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感氣에 걸렸다.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醫師도 만연중인 신종플루인지 단순한 독감인지 알 수가
없으니, 確診은 해 두되 안심할 수 있도록 타미플루를 복용하도록 미리 처방전을 발행해 주었다.
신종플루 감염여부는 약 5일 후에 통지하겠다는데, 사실 5일 후면 단순한 감기에서 회복되었든지,
아니면 신종플루에 걸려 생사가 갈라졌든지, 어느 것이든 過去完了形 시제이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허망한 것인지 작은 알약에 목숨을 의지하다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3일만에 휴대폰 문자로 통지가 날아왔다. "신종플루결과: 양성증상 호전 없을시
내원하여 진료바랍니다."
38도가 넘는 고열에 들떠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도 춥고 온 몸이 쑤신다.
1.5도C 정도 체온이 올랐느데 이렇게 괴로운데, 만약 지구의 기온이 이만큼 오른다면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어떻게 될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한다.
나는 사실 태어나서부터 病弱했다한다. 특히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시도 때도 없이 감기에 시달려
꾀병처럼 자주 학교에 결석하였었다.
그러나, 감기가 오면 은근한 반가움과 약간의 기대감에 젖기도 한 게 사실이다.
왼종일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었다.
누워서 책을 읽는데는 그러나 매우 불편한 게 있다. 책장이 펼쳐져 있게 하려면 꼭 손의 도움이 필요
한 것이다. 손도 대지 않고 책도 읽고 책장도 넘길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도록 발명이나 할까.생각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눈도 예같지 않고 몇 페이지 읽기도 전에 슬그머니 잠이 오는 걸 어쩔 수 없다.
밤이 되자 열은 더 심하게 오르고 그럴수록 더 춥고 떨려온다.
평소에 비워 둔 큰 딸 방에 격리(?)되어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잠을 청한다.
억지로라도 참을 청하기 위해 두 손을 아랫배에 모으고 두다리를 곧게 펴 본다.
북으로 현무자리로 머릴 두고, 남으로 주작자리로 발을 뻗은 이 자세는 바로 죽엄의 자세이다.
바람부는 산 비탈 비켜앉아 낮은 땅에 자리잡은 그 많은 묘지들의 주인들은 모두들 이런 자세로
흙에 묻혀 마침내 흙이 될 것이다.
살아 있음과 죽음이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꼼짝 않고 누워서 이 생각에 골몰한다.
죽지 않으면 다시 살 것이다.
항상 고통은 잊게 마련이고, 삶은 일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자고 이런 시시한 병에 걸렸는진 모르나, 나는 누워서 오랜만에 mometo mori를 실감한다.
첫댓글 색즉시공이라, "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곧 죽음이요,죽음이 곧 잠과 같은 것이여"...말이 되나?
색즉시공이라, "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곧 죽음이요,죽음이 곧 잠과 같은 것이여"...말이 되나?
우곡 고생하고이ㅆ구나...나도 금년 9월 부터 미확정 암의 공포에서 쯔쯔가무시 열병 근 3개월 난생 처음 입원도해보고 링거주사도 맞아보았다,,,,인간의 육신이란 눈에 보이지도 않은 세균몇마리 에서도 파멸되는 나약한 허상 일 뿐이지만.그래도 성할때는 큰소리치고 사는 것이 용하다....잘 조리하여 평상의 생활로 돌아오시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거뜬히 회복하시게...
내가 munchausen syndrome(이 말은 우리 동기 김원우가 소설 속에서 쓴 단어인데, 의사가 본업인지?) 인지도 몰라. 아픈 걸 죄다 떠들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