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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2014년까지 현재 출판되고 있는 <권정생 책 목록과 소개글 1>입니다.
2015년부터 출판되는 책은 <권정생 책 목록과 소개글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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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책 목록과 소개 글
Ⅰ. 단편
1. 『사과나무밭 달님』 (창비, 1978)
권정생은 민달팽이처럼 치장도 껍질도 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가엾은 사람들을 동화 속에서 만나게 해준다. 권정생이 사랑한 그들은 가장 솔직하고 절실한 소망을 품고 있다. 『사과나무밭 달님』은 『강아지똥』(세종문화사, 1974-절판) 다음으로 출판된 동화집으로 권정생이 말하는 ‘사람’을 진하게 만날 수 있는 동화들이 실려 있다.
『사과나무밭 달님』 중에 「보리이삭 팰 때」에서는 보리밥 한 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인 앉은뱅이 거지 ‘탑이 아주머니’의 서글픔과 만나고 「공 아저씨」에서는 돈 벌러 일본에 가서 쓰레기를 줍고 배달을 하는 ‘공 아저씨’의 그리움을 만나고 「해룡이」에서는 문둥병에 걸려 스스로 가족의 곁을 떠나는 ‘해룡이’의 외로움과 만나고 「똬리골댁 할머니」에서는 ‘똬리골댁 할머니’의 억울함과 만난다. 그리고 「사과나무밭 달님」, 「패랭이꽃」 등에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과 ‘문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과 만난다.
『사과나무밭 달님』에 있는 단편동화 12편은 지금 우리에겐 옛이야기같이 가난한 시절 얘기라서 어둡고 슬프다.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동화 속 인물들은 전기 덕분에 밤에도 환한 요즘 세상에서 오히려 길을 더 잃고 외로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밝혀줄 것이다.
2. 『하느님의 눈물』(인간사,1984/ 산하 1991)
이 책은 1984년에 처음 출판되었다가 1991년에 다시 나온 것으로 저학년 단편동화를 모은 책이다. 2010년 이 책에 수록된 동화는 『아기 소나무』, 『학교놀이』, 『아기 늑대 세 남매』,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등 4권으로 나뉘어 다시 출판되었다.
3.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 (햇빛출판사, 1985)
동화를 읽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묻은 때를 씻어 내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름다운 동화를 읽으면 우리들의 마음도 그만큼 깨끗해진답니다. (「머리글」 중에서)
권정생의 동화는 아름답고 깨끗하다. 가파른 산기슭에 핀 방망이꽃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등어리꽃의 향내가 얼마나 짙은지 미루나무 꼭대기 한 뼘쯤 밖으로 떠 있는 하얀 반달이 얼마나 어여쁜지 보게 해준다.
「달개비꽃들이 읽은 편지」, 「어느 시냇가 이웃들」, 「슬픈 여름 밤」, 「코스모스와 사마귀」등의 단편동화에서는 시냇가의 강아지풀, 할미꽃, 여름밤의 모기들, 코스모스와 사마귀 등 작은 생명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삶을 보는 것은 아름답고 깨끗한 일이다.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 「달수네 아버지」, 「아버지」 등은 고향에서 살면서 자식들 배고프지 않게 해주고 싶은 바람조차 이룰 수 없는 아버지들 이야기다. 권정생은 아버지라서 더 초라해지는 사람들이 부르는 슬픈 엇박자 노래에 유머로 장단을 맞춘다. 「종지기 아저씨」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분도출판사, 1985)로 이어지는 동화고 「삼거리 마을 이야기」는『팔푼돌이네 삼형제』(현암사, 1991)로 이어지는 동화다. 두 동화는 전쟁과 통일이란 무거운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권정생의 풍자와 유머는 빛난다.
4. 『바닷가 아이들』 (창비, 1988)
이 책 「머리말」에서 권정생은 ‘북쪽과 남쪽으로 갈린 어른들에 의해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색깔로 마구잡이 칠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단편동화 15편중에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초밭 할머니」는 총알과 폭격이 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가 처절하게 보이는 동화다. 「빼떼기」와 「앵두가 빨갛게 익을 때」도 전쟁과 분단이 배경인데 「빼떼기」는 병든 병아리에 대한 사랑 「앵두가 빨갛게 익을 때」는 인민군으로 남쪽에 내려와 포로로 잡혀 남쪽에서 가정을 꾸린 두 친구의 우정을 담고 있다. 「바닷가 아이들」은 북쪽 아이와 남쪽 아이가 함께 감자를 나눠먹는 모습으로 통일과 동심을 연결하고 있다. 또 옛이야기 「팥죽 할머니」를 동극으로 썼는데 여기서 팥죽할머니는 작은 힘들을 모아 독재자를 물리치는 적극적인 투사의 모습이다. 그 외 풍자적인 「장군님과 농부」, 「약장수들」에서도 강한 시대비판 정신이 보인다. 대놓고 또는 에둘러서, 사실적으로 또는 풍자해서 말한 이 동화들은 우리 역사가 온 길과 갈 길을 보여준다.
