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붉게 물들인 동백꽃, 여수1경 전설의 섬 오동도
1933년 길이 768m의 방파제가 준공돼 오동도는 육지와 연결됐다. 이 후 여수8경 중 제 1경으로 불리며 관광 일번지가 됐고 늦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동백꽃은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한반도 지도를 살펴보다 남쪽으로 시선을 내리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지점에 여수가 있다.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해와 마주보고 있는 여수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상국립공원이 맞닿는 천혜의 자연이 가장 큰 자랑꺼리다. 또한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장소인 동시에 근현대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아픔을 가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유서 깊고 아름다운 여수에 8개의 명소가 있는데, 그 첫째로 꼽히는 곳이 바로 오동도다.
섬으로 가는 방파제 길
여수동쪽에 위치한 오동도. 방파제로 연결되어있다.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불과 1.2km 떨어진 가까운 섬이다. 시내에서도 가까워 찾아가기 쉽다. 1933년 육지와 떨어진 768m 구간에 방파제를 쌓으면서 섬은 육지와 연결됐다. 늦여름에 찾은 방파제는 햇살이 따갑다. 걷기엔 조금 멀고 그늘도 없다. 때문에 1996년부터는 동백열차를 방파제 구간에 운행해서 오동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편리해졌다고 한다. 500원의 요금을 내고 동백열차를 타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방파제에는 바다, 물고기를 주제로 한 그림과 여수의 명물 돌산대교를 그린 벽화가 있어 섬으로 향하는 길이 심심치 않다.
사람들은 늦은 휴가를 온 듯 들떠있다. 그 중 몇몇 사람은 기차역에서부터 마주쳤다. ‘여수역’은 전라선의 끝이라는 것 외에도 아름다운 항구 여수항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여수로 취재를 간다하니 지인이 추천해주던 소설 ‘여수의 사랑’도 여수를 동경하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다. 오동도에 들어서자 시원한 분수가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아이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닌다. 시선을 돌리자 충무공의 도시답게 거북선이 놓여있다. 섬에 깔린 파란 잔디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기암절벽의 겉모습과 희귀수목의 속모습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 군락이 오동도에 있다.
전국 최대의 동백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오동도는 0.12㎢의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있다. 섬의 모양이 오동잎을 닮아 오동도라 불리지만 실은 동백나무 3,600여 그루가 있는 동백나무섬이다. 이뿐 아니라 13여종의 난대성 희귀수목이 자라나는 천연의 숲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임진왜란때는 충무공이 이 섬에 시누대라 불리는 해장죽(海藏竹)을 심어 화살을 만들었다하여 ‘죽도’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섬에는 해장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섬의 안쪽과 달리 섬의 겉모양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졌다. 완만한 구릉성 산지인 지형에 암석으로 해안이 이뤄졌다. 섬의 밖에서 바라보면 해안선을 따라 해식과 풍화 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만들어진 절벽 ‘해식애’가 늘어서 있다. 덕분에 섬의 곳곳은 소라바위, 병풍바위, 지붕바위, 코끼리바위 같은 이름이 붙은 기암들과 오동도의 전설이 내려오는 용굴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오동도의 전설 따라 역사기행을…
용굴나무데크로 꾸며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우측에 용굴이 보인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오동도의 해안은 바람과 해수에 깎여 절경을 이루고 있다. 바위에 새겨진 가로 줄무늬는 오랜 세월 침식된 자연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찔한 절벽 옆으로 용굴 가까이 다가가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동굴입구가 나온다.
오동도에는 오동나무에 관련된 전설이 내려온다. 고려말기 신돈은 오동나무가 무성했던 오동도에 여수의 봉산, 봉계, 구봉산 등에 사는 봉황새가 자주 드나든단 얘길 듣고 임금을 상징하는 새라하여 불길하게 생각했다. 또한 전라도의 전(全)자가 임금 왕(王)이 들어있는 글자라 하여 이곳에서 혹시 왕이 나올까 우려해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고 한다.
전설이지만 예전에 많았다던 오동나무가 사라지고 지금은 동백나무가 가득하니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다. 향토학자들은 오동도의 지형과 식물 분포 때문에 생긴 얘기라고 설명하지만 봉황이 날아오는 섬이라니 느낌이 남다르다. 오동도를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면 동백열차를 타는 코스보다 유람선을 타는 것이 좋다. 여수의 카멜레온이라는 돌산대교와 함께 여수 앞 바다를 다니는 유람선은 한려수도 관광의 시작으로 인기가 높다.
가는 길/
여수역에서 가깝다. 역 앞에서 오동도행 1, 2번 버스를 타면 3분 걸린다. 걸어도 가능한 거리다. 오동도 방파제 입구까지 약 1km다. 여수공항에서는 약 20km의 거리로 30분가량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방파제 여수는 예로부터 천혜의 항구였다. 조선시대엔 전라 좌수영이 설치된 군사항구였으며 일제강점기에도 군사항의 역할을 했다. 여수항의 선박들이 원활하게 다니기 위해 방파제를 설치했는데 오동도를 육지와 연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1933년 768m의 서방파제가 준공돼 오동도는 육지에서 걸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시누죽 터널조선시대 충무공 이순신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화살을 만들기 위해 이곳 오동도에 시누죽이라 불리는 해장죽(海藏竹)을 심었다. 충무공은 시누죽으로 만든 화살로 10만여명의 왜군을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섬 곳곳에 대나무가 자라 그늘을 만들어준다. 항시 푸르른 대나무는 오동도의 동백나무와 함께 섬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동백열차 처음 오동도를 찾아가면서 ‘동백열차’가 기차인줄 알았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동백열차는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차에 차를 이어 만든 열차였다. 768m의 방파제길을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설이다. 요금은 편도 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