가 바로 박태준이다. 지금까지 박태준이 작곡한 국민 동요, 국민 가곡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의 생애를 한번 살펴보자는 뜻이다. 첫째, 박태준은 우리 나라 국민들이 한결같이 사랑하는 동요 <오빠 생각>, <맴맴>, <새나라의 어린이> 등과 가곡 <동무 생각> 등을 작곡한, 우리나라 음악사의 걸출한 선구자로서,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감옥에 갇히기까지 한 사람이다. 둘째, 그는 나이가 무려 31세이던 1932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사람이다. 지금도 어지간한 사람은 그토록 많은 나이에 공부를 하겠다며 이역만리 외국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법인데, 아득한 일제 식민지 시대인 1930년대에 그 일을 감행했으니 얼마나 진취적이고 용기백배한 실천가인가. 셋째, 박태준은 12세에 오르간을 처음 보았으면서도 선생님의 가르침 없이 혼자서 독학하여 불과 3년만에 400여 찬송가를 4부까지 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향학열과 인내심을 소유한 학구파이다. 넷째, 그는 연세대학교에 처음으로 음악과를 설치하였고, 나중에 음악대학이 신설되었을 때 초대 학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음악협회 이사장과 한국교회음악협회 회장, 한국예술원 회원으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합창 운동과 교회음악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다섯째, 그러면서도 그는 기차 출발 시간을 놓쳐 오후 2시에 열리는 자신의 결혼식에 7시가 되어서야 참석한 적이 있으니, 너무나 평범하여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과도 정서적으로 마음이 와닿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박태준의 생애를 살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교훈을 삼으려는 시도는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1) 나운영,『박태준․윤극영에서 태동된 동요 창작시대』, 세광음악출판사. 2) 민경찬,『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 두리미디어. 3) 문은주,「박태준의 생애와 음악」,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4) 강연주,「대구의 한국가곡 창작 활동에 관한 연구」,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5) 허이경,「중등학교에서의 한국가곡 지도 방안」,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출처 : 정 만 진(Oh my news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daeguedu)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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