5. 『짱구네 고추밭 소동』 (웅진닷컴, 1991, 초판/ 2002, 고침판)
이 책에는 전쟁, 분단 이야기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그러면서도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살아있다. 「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작고 매운 빨간 고추들이 고추도둑을 물리치는 얘기다. 고추들이 힘 모아 도둑이 훔쳐가는 고추자루를 뚫고 터져 나오는 장면은 불의에 맞서서 폭발하는 민중의 힘을 보여준다. 이런 강한 의지를 담은 「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고추들이 하는 양이 아이들 모습처럼 귀엽다. 「쌀도둑」, 「빨간 책가방」, 「승규와 만규 형제」는 가난이 힘들지만 가난을 받아들일 줄 아는 착한 아이들 이야기다. 『황소 아저씨』(길벗어린이, 1997)는 그림책으로도 나왔다.
「용원이네 아버지와 순난이네 아버지」,「우리들의 5월」처럼 전쟁이 낳은 이야기들도 있고 「어느 추수 감사절에 있었던 일」같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모두 아이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참된 이야기들이다.
6. 『깜둥바가지 아줌마』 (우리교육, 1998)/ 『먹구렁이 기차』(우리교육, 1999)
『깜둥바가지 아줌마』는 권정생의 첫 번째 동화집인『강아지똥』(세종문화사 1974-절판)에 실려 있던 「토끼 나라」 「깜둥바가지 아줌마」 「사슴」 「어시장 이야기」 「떠내려간 흙먼지 아이들」 「금복이네 자두나무」 「어느 주검들이 한 이야기」 「아기 양의 그림자 딸랑이」 이렇게 8편의 동화에 「할매하고 손잡고」와 「쌀도둑」을 더해서 묶은 고학년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이다.
『먹구렁이 기차』도 『강아지 똥』에 실렸던 「강아지똥」 「오누이 지렁이」 「장대 끝에서 웃는 아이」 「눈길」 「먹구렁이 기차」이렇게 5편과 지금은 절판된『할매하고 손잡고』(올바름, 1990)에 실렸던 「산토끼」, 「오소리네 집 꽃밭」 등 6 편의 동화를 모아 저학년을 위해 출판된 책이다.
「할매하고 손잡고」 같이 전쟁과 분단이 남긴 지독한 상처를 말하는 작품들, 「깜둥바가지 아줌마」 같이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쓰임을 발견해주는 작품들, 「사슴」같이 죽음과 종교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카테고리는 권정생 동화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큰 생각은 우리를 자라게 해준다.
7.『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웅진닷컴, 2000)
『하느님의 눈물』(인간사, 1984)에 실려 있던 「소낙비」 「아기 소나무」 「두꺼비」와 『할매하고 손잡고』(올바름, 1990-절판)에 실려 있던 「금희와 아기물총새」를 묶어서 유아나 저학년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펴낸 책이다.
「소낙비」에서는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 소리가 무서워 떨던 아기 들풀들이 소낙비가 오고 난 후 가뭄에 말랐던 들판에 새 기운이 뿜어나는 것을 보고 하느님이 하시는 좋은 일에 기뻐한다. 「아기 소나무」에서는 아기 소나무가 달님에게 하는 말들이 개구지어 웃음이 나오고 그 귀여운 아기 소나무가 가여운 사람들에게 자기를 주려는 마음이 너무 어여뻐서 목이 멘다. 「금희와 아기물총새」에서 금희는 죽은 아기물총새를 묻어준 날 꿈에서 죽은 엄마를 만난다. 아기물총새와 함께 떠나는 엄마를 보내면서 금희는 또 한 뼘 자란다. 「두꺼비」에서는 멋진 수탉과 못생긴 두꺼비가 함께 길을 간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가는 두꺼비와 먹이를 찾느라 길바닥만 보는 수탉의 모습은 좋은 친구, 좋은 삶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렇게 4편의 동화는 우화 같이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자연, 하느님,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동화들이다.
8.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우리교육, 2000)
또야는 기운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간다. 그래야 산에 들에 나무들이 더 예쁘게 꽃이 핀다고 엄마가 말했기 때문이다. 또야는 2000년에 태어난 권정생 할아버지의 사랑하는 손자 같은 동화 주인공이다. 권정생 할아버지는 또야를 아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또야와 또야 친구들에게 자연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외에도 개미가 바라본 인간 세상의 한 장면인 「제비꽃 피는 어느 장날」, 아무 대가 없이 남을 도와주는 아기 사슴 이야기 「물렁감」, 자연의 순리대로 죽음을 잘 맞이하는 할머니 이야기 「살구나무 집 할머니」, ‘통일’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강을 사이에 둔 숲 속 동물들이 어려움에 처한 강 건너편 동물들을 돕는 「강 건너 마을 이야기」, 예수님의 모습을 담아놓은 「오두막 할머니」 이렇게 모두 6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9. 비나리 달이네 집 (낮은산, 2001)
경북 봉화에 사는 정호경 신부님과 그 분이 키우는 개 “달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지은 이야기다. 신부님은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분이다. 그리고 강아지의 눈동자를 보며 강아지와 소통을 한다. 보통사람이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신부님이 키우던 강아지 달이가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려 다리 하나를 잃어버린다. 신부님은 인간으로써 달이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달이가 무섭다는 성당, 달이가 무섭다는 신부복 입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그만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달이와 함께 비나리에서 농사를 짓는다. 달이는 자유로워졌다. 달이가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을 위로한다. 달이 꿈속에서 달이는 다리 셋으로 절뚝거리는 강아지가 아니다. 다리 넷으로 아빠 신부님과 함께 맘껏 뜀박질을 한다. 아빠 신부님도 맘 속 깊이 있는 어린 시절 전쟁의 기억을 내려놓고 달이를 따라 달린다.
