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편에서는 마에다 미츠요에 의해 전수된 주짓수와 엘리오 그레이시의 활약까지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편에서는 엘리오이후의 주짓수의 성장과정과 어떻게 브라질리안 주짓수(BJJ)가 UFC를 탄생시키고, MMA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무술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BJJ는 어떻게 MM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술이 되었을까? -上-
인간이 만든 맨손 격투기에는 타격과 그래플링이라는 두 가지 방식만 존재한다. 여기서 그래플링(Grappling)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씨름이나 레슬링처럼 넘어뜨리거나 메치는 방식과 조르고, 꺾는 서브미션(Submission)으로 구분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가지의 맨손 무술은 모두 이 범위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격투시합도 이러한 분류에 의해 나뉘어진다. 이종격투시합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종격투경기(MMA)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방식의 격투기술을 포용하는 시합이다. 예를들어 쿵푸선수와 스모선수가 대등한 상황에서 마음껏 싸울 수 있으며, 어느 쪽도 불리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이 수련해왔던 대부분의 기술을 거의 제한 없이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서야 눈찌르기, 금적차기, 물어뜯기, 넘어진 상대에게 팔꿈치로 내려치기 등등의 규제가 있지만, 지금도 이종격투기가 NHB(No Holds Barred-무제한)로 불리고 있는 만큼 초창기에는 노룰(NO-Rule)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UFC초기만 해도 눈찌르기와 물어뜯기만 제외한 어떤 기술도 허용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이종격투경기의 규칙은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하게 위험성이 높은 부분만 제한되었을 뿐 이종격투 본래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 엘리오 패밀리. 왼쪽부터 홀커,호이스,호리온,엘리오,헬슨,힉슨,호일러 그레이시
그런데 MMA(Mixed Martial Arts), NHB(No Holds Barred),Vale Tudo 등‘모든 파이팅 기술을 허용한다.’라는 뜻의 이종격투 경기에는 실제적으로 전부 네가지 방식의 기술이 통용되고 있다. 복싱, 킥복싱, 레슬링, 서브미션 그래플링이 그것이다. 서브미션 그래플링(Submission Grappling)이란 관절기와 조르기가 포함된 그래플링으로서 BJJ, 삼보, 유도, 슛파이팅(판크라스,슈토,링스의 스타일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종격투 선수들은 대부분 BJJ 선수, 레슬러, 슛파이터, 킥복서 출신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종격투 특성상 모든 격투방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른 기술을 수련함으로써 메꾸고 시합장에 나선다. 예를들어 BJJ 출신이라면 타격을, 킥복서라면 BJJ를 연습하는 식이다. 이런 훈련방식을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ning)이라 하고 이렇게 타격과 그래플링 두가지 방식의 격투법을 조화롭게 구사해서 효과적으로 싸우는 선수를 올라운드 파이터(All Round Fighter)라 부른다.
이종격투계에서 일류라 불리는 선수는 이러한 7가지(킥복싱,복싱,BJJ,유도,레슬링,슛파이팅,삼보) 무술중에 하나 이상을 오랜 시간 수련해온 사람이며, 크로스 트레이닝을 하는 올라운드 파이터이다. 선수 비율로 보면 BJJ출신이 첫번째로 많고 그 다음이 슛파이팅, 레슬링, 킥복싱(무에타이포함), 유도, 삼보 순이며 순수 복서출신의 이종격투선수는 거의 전무하다. 또 연습하는 기술을 보면 타격계 출신이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BJJ를 연습하고 레슬러나 슛파이터 출신이라도 반드시 주짓수를 연구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이종격투만큼 어울리는 곳도 없다. 즉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이종격투경기에서 일류 선수가 될 수 없다.
그런데 모든 격투방식을 포용하는 이종격투(異種格鬪)경기에서 어째서 특정한 무술만 연습되고 사용되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왜 브라질리안 주짓수는 이처럼 MM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술이 되었을까?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자신이 수련하는 무술의 강함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리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은 이른바 모든 무술과 그것을 수련하는 자들의 숙명이자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종격투경기는 누가? 어떤 무술이 최강인가? 라는 의문과 최강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이다.
초창기 이종격투시합에서 그레이시 주짓수가 불패의 무술이라고 세간에 인식되고 MMA 대회가 속속 개최되면서 세계적으로 그레이시 주짓수를 모방한 무술유파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은 이종격투에서 효율적이라 평가되는 기술을 조합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 유파와 단체에서 훌륭한 선수가 다수 배출되거나 이종격투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어떤 무술이 강하다고 평가받고 신뢰를 얻는 길은 매우 험난하고 오랜 경험축적을 통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최강의 가라테 유파라고 평가받는 교쿠신 가라테의 창시자 최영의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실전이 아닌 것은 인정받지 못하며 인정받지 못하면 신용을 얻을 수 없게 되며 신용이 없어 지면 존경받을 수 없다.’이처럼 강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세상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 아무리 말로써 강하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려면 사후부활은 몰라도 최소한 물위라도 걸어야 한다. 즉 직접 자신이 강함을 증명해 보이거나 훌륭한 무술가를 배출해서 세상에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강함을 증명해 보인 무술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무술은 쇠퇴해 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강함을 증명해 보이는 것은 다른 유파의 무술인들에게 도전해서 그들과 싸워 이기는 수 밖에 없었다.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옛 무술명인들의 진검승부니, 실전대련이니 도장깨기니 하는 것들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브라질 주짓수를 만들어낸 그레이시 가문에서는 이것을‘그레이시 챌린지(Gracie Challenge)’라 부른다.
