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 끝나자 여행이 시작되다 - 네바다#51
UFO나 외계인이 자주 목격되는 미국 네바다주 51구역. 무언가 신비롭고 독특한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이곳에서 4명의 친구들이 여행을 시작한다. 작열하는 태양처럼 강렬한, 정오의 홍차처럼 향기로운 음악을 꿈꾸는 이들은 첫 번째 싱글의 이름인 [미완의 대기]처럼 완성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2001년 강변가요제 대상이라는 타이틀과 2장의 EP를 만들어낸 이들이 서 있는 지금 이곳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정을 들어보자.
◎ 네바다#51 멤버 - 오주(보컬), 주붐(기타), 둥(베이스), 껌(드럼)
◎ 네바다#51 앨범
2002년 첫 싱글 <미완의 대기>
2004년 두 번째 싱글<The 51th Night with Friends>
[인디 속 밴드 이야기] 최고!
1. 오랜만이다. 전에도 인터뷰했었지만 다시 만나 기쁘다. 우선 처음 음악을 접하고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부탁한다.
껌(드럼):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8살 때부터 피아노를 5∼6년 정도 쳤었고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접했다. 기본적인 코드 정도 치고 그런 수준이었는데 중 3때 교회에 드럼이 들어오면서 드럼을 처음 접하고 배우게 됐다. 심각한 건 아니었고 교회에서 악기배우는 수준이었는데 그맘때 친구가 RATM의 2집을 들려줬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악기는 연주를 했어도 록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주현미 등의 트로트 음악이나 가요들 정도 접해봤을 뿐이라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고 1때 국어 선생님을 주축으로 학교 축제를 위해 밴드를 결성했는데 그 팀이 네바다의 전신이다. 그때 밴드를 처음 한 건데 학교를 졸업하고 해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이후에 프로젝트팀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웠고 수능이 끝나고 예전 멤버들이 모여 네바다를 시작하게 됐다.
[달변가 드럼 껌]
- 선율 악기를 먼저 접했는데 드럼에 매력이 많았나 보다.
껌(드럼): 그렇다. 개인적으로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 그루브에 관심이 많다. 전에 베이스도 잠깐 배워봤는데 리듬감을 표현하는 게 드럼만큼 잘 맞진 않는 것 같았다. 다른 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애정을 드럼에선 느낄 수 있다.
둥(베이스): 교회에서 전도사님에게 베이스를 배웠다. 물론 그 전에 통기타를 배웠고 중 3∼고1 때쯤이었던 것 같다. 알겠지만 기타는 많이 주목받는 포지션이고 연주도 눈에 많이 뛴다. 개인적으로 뒤에서 받혀주면서 묵묵히 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내겐 베이스가 맞았다. 고 2 때 ‘리틀 윙’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스키드 로우나 건즈앤 로즈 등을 카피하곤 했었다. 졸업하고 1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 군대에 들어갔고 제대 후 베이스를 다시 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인 밴드를 반년 정도 했다. 당시에는 닥터코어 911이나 푸펑충 등이 활동할 때였는데 그런 음악들을 취미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믿음직한 베이스 둥]
그러던 어느 날 택시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강변가요제 예선을 듣게됐다.‘네바다’라는 팀의 음악을 그때 듣게 됐는데 신나고 괜찮았다. 예선만 들었기 때문에 대상 받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후 인터넷에 네바다에서 베이스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합주를 2달 정도 하면서 맞춰보고 우여곡절 끝에 합류하게 됐다. (웃음)
주붐(기타): 사실 껌과 초, 중, 고, 대까지 동창이라 스토리는 거의 비슷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승환 앨범을 내 돈주고 처음으로 샀다. 그때 당시 1200원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한다. 많이 들으면 늘어난다고 그래서 하나를 따로 복사해서 아껴듣곤 했다. 지금도 그 테입을 갖고 있다.(웃음) 당시에는 서태지 열풍이 불 때였는데 나는 이승환이나 윤종신, 015B 등을 들으며 막연하게 음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각적인 사고의 소유자 기타 주붐]
껌은 6학년 때 만났고 중학교 때는 사물놀이 했었다. 고등학교 때도 사물놀이 패에 들어갔다가 한달 만에 나왔다. 그리고 나서 아까 껌이 말한 그 국어 선생님을 주축으로 한 스쿨밴드가 만들어 졌는데 멤버들이 다 내 친구들이었다. 아이들이 기타를 하라고 했고 같이 어울려서 하고 싶은 마음에 석 달 연습을 해서 공연을 했다.(너바나 카피 밴드였다.) 후에 RATM을 듣게 됐는데 가슴에 뭔가 꽂히는 기분이었다. 20살 때까지 여전히 이승환을 좋아했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그랬다. 얼마 전에 보컬 오주가 이승환 앨범에 보컬 세션으로 참여를 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어린 날 그를 보며 음악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운지 13∼14년만이다.