10. 『아기 소나무』 (김세현 그림, 산하, 2010)
「하느님의 눈물」,「아기 소나무」,「고추짱아」,「두꺼비」,「소낙비」,「굴뚝새」,「다람쥐 동산」이 실려 있다. 『하느님의 눈물』에 나오는 돌이토끼는 배가 고프지만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칡넝쿨, 과남풀, 풀무꽃풀, 댕댕이들은 돌이토끼가 먹어버리면 모두 죽어 없어진다. 하느님을 바라보며 호소하는 돌이토끼는 곧 권정생이다. 권정생이 자기 목숨만큼 귀하게 여기는 작고 여린 생명들이 무엇인지 조금 알 수 있는 귀한 동화다. 「다람쥐 동산」에서는 아기 다람쥐들이 아주 큰일을 해낸다.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가르친 도깨비 마을이 궁금하여 아기다람쥐들은 울타리에 구멍을 낸다. 그 구멍을 통해 친구를 만나보니 어른들 말이 모두 거짓말이었다. 「다람쥐 동산」의 울타리가 사라지고 다람쥐들은 서로 결혼하고 이사를 한다. 권정생의 간절한 통일 소망을 담은 동화다.
11. 『학교 놀이』 (윤정주 그림, 산하, 2010)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찔레꽃잎과 무지개」「학교놀이」세 편이 들어있다.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에서 엄마 같이 의지하고 지내던 언니 가재가 시집가고 동생가재는 혼자 남았다. 동생가재가 밤새도록 슬픔, 외로움, 무서움을 온 몸으로 겪고 다시 용기 있는 가재로 서는 모습이 생생하게 나와 있다. 옆에서 이를 묵묵히 지켜보며 한마디씩 건네주시는 이웃집 할머니 가재의 역할이 선명하다.「찔레꽃잎과 무지개」에서 찔레꽃 잎은 바람에 날려 시냇물에 떠내려가며 태어나 처음으로 학교, 초가집 마을을 본다. 겁나고 두렵던 마음이 무지개를 보면서 환하게 밝아진다. 「학교놀이」에는 엄마 없이 살아가는 일곱 마리 아기 병아리들이 나온다. 어느 날 병아리들 꿈속에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 닭이 나타난다. 꿈속에서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 닭을 만나고 깨어난 일곱 병아리들은 웬일로 씩씩해졌다. 대체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 『아기 늑대 세 남매』 (권문희 그림, 산하, 2010)
「부엉이」「아기 늑대 세 남매」「수몰지구에서 온 아이」세 편이 들어있다.「아기 늑대 세 남매」에서 춘자 아주머니와 중서 아저씨는 골짜기 밭을 매러갈 때 꼭 함께 간다. 아침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밭을 매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그런데 숲속에서 아기 늑대들은 날마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엿 듣는다. 아기 늑대들은 이야기 속 여름 성경학교가 궁금하다. 이들은 엄마늑대를 졸라 사람모양으로 변신을 하고 이름을 박능자, 용대, 성대로 지었다. 성경학교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찬송가를 가르치는 춘자 아주머니를 만난다. 귀여운 늑대 어린이 셋은 무사히 재미나게 여름성경학교를 마친다. 권정생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솔직한 말 한마디를 다 알고 있나보다. 권정생 동화의 배경은 가난하고 슬픈 시절이지만 어린 주인공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귀여워 웃음이 나온다.
13.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김용철 그림, 산하, 2010)
「아기 산토끼」「가엾은 나무」「떡반죽 그릇 속의 개구리」「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네 편이 들어 있다. 동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묵직한 주제들이 담겨있다. 「아기 산토끼」에 나오는 아기 산토끼는 마을로 내려가 사람과 어울려 사는 집토끼를 본다. 토끼장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자유로운 산토끼와 갇혀 있는 집토끼가 나란히 있다. 「가엾은 나무」에 나오는 느티나무는 5천년 묶은 나무다. 5천년을 긴 세월을 버티어 오면서 느티나무의 크기와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경지에 있을 법도 한데 시련은 끝이 없다. 북풍과 남풍이 서로 불어와 나무를 괴롭힌다. 이에 시달리는 나무는 몸이 반쪽씩 나뉘어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새들이 날아와 느티나무가 달라진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느티나무 자신도 자기 자신의 본래 색을 찾고 싶지만 쉽지 않다. 사실 본래의 색, 본래의 모습을 찾는 일은 간단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에서 아기까마귀들은 아주 쉽고 분명하게 자기 본래의 모습을 찾아낸다. 권정생 동화에서 어린이는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답답한 것은 답답하다 솔직히 말하는 존재다.
