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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노니 너 국은을 입어 온 김익순은 듣거라.
그는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써내려갔다.
그야말로 일필휘지(一筆揮之였다.
병연은 화선지 가득히 글을 마치고 붓을 벼루위에 가지런히 뉘어 놓고, 처음서부터 글자 하나하나를 되뇌이며 훑어보았다.
그는 글을 모두 훑어보고는 흥분된 상태에서 다시 붓을 잡았다.
붓을 잡은 그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
그것은 아직도 불충을 저지른 김익순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병연은 붓을 든 채 다시 훑어보며 퇴고를 하려했지만 여기에서 더 호되게 몰아친다면 시적인 정서를 해칠것 같았고, 제한된 구(句)를 벗어나지 말아야 된다는 경각심에서 조용히 붓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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