오주(보컬): 어렸을 때는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친했던 친구가 유학을 갔다가 고1 때 돌아왔는데 내게 RATM 1집을 들려줬다. 그때만 해도 가요만 듣던 나는 그 앨범으로 어떤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외국음반을 많이 들었고 갱스터 랩이나 케미컬 브라더스, 프로디지, 언더월드 등의 음악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멋진 보컬 오주]
졸업을 하고 재수를 할 때 조PD나 허니 패밀리, 원타임 등이 유행이었는데 공부보다는 가사 쓰고 랩 하는게 더 재미있었다. 전부터 기타를 배우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수강료가 많이 비쌌다. 사촌누나의 소개로 [하자센터]를 알게 됐고 거기서 기타반의 주붐군을 만나게 됐다.
-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하자를 알게됐나?
주붐(기타): 스쿨밴드 보컬이었던 국어 선생님의 집에는 많은 시디와 공연실황 비디오, 음악잡지가 있었다. 우린 자주 놀러 가곤 했었는데 어느 날 힙포켓의 단독공연 할인티켓을 선생님이 입수했고 난생 처음 라이브를 보러 갔다. 그때 미스터 펑키가 게스트였는데 그들의 연주에 반한 우리는 팬카페에 가서 글도 남기고 그러면서 하자를 알게됐다.(미스터 펑키는 [하자]에서 악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는 [하자센터]에서 악기도 배우고 앙상블 수업도 들었다. (앙상블: 합주를 지도하는 수업) 처음엔 여자보컬과 같이 했었는데 별로 잘 맞지 않아 보컬이 없는 상황에서 오주형을 만나게 됐다. 우리는 원래 친구들이라 다들 친해서 웬만한 친화력이 아니면 팀에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형은 붙임성도 좋은 듯했고 하자에서는 한 달에 한번 공연이 있기도 해서 함께 맞춰보게 됐다.
2. 밴드가 결성된 이야기가 좀 나오긴 했는데 결성과 지금까지 진행상황들을 간략히 부탁한다.
껌: 우선 99년 12월 24일 날 그 멤버들끼리 유희열의 음악도시 공개방송을 보러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게 됐고 밤을 새서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밴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했고 2000년 3월 오주가 들어왔다. 2000년 가을 목동의 비트라는 클럽에서 라이브를 시작했고 2001년 3월쯤 슬러거에서 주말팀으로 라이브를 했다. 8월에는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 해 가을에는 대만에 가서 공연을 했다. 2002년 8월에 첫 번째 싱글을 발매, 2004년 1월에 두 번째 싱글을 발매했고 2월엔 대만 록페스티벌에 참여했다. 현재는 1집 데모를 끝내고 기획사에 보내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에 오주가 이승환 앨범에 보컬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연습실에서]
3. 대만에서 두 번 정도 공연을 했는데
껌: 처음에는 [대만 NGO 아시아 컨퍼런스] 와 관련된 축하공연차 가게 된 것이었다. 하자센터에서 미스터 펑키와 우리가 가게되었고 그때 알던 관계자들 덕에 올해에도 [대만 Say-Yes Rock Festival] 에 참여하게 되었다.
주붐: 재밌는 것은 록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국가를 보면 거의 한국이 왕따라는 것이다. 일본, 필리핀, 대만 심지어는 중국도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한국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탤런트나 영화배우, 댄스가수들이 많이 진출해 한류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록음악은 완전히 제외되어 있는 편이고 그렇다보니 국내에서 록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엔터테인적인 요소가 너무나 강한 쪽만 유입되니 한류 열풍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기 쉬운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커넥션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대만에서 공연할 때 우리 앞 팀이었던 [리퀴드 가든]의 스텝들이었는데 그 팀은 블루스와 재즈가 교묘하게 섞인 우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팀이었다. 그런데 그쪽 스텝들이 와서 우리의 음악이 너무 좋다며 와서 악수를 하고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50대가 넘은 아저씨가 맥주를 들고 우리 음악을 들으며 뛰는 걸 보고 정말 많은 차이를 느꼈다. 스텝 뿐만 아니라 뮤지션들도 자기 공연이 끝나면 다른 팀들의 공연을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경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다. 더구나 장르가 완전히 다른 팀의 음악에 대해 공감하고 칭찬한다는 것이나 뮤지션과 스텝이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적응이 잘 안 됐다.