14. 『물렁감』 (박경진 그림, 우리교육, 2011)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에 있는 「물렁감」, 「제비꽃 피는 어는 장날」「강 건너 마을 이야기」를 묶어 유아들도 볼 수 있도록 편집한 책이다.
15. 『아기 토끼와 채송화 꽃』 (정호선 그림, 창비, 2012)
「아기토끼와 채송화 꽃」 「까치골 다람쥐네」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 「밤 다섯 개」 등 네 편의 동화가 실렸다. 「까치골 다람쥐네」는 권정생이 살던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며 쓴 동화이다. 그러나 골프장을 만드느라 끝내 산이 잘려나가고 논밭이 쓸려나가고 말았다.
16. 『별똥별』 (서진선 그림, 창비, 2012)
「강아지똥」 「무명 저고리와 엄마」 「똬리골댁 할머니」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별똥별」 「빼떼기」 「바닷가 아이들」 등 권정생 대표동화를 뽑아 만든 책이다.
Ⅱ. 장편
1. 『몽실언니』 (창비, 1984)
TV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미 널리 알려진 권정생의 소년소설 대표작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몽실이 이야기이다. 이런 몽실에게는 뚜렷한 삶의 자세가 있다. 편견을 벗어나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공짜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가난과 전쟁이라는 비참함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몽실언니가 살 수 있었던 힘이다.
몽실이는 신분이나 지위, 이득에서 벗어나 사람으로 만나면 누구든 다 착하게 사귈 수 있다는 인민군 언니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몸과 마음으로 품어준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와 몽실이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 새엄마 북촌댁이 낳은 난남이, 개가한 엄마와 댓골 새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영득이와 영순이, 전쟁터에 끌려갔다가 다쳐서 돌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 양공주가 낳아서 버린 검둥이 아기, 그리고 꼽추 남편까지 몽실이는 이 모든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어떤 어려움이나 가난에도 사람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몽실언니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또한 세상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 『초가집이 있던 마을』 (분도출판사, 1985)
이 책은 경상도 산골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함께 겪은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담은 소년소설이다. 처음에는 포탄이 터지고, 비행기가 날고, 온가족이 보따리를 싸서 피난 가는 것을 놀이처럼 느꼈던 아이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의 참담함, 분단의 아픔에 직면한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같은 민족, 같은 이웃 더 나아가 한 가족끼리 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지, 다른 그 무엇보다 인간존엄이 우선시 되는 이념이나 사상은 없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물으면 읽게 되는 책이다.
단짝 친구 금동이와 종갑이의 애틋한 우정과 미군장갑차에 깔리는 잃은 종갑이의 어이없는 죽음, 복식과 유준이 어른이 되어가며 겪는 성장통과 복식의 죽음 등은 전쟁과 분단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한다.
이런 아픔 가운데서 다시 태어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 등 전쟁을 함께 겪고 살아남은 시골 이웃들의 평범한 작은 일상도 이야기 곳곳에 담겨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감칠맛 나게 정겨운 안동사투리도 책 읽는 맛을 더 돋우어준다.
3.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분도출판사, 1985)
서울 구로동에 있는 민들레교회 최완택 목사가 손수 써서 펴내는 주보 「민들레교회이야기」에 연재되었던 동화를 묶은 책이다. 도토리 예배당에 더부살이로 사는 종지기 아저씨와 아저씨 방에 더부살이로 사는 생쥐가 좌충우돌하며 해학과 풍자 넘치는 얘기판을 벌인다.
아저씨는 왜 쩨쩨하게 밤낮 생쥐하고 토끼하고 참새하고 개구리하고만 얘기하느냐 묻는다면, 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얘기할 사람이 없단다.” (「머리말」에서)
“사람이나 생쥐나 살아 있는 동안 싸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달리기 선수는 어떻게든지 앞서가려고 싸우고, 권투선수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려고 싸운다. 벌들은 먹을 꿀을 많이 가지려고 싸우고, 꽃은 서로 아름다우려고, 나무는 햇볕을 더 많이 쬐려고 싸운다. 이 세상에 싸우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똑똑해서 그런지 어리석어서 그런지 싸움을 해도 쓸데없이 싸운다.” 아버지와 아들이, 형과 아우가 적이 되어 총칼 휘두르며 싸운다. ‘아직도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나라’에서 얘기할 사람이 없는 아저씨는 생쥐하고 티격태격 싸운다.
4. 『점득이네』 (창비, 1990)
해방을 맞이하여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던 점득이네는 소련군이 쏜 총에 맞아 아버지를 잃는다. 어머니의 고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터지고 피난길에서 미군 비행기 폭격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점득이는 두 눈을 잃는다. 다시 휴전이 되어 점득이와 누나 점례는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서지만 그곳은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북한 땅이 되어버렸다.
