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서로서 최초의 역사 기록이 “죽서기년(竹書紀年)”이라는 책이다. 이는 하왕조로부터 은나라 주나라의 역사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사마천이 편찬한 “사기” 등에 인용되기도 해왔고 송대에 편찬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어람”에도 인용된 사서이다. 이를 “고본 죽서기년”이라 칭한다. 그런데 송말에 “죽서기년”이 일실되어 전하지 않자 명대의 천일각 주인이 인간한 “죽서기년”을 “금문(今文) 죽서기년”이라고 칭한다. 이는 후대의 청대에 편찬된 “사고전서”에도 실려 있다. 이에는 윤문이 첨가되어 있어 후대의 위작으로 칭해지고 있으나 내용으로 보아 완전한 위작이라기 보다는 필산본을 중심으로 그 위에 윤문이 첨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송대까지 전했던 2권의 책을 “고본 죽서기년”은 기원후 281년 지금의 하남성 급현(汲縣)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급총(汲塚) 죽서기년”이라고도 칭한다.
“고본 죽서기년”는 청대의 고증학자들에 의하여 금본의 위서임을 밝혀지게 된 고문과 금문학을 구별짓는 중요한 역사서이다.
“고본 죽서기년”의 주석서로는 주우증(朱右曾)의 “급총기년존진(汲塚紀年存眞”본이고, 왕국유(王國維)의 “고본죽서기년집교(古本竹書紀年輯校)” 본이다. 이를 종합하여 낸 책이 장옥춘(張玉春)의 “역주 죽서기년”본으로 흑룡강선인민출판사에서 2003년에 인쇄된 본이다. 이 책에는 금문본도 부록으로 싣고 있다. 또한 교주본으로는 1981년에 상해고적출판사에서 출간한 방시명, 왕수령씨의 "고본죽서기년집증(輯證)"이란 책에 상세한 주석이 붙여져 있다.
죽서기년의 내용은 하나라 역사를 다룬 하기(夏紀), 은나라 역사를 다룬 은기(殷紀), 주나라 역사를 다룬 주기(周紀), 진(晉)나라와 위(魏) 나라를 다루었으며, 위 나라 今王(襄王)20년까지를 다루고 있어 그 내용은 중국의 상고사로부터 기원 전 299년까지를 다룬 중국 최초의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그 찬자는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위나라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국 최초의 역사기록을 통해서 알수 있는 중국상고사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하대의 왕의 이름의 표기에 제(帝)자가 많이 붙여져 있어 이는 성과 같은 고유명사라고 생각된다. 이런 이름은 은왕조의 왕 중에는 겨우 두 사람이 확인된다.
2) 하 나라는 중국의 일부지역을 차지한 조그만 국가였다. 그들의 역사에 9이(夷)와의 접촉을 받고 있다. 9이는 견이(畎夷), 우이(于夷), 방이(方夷), 황이(黃夷), 백이(白夷), 적이, 현이, 풍이, 양이(陽夷)등과 접촉했음을 쓰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고증으로는 오 초지역의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9이는 후한서 동이전의 서문에 기록되어 우리나라의 동국통감 외기 서문에 이를 인용해쓰고 있으나 이는 ‘夷’는 모두 동이라는 단순화의 결과이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완전 벗어나지 못했다.
3) 은나라의 왕은 아직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름을 직접 왕호로 사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유사한 예는 백제의 무령왕을 생시에는 사마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고, 진흥왕도 생시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4) 주나라에서 처음으로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왕이라는 말의 뜻은 어원적으로 풀이한 후한 허신이 쓴 “설문해자”에 의하면 三 이란 글자를 관통하고 있는 글자로서 여기서 三은 천지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왕은 천도와 지리, 그리고 인간을 통괄하는 최고의 존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나라 역사기록에서부터 하늘의 징후와 지상의 만물의 변괴를 기록하고 있음도 이런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 주대의 봉건제도의 모습이라던가, 제천의례, 제사등의 의례의 수행에 대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처럼 “죽서기년”의 자료는 단순했던 중국 상고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하은주, 그리고 그 이전의 5제의 이야기로 체계화하고 중국중심적 중화사상으로 문화와 역사를 정리한 것이 사마천의 “사기”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중국 상고사가 사마천에 의하여 미화된 것은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