[네바다 합주실]
4. 라이브를 보면 전에 비해 좀 하드해 진 것 같다. 준비하는 1집은 어떤가? 네바다: 우선 라이브는 처음보다는 하드해 졌다고 느낄 수 있다. 액션이나 공연 연출적인 부분들의 영향이 좀 있을 거고... 라이브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강렬한 부분을 고려하는 것도 있다. 현재 만든 1집 데모는 1집 싱글에 있던 류의 음악들도 있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 1집 싱글 같은 경우는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고 그 친구들은 음악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음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길 원하고 어떤 곡들을 만들어야 일반적인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 예를 들면 일반 가요를 좋아하는 사촌 동생에게 우리의 1집 싱글을 들려주면 반응은 그냥 [시끄럽다] 정도다. 하지만 1집 데모를 들려줬을 땐 달랐다.
주붐: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음악은 TV에서 많이 보여주는 류다. 어쩌면 사운드가 강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라기보다 얼마만큼 TV에서 보여진, 들려진 것들이냐가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방송에서 자주 노출된 것이라면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건 시간문제니까.
껌: 음반만을 위주로 활동하는 건 지금의 상황에선 여러 가지로 무리다. 전세계적으로도 음반보다 공연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현실이다. 공연은 어떻게 보면 엔터테인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공연연출이나 그런 부분을 메이킹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면) 쪽이 더 유리하다.
어쨌든 뮤지션은 음악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노력을 해야 한다. 뮤직비디오 하나만 예를 들어 봐도 외국과 우리는 차이가 많이 난다. 자금이나 아이디어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의 연기나 라이브 시 카메라에 대한 태도 등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이 따로 돈 들여 연기를 배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라이브 시에도 카메라가 자신을 향해 들어오면 그 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반면에 대부분의 밴드들은 카메라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고개를 돌리거나 묵묵히 연주만 한다. 물론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주워진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모습이 전체적인 컨셉이 아닌 이상 말이다.
주붐: 물론 환경적인 원인도 있을 거다. 림프 비즈킷과 브리트니가 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고 둘 다 환영받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위와 같은 태도를 용이하게 하는 지도 모른다. 흔히들 얘기하는 록 패배주의가 만연해서 그런 건인지 지나친 자의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르에 상관없이 모두 종합적인 엔터테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엔터테인이란 말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거장들은 그런 부분을 적절히 지니고 있다. 껌: 얼마 전 슬립낫 공연에 갔을 때 연주는 물론 조명, 연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는 것이고 공연의 진행 또한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조명, 총 감독과 스텝들이 곡을 다 꾀고 있어야 가능한 연출이었다. 그런 면은 뮤지션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기에 국내에선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든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이 열악하다고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생각많은 네바다]
5. 음악을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었다. 벌써 이야기하는 방향에서부터 많이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이 드는데...
네바다: 짧은 시간은 아니다.(웃음) 우선 마음이 앞서는 건 위험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자본이나 기획력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인 경험이 따라야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프로모션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낀다. 예를 들어 그렇게 뛰어난 팀이 아니더라도 큰 무대에서 활동하면 빨리 성장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보는 사람이 어색할 정도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참 괜찮다고 느낄 정도로 발전한다. 물론 연습하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고 잘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는 좀 더 넓은 곳에서 활동해보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 같은 것도 그렇지 않나. 큰물에서 놀아야 그만큼 배우고 많이 는다.
- 지금의 목표는 역량 있는 오버의 기획사와 일을 함께 하는 것인가?
네바다: 현재의 목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 없이 음악을 하는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활동을 해 온 우리로써는 각각의 프로모션의 장단점을 알고 있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라는 판단이다.