권정생은 『점득이네』에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하나하나 꺼내어 들려주고 있다. 해방과 삼팔선, 전쟁과 분단, 군부독재의 암울함까지 작정한 듯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지금도 우리가 그릇된 역사인식이나 이념에 빠진다면 이런 비극은 언제나 다시 올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그 비극 속에 가장 고달픈 사람들은 평범한 국민들이고, 그 고달픔을 꿋꿋이 이겨내는 사람들도 역시 평범한 그들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5. 『팔푼돌이네 삼형제』 (현암사, 1991)
「삼거리 마을 이야기」(『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에서 “6·25전쟁이 무섭고 서러워서 먼 곳으로 사라졌던 톳제비가 1987년 6월 11일 한국의 민주항쟁의 날을 맞아 돌아왔다.” 만세 소리를 듣고 평화가 찾아온 거라 생각한 것이다. 『팔푼돌이네 삼형제』는 이 톳제비 삼형제가 돌아온 고향 삼거리 마을에서 겪는 세상 이야기다.
권정생은 「머리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입고, 춥지 않고 비 맞지 않는 작은 집에 살면서 산과 강물과 들판을 더럽히지 않고 모두가 땀 흘리며 일하는 세상이 바로 평화를 이루는 세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사람끼리 높고 낮은 차별을 만들지 않고 누구나가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재주와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래서 굶는 사람이 없고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바로 동화의 나라가 아닐까요? 동화의 나라는 절대 꿈속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세상에 있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계속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38년 만에 돌아온 톳제비가 만난 세상은 아직 한숨거리가 더 많았다.
6.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 1994)
정말로 하느님이 우리 이웃이라면 얼마나 든든할까. 만사형통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 하느님은 전지전능함은 하늘에 두고 오로지 몸과 마음만 가지고 아들인 예수와 같이 땅으로 내려오셨다. 모든 능력을 하늘에 다 두고 내려오니 지극히 가난하고 힘없는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일 뿐이다. 예수가 날품을 팔아 벌어 온 돈으로 산동네 지하셋방에 살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며 땅위 사람들과 함께 한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서울 산동네 사람들의 고달픔을 온 몸과 맘으로 느낀다. 철거민 · 노점상의 힘겨운 삶, 이산가족 과천댁의 한, 고아로 자란 공주의 외로움을 지켜보며 하느님과 예수님은 괴롭기만 하다. 이 땅의 모든 부조리와 억압을 싹 쓸어버리고 새로이 지구의 역사를 쓰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세상 속에서 이들의 고통과 함께 하며 이들의 희망을 위하여 이 땅에 남아 더 살아보기로 한다.
우리 주위에 서로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눈여겨보시길, 하느님일지 모른다.
7. 『한티재 하늘 1, 2』 (지식산업사, 1998)
이 책은 어머니가 조용조용 들려주시던 우리네 백성들의 고달프고 서러웠던 이야기들을 옮겨 적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고프고 헐벗은 자식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서러워서, 안쓰러워서 눈물겹고 강인한 그들의 삶의 의지에 눈물겹다.
동학혁명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한티재 하늘』이 다른 대하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백성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거다. 동학혁명, 일제에 의한 강제 한일합방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을 책 속에 따로 하지 않아도 그 사건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그 영향을 한티재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의 삶속에서 바로 엿볼 수 있다. 역사를 있게 하고 그 역사가 계속되는 힘은 비록 가진 거 없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는 백성들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8. 『밥데기 죽데기』 (바오로딸, 1999)
솔뫼골 늑대할머니는 오십 여 년 전에 포수에게 남편과 아들들을 잃었다. 원수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달걀 두 개로 밥데기와 죽데기를 만든다. 그러나 늑대할머니의 정체를 알고 있는 황새 아저씨를 만난 후로 일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 동안 그들의 요구대로 어쩔 수 없이 마구 사냥을 해야 했던 사마귀 할아버지,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외로이 삶을 마치려 하는 삼층 병실 할머니, 원자탄에 상처 입은 후유증으로 불빛하나 없는 다락방에서만 살고 있는 인숙이. 늑대 할머니에게 이들은 할머니 못지않게 억울하고 가여운 삶을 산 사람들이다. 할머니는 황새 아저씨의 설득으로 세상에 원수를 갚기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모든 힘과 맘을 쏟기로 결심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늑대할머니가 부리는 마술 같은 일이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될 것이다.
9. 『슬픈 나막신』 (우리교육, 2002)
이 책은 권정생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자전적인 동화이다. 책을 읽다보면 일본 동경의 혼마찌 골목에서 조선아이들, 일본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권정생은 일본사람이어서 다 나쁘고 조선 사람이어서 다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 사람이냐 조선 사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로 편 가르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는 것이 혼마찌 골목의 아이들에게서는 가능하다.
신주쿠 백화점을 찾아 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험, 삼각관계를 이루는 아이들의 소꿉장난 같은 애정, 그 속에서도 살짝살짝 엿보이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분노, 조선인들의 가난과 배고픔 등은 일제 강점기에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힘겨움을 보게 한다.
