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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지난 주말에 땄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다.
매실에는 신맛을 내는 구연산(시트르산)이라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구연산은 피로를 풀어주고
세포와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소화를 촉진해준다고 하는데
이 구연산은 풋 매실의 경우 100이라면
수확적기의 잘 익은 매실에는 1,400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실과육에는 청산배당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데
익으면 과육에는 없어지고 매실 씨에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일찍 따면 양은 많을지 모르지만
실속이 없고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낙과가 생기더라도 적기에 따야 하는 것이며,
우리 농장에서는 이번 주말이 적기인 것이다.
매실 색깔도 아직 청매(靑梅)상태이고, 황매(黃梅)상태까지는 아니었다.
시기적으로도 보통 6월 6일 망종이후에 따는 것이 좋고,
꽃 피는 시기로 판단한다면 꽃이 만개한 후
80일에서 90일 사이에 따는 것이 좋은 것으로 되어있다.
우리 농장에서는 3월 마지막 주말에 꽃이 만개했으니
지금이 적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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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5월에 나오는 매실은
흠이 없고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실속은 없을지 모른다.
아내는 바닥에 떨어진 매실을 보고,
시기를 놓쳤다고 아까워하지만 나무에 달린 매실도 많았다.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보면 풍성함이 있는 것이다.
채소도 솎아주기를 해야 하듯이
매실도 솎아주기를 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솎아주기를 하지 않으니
자연이 솎아주기를 해주었다고 생각하면
아까울 것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아직도 가지에 많이 달려있는
매실을 따서 소쿠리에 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쿠리에 매실이 소복이 쌓이고
이렇게 쌓여가는 매실을 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에도 풍성함이 쌓여가는 것이었다.
봄이 오기 전 가지치기를 할 때는 날씨가 추웠고,
땅을 파고 나무마다 퇴비를 넣을 때는 힘이 들기도 했지만
수확할 때는 즐거움과 보람을 거둘 수 있어 있어 좋았다.
가꿀 때는 가꾸는 재미가 있고
꽃이 필 때는 꽃을 보는 재미가 있으며,
수확할 때는 수확하는 재미가 있어
주말농장은 늘 기쁨이 넘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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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매실을 따놓고 다시 보리수나무로 갔다.
매실나무에는 청매(靑梅)가 대부분이었는데
보리수는 빨간 열매가 대부분이다.
맛은 익으면 단맛이 있으면서도
약간 떨떠름한 맛이 나서
과일로 먹는 것보다 효소나 잼을 만들어 먹는 것인데
이것을 따서 어떻게 먹을지는 모르겠다.
단지 빨간 열매를 따서 소쿠리에 담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확한 매실과 보리수를
소나무 아래 데크에 옮겨 놓고
아내들이 농장에서 매실 엑기스를 담기위해 선별하고
꼭지를 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친구는 과수원의 풀을 베고, 나는 꽃밭을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쉬기로 했다.
소나무그늘 아래서 땀을 말리고 있는데
아내가 농장에서 딴 오이와 풋고추,
그리고 된장과 농주를 한 병 가져왔다.
풋고추를 된장에 발라 안주 삼아 농주를 한 사발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함과 시원함이
힘들었던 시간의 보상인가 생각되었다.
날씨가 더운 만큼 나무그늘의 시원함이
더욱 귀하게 느껴졌고
휴식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언덕배기에 풀을 베었다.
한낮이 되다보니 날씨가 더웠다.
사람이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땀이 몸에 베이고 일이 힘들었다.
당초에는 점심을 먹기 전에 풀을 다 베기로 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없어 중도에 포기했다.
더위를 먹고 기진맥진하여 소나무그늘 아래로 왔다.
화이트칼라가 거지행세를 하고 걸어오는 남편들을 보니
하늘같은 남편이 측은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아내가 빈정그리며 묻는다.
‘그래도 농사일이 좋으냐’고.
나무를 보면 문제가 많지만 숲 전체를 보면
그래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농장에는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주말농장에서의 삶에서
긍정보다는 부정을 많이 보고
남편은 긍정을 많이 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좋으면 좋은 줄을 모르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던 이상향인 에덴동산에 살아도
시간이 지나면 불평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건너지 못할 것 같은 강도 건너고,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절벽도 넘어설 때에
평탄한 길의 고마움을 알게 되는 것이고
인생여정의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이다.
남편의 모습이 측은하게 보여
제발 무리하지 말라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긍정적이다.
‘핑크빛 대왕’이라는 동화의 임금님처럼
핑크빛 세상을 보고 싶으면
핑크빛 선글라스를 끼면 세상이 핑크빛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낮잠을 한 숨 잤다.
장마를 대비해서 할 일은 산적해 있지만
우리는 삶을 즐기러 온 것이지
일과 수확을 목적으로만 온 것은 아니다.
다 못하면 포기하면 되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도 여유로움을 찾으면 여유로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낮 더위가 가실 때쯤에
다시 일어나 꽃을 심고 채소밭에 풀을 매고
아내들은 매실 엑기스를 담그는 등 일을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예정된 일을 절반 정도 밖에 하지 못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예정된 일을 다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도 있지만
오늘 해낸 일을 생각하면 뿌듯함도 있는 것이다.
매실을 40kg이나 수확하고 보리수를 7kg이나 수확하면서
수확하는 재미를 누렸고,
또 장마를 대비해서 과수원과 언덕배기와
채소밭의 풀은 매어두었다.
그리고 그 바뿐 와중에도 여유로움을 찾아
나무그늘에서 땀을 말리며 농주를 한 잔 하고,
낮잠을 한 숨 자는 여유로움도 있었다.
우리들은 늘 일과 휴식의 조화로움과
긍정과 부정의 조화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들이 어느 쪽을 보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고.......
자료출처 : 네이버블로그 "산들농원" (http://blog.naver.com/sanginlsi )
첫댓글 농장이 주인을 잘 만났는거 같네요 이렇게 멋진 농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요...모든게 그저 되는법은 없는거지요 ㅎㅎ 저는 올해 매실을 직접 함 담아볼까 싶어 오늘 장에 갔더니 벌써 들어갔다네요 ㅜ 몇일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말이예요. 그래서인지 탐스런 매실이 제눈에 확 들어오고 그에따른 글들도 참 유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