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_저 들에 불을 놓아

[파피루스]

저 들에 불을 놓아

정태춘 작사, 작곡

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 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 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그러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저기 불 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 중 낮은 논배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 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 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 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 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 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의 소작 논배미엔
짚더미마다 훨훨 불꽃 높이 솟아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한수]

파피루스 님, 수고 많았습니다만, 사진들이 좀 부옇군요 . . .

[파피루스]

음, 박노해 님 벽시 사진 찍으러 볕 좋은 날 들를 참인데, 부연 사진들도 다시 찍어야겠네요. 안 그래도 한 말씀 하실 것 같았는데. ㅋㅋ 근데 여기가 어디죠?

[한수]

황새울 영농단 가는 길 오른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