10. 『랑랑별 때때롱』 (보리, 2008)
『랑랑별 때때롱』은 권정생이 쓴 마지막 동화다. 마지막일 것을 알고 쓴 것처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세상을 그렸다. 권정생이 아이들에게 주려고 찾은 별은 북두칠성에서 다섯 걸음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랑랑별이다. 이 별에 사는 때때롱과 매매롱 형제는 지구의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에게 말을 건다. 랑랑별 아이들과 지구 아이들은 서로 기 싸움을 좀 하지만 곧 친해지고 함께 5백 년 전의 랑랑별과 지금의 랑랑별을 여행한다.
새달이네 개가 흰말이 되고 아이들은 개구리, 왕잠자리, 물고기랑 말이 된 개에게 매달려 랑랑별로 날아가는 장면은 옛이야기처럼 신난다. 랑랑별로 간 시간여행은 SF영화처럼 두렵고도 신기하다. 서로 미워하고, 화내면서도 친해지는 아이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반짝거린다.
5백 년 전의 랑랑별은 지금의 지구고 지금의 랑랑별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어야할 지구다.
개도 소도 끼리끼리 본래의 모습으로 살고 사람은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책이다.
Ⅲ. 글모음
1.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1996 초판/ 2008 증보판)
신문과 『녹생평론』 등 잡지 여기저기에 조금씩 쓴 것을 모아 펴낸 책이다. 『녹색평론』 발행인인 김종철은 ‘개정증보판에 부쳐’ 쓴 글에서 『우리들의 하느님』 책을 처음 낼 때를 회상했다. 권정생은 ‘『녹색평론』이 지불하는 원고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원고 속에 잡지제작에 보태라고 우편환을 동봉해 보내곤 했다. 그런 분이기에, 자신의 책 발간이 공연히 출판사를 곤경에 빠트릴 것이라 염려해서 자신의 산문집 출판을 내켜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 32편과 동화 「용구삼촌」, 「오두막 할머니」, 「할매하고 손잡고」 이렇게 3편이 실렸고, 개정증보판에는 권정생 추모 글 2편이 더해졌다. 권정생은 이 책에서 말한다.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과 굶주림, 그 속에서도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앞서간다는 선진국은 한층 더하다. (…) 우리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선진과 후진이 없어야 한다. (…) 기름진 고깃국을 먹은 뱃속과 보리밥 먹은 뱃속의 차이로 인간의 위아래가 구분지어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약탈과 살인으로 살찐 육체보다 성실하게 거둔 곡식으로 깨끗하게 살아가는 정신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의 길이 아닐까. (12~13면)
2. 『죽을 먹어도』(아리랑나라, 2005)
『녹색평론』,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어린이문학』, 『학』책』 같은 잡지나 신문에 실렸던 글과 권정생의 책의 「머리글」을 모아 엮었다.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 할 수 있다’, ‘내문학품은 이렇게 태어난다’, ‘죽을 먹어도‘죽을 살자-짧은 생각’, ‘신음하는 국민에게 꿈을’ 이 4개의 소제목에 여러 편의 글을 모았다. 마지막에 실린 「감몐리글고양이오 사람 이야기」는 “권정생 문학을 돌아보며” 이오덕이 쓴 글이다.
3. 『어디 아파서 열이 나는 줄 아냐 이 똥개야!』(아리랑나라, 2005)
4. 『내가 만난 고독』(아리랑나라, 2005)
작품집이나 잡지 등에 발표했던 것에서 골라 시, 동화, 동극, 산문들을 엮은 책이다.
5. 밭 한 뙈기 』(아리랑나라, 2008)
권정생의 시, 동화, 동극, 산문들을 모아 낸 책이다.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에 실린 시와 그 후에 발표한 시 12편이 실렸다. 동화 「마음」, 「돌다리」, 「아기토끼와 채송화꽃」, 「밀짚잠자리」, 「하얀 배」, 「두민이와 문방구점 아저씨」와 동극 「묶여있는 하느님」 같이 절판된 책에 실려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 산문「열여섯 살의 겨울」은 1989년 발표한 권정생의 수기다.
6. 『빌뱅이 언덕』(창비, 2012)
수기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열여섯 살의 겨울」, 「목생형님」, 「나의 동화 이야기」와 시, 동화, 산문들을 모아 엮었다. 『우리들의 하느님』에 실린 글과 겹치지 않아 두 권을 함께 읽으면 좋다.
Ⅳ. 시집, 인물 이야기, 옛이야기
1.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1988, 시집)
이 책에는 모두 80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1부와 2부는 80년대에, 3부는 50~60년대에 쓴 것으로 그중 「강냉이」는 초등학생 때 쓴 것이다. 4부는 권정생의 원고를 받고(1985년) 1년 넘게 책을 내지 못하는 동안 발표한 시를 넣었다. 권정생은 70년대에는 시를 거의 쓰지 않았다.