6. 전에 [언니네 이발관] 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밴드들의 아마추어적인 성향은 밴드 자체의 프로듀서의 부재(내지는 그러한 측면에 대한 고민의 부재)에서 기인한다는 류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서 말하는 프로듀서는 단순히 소리에 관한 부분을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비틀즈에서의 [조지 마틴] 같은 역할, 음악은 물론 밴드의 색깔과 컨셉,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컨트롤이 가능한 인재를 말한다.)
껌: 글쎄. 우선 밴드를 그런 의미에서 프로듀싱 해주고 적절히 디렉팅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있었다. 사실은 그런 부분들을 엇비슷하게 기획사에서 하지만 엇비슷할 뿐이다. 방향이 완전히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들끼리 그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런 만큼 객관적인 시각이 부재하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 말만 들어도 설득력이 넘치는 프로듀서 내지 기획사를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없는 밴드가 어디 있겠는가? 단지 우리의 현실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밴드가 그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모자른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앨범이나 곡 작업 같은 경우도 멤버들끼리만 하나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고 공연연출 같은 부분도 많은 고민을 하지만 생각이 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쉽게 말해 연주는 할 줄 알지만 종합적인 안목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부분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얼마 전 슬립낫의 공연을 보면서도 그런 부분 때문에 적지 않게 놀랬다. ‘크다’라는 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어떤 측면에선 프로듀싱 능력이 있는 기획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제쳐두고 기획력이나 마케팅 능력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주붐: 실질적으로 5년 전에 잘 나갔던 밴드들, 매니아라면 누구나 좋아했던 밴드들 중 지금 그 이름을 찾아 볼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거나 이 씬과 관계된 일을 하면서도 넉넉지 못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관계자들도 마찬가지고. 발라드나 댄스, 주류 음악관계자들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서 유리한 반면에 분명히 같은 노력과 같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록 음악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렵거나 결국엔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평가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감기몸살에 걸린 드럼]
7. 올해는 많은 지역에서 록 페스티벌이 열렸고 라이브 클럽도 늘고 있는데.
껌: 씬의 활성화를 위해선 기본적으론 저변 확대가 제일 중요하다. 라이브 클럽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홍대라는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 아닌가. 일본 같은 경우 골목마다 1, 2, 3층 건물 자체가 모두 라이브 클럽인 곳이 많다. 그만큼 저변이 확대되어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록에 대한 층이 너무 얇다 보니까 페스티벌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향이 다분한 것 같다. 3년 전 라인업이나 지금이나 몇 팀만 보태지고 빠졌을 뿐 별 다를 바가 없다. 록 페스티벌이 많아진다고 해서 단순히 긍적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가만히 보면 무대에 오르는 밴드도 다 거기서 거기고 관객층도 새로운 사람들이 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매니아들이 돌고 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바다가 어떤 록페에 나간다면 팬카페에서 공연을 보러오는 수준인데 그런 상황이라면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록페스티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기보다 저변확대 측면에서 볼 때 행사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파워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열리는 굵직한 록페스티벌10개의 관객수와 동방신기가 10개월 동안 활동해 집객되는 팬의 수중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있냐는 것이다. 단지 숫자의 문제라기보다 음반 구매력이나 적극적인 활동의 측면까지 고려해 본다면 답은 뻔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TV에 나가는 것만이 저변확대의 열쇠인가? 그것 만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치고 나갈 수 없는 이유는 저변이 얇고 록음악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주붐: 어떤 측면에서는 공연들이 많이 있으면 손해라고 느끼는 것이 공연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한정되어 있는 매니아들이 흩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클럽이 많아지게 되면 클럽에 다니는 전체 관객수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관객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분산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도 클럽 공연이 있었는데 [버드록 때문에 클럽에 사람이 좀 없죠] 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인 게 그만큼 팬이나 밴드를 계속 보러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우리나라는 큰 공연이 있으면 다들 그 공연을 보러가서 클럽에 사람이 없다는 식이니. 이에 대해서는 밴드들도 많이 반성해야 하고 우리도 큰 공연에 네바다가 안나오지만 거기 가서 공연을 보는 것이 낫다고 사람들에게 느끼게 만들었다면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김기자: 페스티벌이나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인지도와 음악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팀을 결정하는데 그러고 보면 사실 세울 밴드가 별로 없다. 어느 정도 관객을 모이게 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밴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 섰던 밴드들이 반복해서 서게 되는 것이다.