초창기 유도의 강함을 알리기 위해 혹은 자신의 강함을 알리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싸움을 지속하던 마에다 미츠요에게는 어떻게 하면 실전격투에서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실한 노하우가 있었다. 이 노하우는 중세 일본전국시대의 산물인 주짓수 기술과 실전경험의 결합체였다.
그리고 이것이 카를로스 그레이시에게 전수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시 주짓수가 엘리오에 의해 발전되고 퍼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레이시 주짓수란 명칭만 놓고 보면 사실이다. 왜냐하면‘그레이시 주짓수’는 엘리오의 아들이자 UFC를 만든 사람인 호리온에 의해 특허상표로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그레이시 주짓수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동생인 힉슨 조차‘그레이시 주짓수’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그레이시 주짓수 하면 엘리오라든지 호이스, 힉슨을 연상한다. 이것은 UFC가 호리온에 의해 개최되고 호이스가 활약하고 힉슨의 전설적인 일화가 알려진 탓에 세인의 관심이 이들 엘리오 패밀리에게만 집중된 탓이다.
(右.콜로세움2000에서 후나키 마사카즈와 싸우는 힉슨 그레이시)
그러나 밑의 브라질리안 주짓수 계보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레이시 주짓수, 즉 BJJ의 종가는 카를로스 쪽이고 현재 UFC, PRIDE FC등 메이저 이종격투대회뿐 아니라 브라질 현지의 주짓수 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 카를로스 패밀리에 의해 지도받은 파이터들이다. 호리온은 엘리오가 그레이시 주짓수의 모든 것을 발전하고 체계화했으며 모든 주짓수 파이터들이 엘리오의 직간접적인 제자라 주장하지만, 사실 그레이지 주짓수는 그레이시 가문의 남자들 전부가 함께 만들어 왔다고 하는 편이 사실이고 엘리오에게 전혀 교수받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이다. 즉 칼레이, 카우손을 비롯해 카를로스의 아들 손자들은 엘리오에게 전혀 배운 적도 없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제자 역시 엘리오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카를로스 계열의 남자들은 엘리오와 호리온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카우손은 호리온이 그레이시 주짓수를 자신의 특허상표로 만들어 버린데 대해 그리고 그레이시 가문의 대표자인양 행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 특히 UFC초창기의 TV인터뷰에서 호리온이 가문의 어른인 자신과 힐리온을 양 옆에 앉혀놓고 떠들어대던 말을 나중에 통역으로 전해듣자 열화같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리고 무패라고 자랑스럽게 인터뷰하는 호리온, 엘리오를 다함께 거짓말쟁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며 그들은 전혀 무패가 아니었고 호이스는 미국에서는 제법 잘했지만 브라질 본토의 주짓수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지 않은 감정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카우손의 제자 발리드 이즈마이우는 브라질 주짓수 대회에서 호이스를 기절시키며 무패의 마침표를 찍게 했다. 또 호리온은 이러한 카우손에 대해 누구 덕분에 미국에서 밥을 먹고 살게 되었는데 험담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左.호이스 그레이시를 이기고 환호하는 발리드 이즈마이우)
호리온은 대가족 사이에서 의례 그렇듯이 반목이 있다고 하는데, 브라질인 특유의 다혈질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레이시家 사람들간에 반목과 갈등이 상당하다. 4~5명의 부인을 예사로 두고 있는 가문에서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는 형제들간에도 불화가 있다. 호리온은 힉슨과 사이가 안좋고 카우손은 헤일슨에 대해 저능아에다 정신병원에 처박아야 할 놈이라고 공공연하게 욕을 한다. 또 많은 아이들이 함께 양육되었기 때문에 서로간의 싸움은 다반사다. 하우프는 형인 헨조에게 석궁으로 쏜적도 있고 그이 동생 하이언은 칼부림까지 했다. 그러나 그레이시이라는 불패의 명성에 도전하려는 자가 생기면 그레이시 이름 아래 단결하는 것이 이 가문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음편에서는‘그레이시 챌린지’와 도전자들을 통해서 BJJ가 MMA 최강의 무술로 성장하게 된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종격투기에 빠지기 시작한때부터 그레이시 가문은 언제나 연구대상이였습니다. 지금은 그리고 칼슨이나 헬리오때와는 달리 지금 호이시나 하이언 헨조등은 모두 싸이가 좋다고 하더군요
좋은 자료 퍼갑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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