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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가는 봄 3월 - 김소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3월 -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비 5월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3월 - 목필균 햇살 한 짐 지어다가 고향 밭에 콩이라도 심어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 구름 한 조각 끌어다가 고운 채로 쳐서 비 내림할 까 황토밭 뿌리 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 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날 연두빛꿈
3월 - 에밀리 디킨슨 3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 오셨나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3월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3월 - 헤세 초록빛 새싹으로 덮힌 기슭에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 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구름이 빛 반짝이는 떼를 이뤄 흘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 덤불 속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
3월과 4월 사이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 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 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3월 삼질날 - 정지용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 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學潮>. 1호. 1926년 6월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차갑고도 따뜻한 봄눈이 좋아 3월의 눈꽃 속에 정토로 떠나신 스님 '난 성미가 급한 편이야' 하시더니 꽃피는 것도 보지 않고 서둘러 가셨네요 마지막으로 누우실 조그만 집도 마다하시고 스님의 혼이 담긴 책들까지 절판을 하라시며 아직 보내 드릴 준비가 덜 된 우리 곁을 냉정하게 떠나가신 야속한 스님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시키려 활활 타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나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중생들을 깨우치시고자 타고 타서 한 줌의 재가 되신 것인가요 스님의 당부처럼 스님을 놓아 드리는 쓰라린 그리움을 어찌할까요 많이 사랑한 이별의 슬픔이 낳아준 눈물은 갈수록 맑고 영롱한 사리가 되고 스님을 향한 사람들의 존경은 환희심 가득한 자비의 선행으로 더 넓게 이어질 것입니다 종파를 초월한 끝없는 기도는 연꽃으로 피어나고 하늘까지 닿는 평화의 탑이 될 것입니다 하얀 연기 속에 침묵으로 잔기침하시는 스님 소나무 같으신 삶과 지혜의 가르침들 고맙습니다 청정한 삶 가꾸라고 우리를 재촉하시며 3월의 바람 속에 길 떠나신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언제라도 3월의 바람으로 다시 오십시오, 우리에게. <이해인 수녀의 법정스님 추도시>
3월의 시 - 워즈워드 수탉은 꼬기오 시냇물은 졸졸 작은 새들은 짹짹 호수는 번쩍번쩍 푸른 들판은 햇볕에 졸고 늙은이와 어린 아이 힘센 자와 같이 일을 하네 소들은 풀을 뜯으며 고개 한 번 쳐들지 않네 마흔 마리가 한 마리같이!
패한 군사들처럼 흰눈은 물러가고 헐벗은 언덕 위에서 쩔쩔매네 소년농부ㅡ 이따금 ㅡ 환호성을 울리고 산에는 기쁨이 샘물에는 숨결이 조각구름은 떠가고 푸른 하늘은 끝도 없어라 비는 그치고 간데 없네!
3월 해 - 헤세 이른 더위에 취해 노랑나비 하나 비틀거리고 있다 창가에 앉은 채 끄덕끄덕 노인 하나 졸며 쉬고 있다
봄잎을 뚫고 노래하며 한때 나비는 집을 떠났었다 그 많은 거리의 먼지가 그 털 위에 내렸다
꽃 피는 나무와 나비들이 그 노란빛을 아직은 늙히지 않았어도 오늘까지만은 같은 것인 듯 보여도
하지만 색깔과 향기는 열어졌고 비워졌다 빛은 서늘해지고 공기는 숨 쉬기 더 힘들고 어렵게 되었다
봄은 나직이 윙윙거린다 그 노래, 아리따운 노래를 하늘이 푸르고 희게 흘러간다 나비가 황금빛 퍼덕임으로 날아간다 새봄2 - 김지하 삼월 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 종일 편안하다
밥 한술 떠먹고 몸 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칠 비칠 걸어간다
세월아 멈추지 마라 지금 여기 내 머음에 사과나무 심으리라
언땅 한길 - 김영랑 언땅 한길 파도 파도 광이는 아프게 마치더라 언-대로 묻어두기 불쌍하기사 봄 되어 녹으면 울며 보채리
두자 세치를 눈이 덮여도 뿌리는 얼신 못 건드려 대 죽고 난 이 3월 파르스름히 풀잎은 깔리네 깔리네
이웃집 아저씨에게 - 정이오(조선)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꿈결 같은 세월 속에 또다시 봄이 왔네 천금을 주고도 이 좋은 시절 살 수 없거늘 뉘 집 술이 익었는가 꽃 바야흐로 활짝 피었는데
處容 斷章 - 김춘수 3월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의 새 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山茶花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 그 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3월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나는 산다화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시집< 처용> 1974년
춘분 - 노천명(1912 - 1957) 한고방 재어놨던 석탄이 퀭하니 나간 자리 숨었던 봄은 드러났다 "얼래 시골은? 나왔갔늬이" 남쪽 기집아이는 제 집이 생각났고 나는 고양이처럼 노곤하다
춘분 - 원재훈 당신과 나의 그리움이 꼭 오늘만 같아서 더도 덜도 말고, 하루 종일 밤과 낮이 낮과 밤이 잘 빚어진 떡 반죽처럼 만지면 기분 좋을 때, 내 슬픔, 내 기쁨, 꼭 오늘처럼 당신이 그리워서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싶어라 당신의 눈물로 나의 손을 씻고 가끔씩 나의 창문을 두드리는 허전한 나뭇잎의 마음을 잡고 싶어라 새순은 돋아나는데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살고 싶어라
춘분 - 이성교 해야 해야 나오너라 구름 타고 물 건너고 복짓개 들고 나오너라 구름다리 넘으면 목 마른다는데 그때 한 입 뿜어 짚신 신고 나오너라
꽃은 바람에 펄펄 날려도 사랑은 한결같이 높기만 하여 흙탕물 먼 곳에 질펀히 번져 가누나
춘분은 해와 달이 입맞추는 날
내사 강릉 색시를 잊을 길 없어 봄볕에 나폴대는 긴 갑사댕기를 어느 뉘 가슴에 묻어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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