주붐: 개인적으로 보기엔 밴드들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걸 넘어설 밴드가 못나오고 있다는 것은 노력부족이다. 모두 결부되는 것이지만 프로모션을 못해서 큰물에서 못 놀고 그렇기 때문에 크지 못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그런 부분에 얽매일 수는 없다. 그럴수록 더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원망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 아닌가.
김기자: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는 록 페스티벌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치구 시대에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화시키기 위한 현재 가장 손쉬운 아이템으로 생각되는 것 같다. 특산물은 식상하고 전통적인 것들은 포장을 잘 못하니 떠오르는 건 행사 아니겠는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소모성 행사들 때문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보는 클럽 공연에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재밌는 것은 그런 상황이 비보이 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고는 있지만 비보이씬 자체는 훨씬 언더 그라운드다. 스포츠 브랜드들의 스폰으로(스포츠 회사들이 스폰을 하는 이유는 자사를 홍보 할 수 있는 홍보툴이기 때문) 대형 무료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비보이들이 기획을 해서 작은 공연을 하려고 하면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오지 않는 것이다. 큰 공연을 무료로 봐왔기 때문에 매니아들이 돈을 내고 공연을 본다는 인식이 약하다고 한다. 결국 저변이 확대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참 비슷한 점이 많다.
주붐: 문화적인 아이템이 자꾸 창출 되야 하는데 그냥 그걸로 끝나기 때문인 것도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에 서태지의 캐릭터 상품이 나왔는데 몇 만원씩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개시 1분만에 매진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자신을 상품화시키는데 뛰어난 것 같다.
외국의 경우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밴드들도 다들 자신들의 머천다이저를 만들어서 티셔츠나 관련 물품들을 만들어 팔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문화가 있을 때 그것을 큰 아이템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것 하나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 힙합 뮤지션의 경우 자기 브랜드의 옷가게를 갖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에도 지누션이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관련 아이템들을 자꾸 창출해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껌: 지금은 휴학중이지만 실용음악과를 다니고 있다. 그런데 실용음악과에서 가르치거나 동기들이 주로 하는 음악은 재즈나 가요 쪽이고 커리큘럼도 그쪽에 맞춰져 있다. 저변에 일조 한다는 면에서 보면 너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재즈, 록, 가요 다 있어야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의 99%가 재즈라는 것이 문제다.
우리 클래스가 40명인데 그 중에서 록을 하는 친구는 나와 또 한 명뿐이었다. 학교를 옮겨서 간 것이라 동기들이 4살 정도 어렸는데 다들[선배는 록이잖아요]이런 식이었다. 1년을 다니고 휴학을 했는데 이질감을 정말 많이 느꼈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내가 록음악을 한다는 걸로 모든 걸 판단 내리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친구들이 4년 동안 재즈를 공부해서 졸업하고 뭘 해 생계를 유지할지가 더 걱정된다.
일본에는 공연을 할 때 뮤지션의 셋팅과 장비를 챙겨주는 테크니션들만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따로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어떤 교육기관이 있는가? 실용음악과가 있다고 해도 다 재즈만 가르치고 있고 그렇다보니 음악 학원들도 입시를 위해 다 재즈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 재즈 아카데미는 있어도 록 아카데미는 없지 않는가. 그런 면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지 않나 한다. 얼마나 재밌겠는가? 학교에서 록 가르친다고 쾅쾅거리고. 그러면 뭔가 다를 것도 같은데.
주붐: 사실 껌이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니다가 실용음악과로 간다고 했을 때 나름대로 고민을 했다. 결론은 안가는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좀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용음악과라고는 하지만 그 실용음악이라는 것이 내게는 그리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큘럼도 찾아보고 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돼 가요 세션이나 그런 것들도 해보고 싶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음악과 커리큘럼이 차이가 많았다. [록음악과가 생기면 학교를 옮겨야지] 라는 생각은 한다. 물론 록만이 옳고 록이 전부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록을 좀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고 근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장르에 대해서도 다뤄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레슨 같은 것도 받으려고 보면 가르치는 사람들이 오픈마인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장르간에 있어서도 닫혀 있는 경우가 많고. 아까 말한 [리퀴드 가든]과 그 스텝들의 경우 장르가 완전히 다름에도 그렇게 환호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음악을 크게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원래 자연스러운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장르가 다른데 교류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니 우리가 적응이 안될 정도였다.