이오덕은 다른 어떤 동시집보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걸 기뻐했다. “이렇게 말재주를 부리지 않고 진솔하게 혹은 뜨겁게 우리 겨레의 마음을 노래한 시가 우리 아동문학에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고 “항상 가난하고 약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권정생이 온 몸으로 - 피와 눈물로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2. 『동시 삼베치마』(문학동네, 2011, 동시집)
권정생이 1964년에 직접 쓰고 그리고 제본까지 한 책을 그대로 출판한 동시집이다. 이 책에는 '1964년 1월 10일 묶음'이라는 글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1부 동무, 2부 꽃가마, 3부 삼베치마, 4부 다람쥐, 5부 장길바구니 등으로 나뉘어 있다. 권정생은 책머리에 <열다섯 전후의/ 어릴적// 억이랑 주야랑/ 내 이웃들// 재미있게 여기다/ 적었습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그 때의 생각은/ 어땠을까?//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라고 썼다.
3. 『나만 알래』(문학동네, 2012, 동시집)
『삼베치마』에 실린 시 가운데 42편을 골라 새로 펴냈다. 옛말투와 입말, 사투리를 어린이가 읽기에 좋게 고쳐놓았다.
3. 『내가 살던 고향은』(웅진출판, 1996, 인물이야기)
이 책은 이원수 인물이야기로, 「찔레꽃」, 「고향의 봄」, 「헌 모자」, 「한 길」, 「여울」, 「겨울나무」, 「아버지」, 「겨울 물오리」 같은 이원수의 시를 곁들여 그의 삶과 문학을 이야기한 책이다. 권정생은 「머리말」에서 “책이란 것은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그 책을 쓴 사람의 마음까지도 담겨 있는 것”이라며 “이원수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선생님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선생님의 책을 통해 더 분명히 만날 수 있다”고 했다.
4.『닷발 늘어져라』(한겨레아이들, 2009, 옛이야기)
닷발 늘어져라/ 만석꾼 대감님
『똑똑한 양반』(한겨레아이들, 2009, 옛이야기)
똑똑한 양반/ 업이하고 가재하고
2003년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출판사 사람들은 남쪽과 북쪽의 글 그림 작가들이 함께 어린이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당시 권정생은 몸이 힘든데도 선뜻 다섯 편의 이야기를 써주었는데 그 중에 네 편을 두 권의 책으로 낸 것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시리즈 제1권 『닷 발 늘어져라』, 제2권 『똑똑한 양반』이란 제목으로 추모 2주기를 맞이하여 출간했다.
Ⅴ. 그림책
1. 『강아지똥』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6)
『강아지똥』 이야기는 어른아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동화가 그림책으로 나오면서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이야기가 되었다. 자기희생과 지고한 사랑을 주제로 한 어려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는 그림책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림 속의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표정이 재밌고 따뜻한 분위기의 색상이 친근감을 준다. 더럽다고 무시(왕따)만 당하던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아무대도 쓸모없다고 여기던 강아지똥이 자기를 온전히 주는 사랑을 힘으로 별처럼 고은 꽃을 피워낸다.
2. 『오소리네 집 꽃밭』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7)
그림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힘찬 붓의 터치와 뚜렷한 이미지가 장면마다 마음에 강하게 남는다.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된다. 아름다운 경험은 아름다운 꿈을 심어준다. 오소리아줌마가 학교의 꽃밭을 보고 꽃밭을 일구는 것처럼.
오소리아줌마는 꽃밭을 가꾸다 깨닫는다. 자기 집은 이미 아름다움 꽃이 천지에 피어있는 자연 가운데 있다는 것을.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건 잊었소?”
3. 『황소아저씨』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2001)
표지 그림에서 황소아저씨 이야기를 다 알아볼 수 있다. 황소아저씨의 커다란 눈동자에 생쥐가 들어 있으니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추운 겨울, 올망졸망 새끼를 다섯이나 둔 어미 쥐가 죽었다. 생쥐 새끼들은 마음씨 좋은 황소아저씨가 나누어 주는 밥을 먹고, 황소아저씨의 따뜻한 몸에 기대어 잠을 자며 함께 살아간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밤에 활동하는 쥐들의 생태도 군청색을 바탕에 깔아 잘 나타내고 있다.
4.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송진헌 그림, 길벗어린이, 2001)
아기너구리가 겨울잠을 자다 깨어나 엉엉 우는 바람에 너구리네 식구들을 만나게 된다. 외로운 권정생 할아버지도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바위에 앉아 겨울잠을 자는 너구리 가족을 생각하며 추운 겨울을 심심치 않게 보냈나 보다. 세밀화가 겨울산과 너구리 집, 너구리 가족을 아기자기 정답고 따뜻하게 그려주었다. 우리도 너구리네 집을 살짝 들여다보자. 겨울잠을 자다 온 식구가 잠에서 깨어나 무슨 일을 벌이는지…….
5. 『훨훨 간다』 (김용철 그림, 국민서관, 2003)
겉표지의 두 주인공 표정이 압권이다. 속지에는 휘영청 밝은 달과 남의 집 담벼락에 매달려 집안을 살피는 두 개의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다. 권정생 이야기에는 달밤이 자주 등장한다. 이야기는 무명 한 필을 주고 배워 온 이야기 한 자락으로 도둑을 쫓아낸다는 거다. 배워 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에게 맞장구를 치며 좋아라 따라하는 할머니,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도둑을 쫓아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하하하” “호호호호” 즐겁게 웃는 사이 도둑은 제풀에 놀라 담을 넘어 도망간다. 참으로 통쾌하다. 익살 끼가 풍부한 살아있는 표정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 해준다.