[화기애애 네바다]
8. 페스티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뮤지션과 관객이다. 그런데 실상 밴드들은 컨택을 위해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리허설 시간, 공연시간, 개런티 정도 체크하고 당일 날 자신들의 공연이 끝나면 그냥 가버린다. 밴드들에게 그것은 페스티벌이 아니라 행사일 뿐인 것이다. 뭔가 같이 느끼고 만들어 보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껌: 보통 컨택 전화는 내가 주로 받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떤 공연이나 페스티벌이 있으면 컨셉이 있고 부제가 있을 텐데 섭외가 들어올 때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주질 않는다. [이번에 어떤 취지로 공연을 만드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 팀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렇게 가면 어떻겠냐] 라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몇 일날 하는데 페이는 얼마고 공연시간은 어느 정도고 이런 식이다. 모든 공연이 거의 다 그렇다. 물론 안 그런 공연도 있다. 소아암 돕기라던가. 그런 경우에는 멘트도 그런 쪽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몇 일날 시간비어요? 그 날 몇 분인데 누구랑 하고 얼마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죠?]라고 말하니까 대답만 [네]이렇게 대부분 되어 버린다. 밴드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정형화가 되니까 당연히 전화가 오면 아까처럼 [언제예요? 몇 번째예요? 얼마예요?] 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기자: 재밌는 것은 작년쯤에 약간 규모 있는 공연을 [상상공장]에서 기획할 때였다. 좋은 취지와 좋은 컨셉인 만큼 자신감 있게 기획서를 들고 모 밴드를 찾아갔다. (알겠지만 기획서에는 컨셉과 취지, 무대, 음향, 조명 등 자세한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단칼에 거절을 당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컨셉과 취지라도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라 신뢰도가 문제되었던 것 같지만 얼마만큼 밴드들이 공연의 취지와 컨셉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지는 모르겠다.
페스티벌의 경우 출연진이 한 두 팀이 아니라 수십 팀인데 그런 경우 일일이 전화를 통해 컨셉을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 경우는 출연자 모임을 갖거나 하는데 그 때에도 주로 매니저들이나 밴드 리더가 오기 때문에 밴드들이 행사에 대해 알고 있기는 힘든 것 같다. 그리고 전화 통화 시에도 밴드들 자체가 그런 설명을 기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점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긴 하다.
그리고 밴드들 자신이 페스티벌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컨택 때부터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고 막상 행사장에 가도 남아서 공연을 볼 마음이 들지 않고 단지 공연을 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전에는 이런 경우도 있었다. 자신들의 무대가 끝나자 [다음 탕 뛰러가자]라며 가버리는 것이다.(참고로 록밴드는 아니었다) 농담인진 모르겠지만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분들을 바꿔갈 수 있을지 [상상공장]에서 기획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들도 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뮤지션과 기획자의 원활한 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에 모인 스텝, 뮤지션, 관객 모두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기자의 되새김: [상상공장]에서 기획한 어떤 공연의 경우에는 컨셉이 좋기 때문에 출연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컨셉이나 취지가 좋으면 항상 공연상황이 좋질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 출연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기획서는 펼쳐보지도 않고 시스템이 안 좋을 것을 단정짓다니 이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좋은 취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뮤지션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껄끄러울 정도로 미비한 시스템과 환경을 제공한 기획사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좋은 취지=미비한 시스템) 것이 정당하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우려가 된다면 앞에 놓인 기획서의 시스템 사양을 확인해 보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우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 누구의 책임이고를 떠나서 정말이지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인식이던 환경이던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변화는 비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끝없는 애정과 관심을 쏟을 때, 감동이 만들어질 때, 그때 서서히 변화가 올 것이니 분발해야 한다!
[주붐은 작업중!]
9. 기획적인 측면이나 시스템적인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도 다녀온 것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밴드들이나 클럽, 음악씬은 어떤가?
껌: 우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한 지역에 몇 십 개가되고 그 몇 십 개의 클럽에서 몇 십 개의 밴드가 경쟁을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한 주 걸러 클럽에서 공연을 할 수가 있는데 일본은 로테이션 텀이 한달 이라고 한다. 한번 공연하고 나면 한달 뒤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얘긴데 그건 밴드가 그만큼 많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규모 면에서도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클럽 시스템 때문에 많이 놀랐다. 우선 클럽에서 종이를 두 장 주는데 한 장은 밴드의 초대손님 리스트를 적게 하고(입구에서 확인 후 들여보내 준다) 뒷장은 곡 리스트와 각 곡에서 원하는 조명이나 음향 쪽의 연출에 대해 밴드가 원하는 바를 적게 한다. 이 곡에서 어떻게 조명을 해줄 것이며 음향부분에서는 어떻게 신경을 쓸 것인가에 대해 클럽에서 먼저 챙기고 그에 맞게 준비해 준다.
심지어는 공연한 것을 MD로 녹음해 주기도 하고 클럽에 설치된 카메라도 녹화를 해서 VHS로(비디오) 떠주기도 한다. (MD는 가져가면 무료로, VHS는 천 엔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클럽에서 공연한 것을 녹음하려면 따로 부탁을 해야한다. (아무래도 콘솔 쪽에서 소리를 따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런 부분부터 벌써 차이가 나는 것이다. 둥: 우리나라에서는 한 장르가 유행하면 우르르 그 장르를 하는 밴드가 많은데 일본의 경우에는 밴드들의 음악이 다 다르고 같은 범주의 음악으로 나뉘는 밴드라도 개성이 강해서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주질 않는다.
껌: 일본에 가서 15팀 정도의 밴드를 봤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팀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장르별로 모듬 모듬 있고 이 밴드와 이 밴드는 음악이 비슷해서 놀기 좋고 뭐 이런 식인데 그쪽은 15팀이 비슷하다고 묶을 수 있는 카테고리가 전혀 없었다. 랩메탈이다, 펑크다 라는 식의 전형적인 장르로 묶을 수 있는 팀이 없고 밴드마다 너무 개성이 강해서 무슨 장르라고 구분 짓는 것도 불가능하다.
- 오리지널리티가 강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주붐: 그렇다. 그 밴드가 갖고 있는 컨셉의 색깔이 짙다. 실례로 카피곡을 안 한다. 우리나라 밴드들은 클럽에서 공연할 때 카피곡을 하고 사람들도 카피곡을 하면 좋아한다. 우리도 [콘]의 곡을 카피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만큼 자기의 색깔을 보여주기 힘들게 되기 때문에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에 가서는 카피곡을 하는 팀을 한번도 못 봤고 다 자기들 곡이고 스타일이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 밴드들은 주로 미국 쪽 밴드들을 모니터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밴드들을 서로를 모니터링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껌: 최근에 우리가 신선하다고 느낀 곡을 새로 하나 카피했다. 공연이 끝나고 아는 친구가 와서 그 곡이 참 좋다고 하는 것이다. 농담 삼아 [우리 곡은 안 좋고 그 곡은 좋냐]고 반문했는데 그런 부분도 밴드들이 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전에는 카페에 어떤 카피곡 좋았다고 글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재밌게 놀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도 밴드가 먼저 각성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그만큼 우리나라 밴드들이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신경을 덜 쓴다는 것 아닌가?
주붐: 사실 그렇다. 부족한 부분이다.
*김기자의 되새김: 비보잉(B-boying)의 경우에도 심사 시 3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 오리지널리티다. 화려한 기술이나 팀웍도 중요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독창성으로 그 사람만이 가진 어떤 개성적인 동작을 최고로 여긴다.
[네바다 화이링!]
10. 앞으로의 일정과 추천밴드는?
주붐: 우선 내년에는 1집을 발매해야 한다. 추천 밴드는 블랙 신드롬. 얼마 전에 같이 공연을 했었는데 보고 감동했다. 한국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추대 받아야 할 거장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껌: 음악을 길게 한 건 아니지만 5년 동안 좋은 공연들을 찾아다니며 봤다. 림프 비즈킷 같은 경우도 무대 스텝으로 참가하고 라이브 와이어 같은 경우도 참가했는데 외국 밴드들이 와서 공연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국내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랄까. 무대에 대한 연출력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뭉클한 어떤 부분이 있다. 블랙 신드롬의 경우엔 어떤 국내 팀도 주지 못했던, 외국팀들에게서 느꼈던 감동을 제일 근접하게 준 팀이다. 그들이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공연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멋지다.
2004/11/08 취재
2004/11/27 인터뷰,글,사진/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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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어요 ^^ 네바다 화이팅!
기사 잘 봤습니다. 네바다카페로 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