6. 『길 아저씨 손 아저씨』 (김용철 그림, 국민서관, 2006)
‘옛날에 두 아저씨가 있었어요.’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라고 끝난다.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만든 그림책이다. 두 다리가 불편해서 돌아다니지 못하는 길 아저씨와 태어날 때부터 눈을 보지 못하는 손 아저씨는 서로 힘을 보태어 살아간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옛말처럼 혼자 일 때는 얻어먹고 살아야 했으나 두 장애인이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면서 함께 살아보니 이제는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다. 색시도 얻고 스스로 일해서 넉넉하게 살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다.
7.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이담 그림, 보리, 2007)
한국 전쟁 때 북한에서 피난 나오다 폭격 맞아 죽은 곰이와 인민군으로 국군과 싸우다 죽은 오푼돌이 아저씨는 깊은 산골짜기 가까이에 누워있다. 30년 후 어느 달밤에 둘이는 깨어나 전쟁이야기를 한다.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견주어 누가, 왜 전쟁을 일으키는지를 풀어낸다. 이 슬픈 이야기를 읽는 아이는 ‘전쟁을 하면 안 돼!’를 가슴에 새길 것이다. 이 땅의 아이들이 전쟁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8. 『꼬부랑 할머니』 (강우근 그림, 한울림어린이, 2008)
‘꼬부랑 할머니가~’ 어렸을 적 놀면서 부르던 노랫말이다. 민담집에 채록 된 걸 봐도 전국으로 퍼져있던 옛이야기다. 권정생은 2007년에 돌아가셨으니 돌아가시기 전에 출판사에 보냈던 글을 돌아가신 후 출판한 걸 거다. 책 끝자락에 선생님이 이 글을 쓰신 마음을 담은 편지글이 실려 있다. 오늘날, 풍요로운 삶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잊어서는 안 될 옛 것을 생각하게 하신걸가? 재미있는 그림을 따라 노래로 불러야 맛을 알 거다.
9. 『엄마 까투리』 (김세현 그림, 낮은산, 2008)
산불이 났다. 엄마 까투리는 뜨거워서 도망을 간다. 날아오른 엄마 까투리는 화들짝 놀라 다시 돌아온다. 새끼병아리 아홉 마리가 울부짖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지킨다. 그러나 엄마는 본능을 넘어 사랑의 힘으로 새끼를 지켜낸다. 엄마까투리는 새끼들을 품에 꼭 안고 불에 타 죽는다. 새끼 병아리 아홉 마리는 숯댕이가 되어버린 엄마 품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봄이 오고 있다. 밝고 화사한 빛깔의 그림이 이 슬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온 세상에 희망이 넘쳐난다. 권정생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자신의 마음을 엄마 까투리에 남김없이 담아냈다.
10. 『용구삼촌』 (산하, 2009)
‘용구삼촌!’ 하고 불러보자. 피붙이의 끈끈한 정과 삼촌이지만 ‘용구’라고 불러도 좋은 만만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용구삼촌은 정말 따뜻하고 만만한 삼촌이다. 등치는 어른이지만 할 줄 아는 것은 다섯 살 아이만큼도 없다. 먹을 것은 조카들에게 먼저 주고 자기는 찌꺼기만 먹고 옷도 기운 바지만 입는다. 그런 용구삼촌이 소를 데리고 아니 소가 삼촌을 데리고 풀 뜯으러 다니는데 어느 날 삼촌이 돌아오지 않고 소만 돌아온다.
가족과 동네사람들이 용구삼촌을 찾아 숲을 헤매고 가족들은 새까맣게 출렁이는 못물을 보면서 나쁜 생각이 들어 두렵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낸 용구삼촌은 천연덕스럽고 천진하게 나무 밑에서 잠에 빠져있다. 편안히 자고 있는 용구삼촌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걱정과 피로도 잊고 용구삼촌이 주는 평화에 젖는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용구삼촌을 찾아 헤매는 어두운 밤의 어수선한 검은 불안이 용구삼촌이 주는 평화로 마무리되는 동화다.
「용구삼촌」은 1991년 이오덕이 엮은『통일은 참 쉽다』와 1996년 출판된 권정생의 산문집『우리들의 하느님』에 실려 있는 동화다. 여기 소개하는『용구삼촌』은 그림책처럼 만들어져서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
11. 강아지와 염소 새끼, 김병하 그림, 창비, 2014
『삼베치마』와 『나만 알래』에 있는 시 「강아지와 염소 새끼」로 만든 ‘시그림책’이다.
(2015년 5월 3일 수정)
첫댓글 아고, 너무 애썼네요. 우리 누리집이 풍성해졌어요. 대문에 걸어놓아도 좋겠어요.
차근차근 빠뜨렸던 책들 다시 챙겨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부추기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