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멕시코까지 간 길에 쿠바에도 닷새 동안 여기저기 구경을 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체 게바라, 미국의 코앞에서 미국을 약올리는 나라 ...
농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쿠바는 유기농업을 잘 장려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죠.
저의 정보망을 동원해서 쿠바의 시골맛을 보러 갔습니다
하바나 근교의 알라마르 지역. 아파트 단지 근방의 생태농장 입구. 사람들이 줄지어 유기농채소를 사고 있습니다.
왼쪽 옆에서는 즉석 사탕수수 쥬스를 팔고 있었어요.

유기농 채소 판매장. 매일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원래 쿠바 사람들은 채소를 잘 먹지 않았었는데 아파트단지 근처에 유기농 농장이 있어서 식생활도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농장에서 수확해서 바로 판매를 하니까 유통비용은 0원인 셈입니다.
채소를 담아갈 비닐봉지나 장바구니는 살 사람이 가져오니까 부대비용도 없지요.

그날그날 채소와 과일의 가격표가 붙습니다. 토마토 1파운드(450그램정도)가 2쿠바페소네요.
우리돈의 가치와 맞비교할 수는 없지만 110원 정도니까 아주 싸게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네요.
거의 매일 식당에서 밥을 먹은지라 신선한 채소가 고팠던 저도 좀 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죠.
쿠바는 외국인이 사용하는 화폐는 따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농장은 3만평이나되는 엄청난 규모인데
채소밭, 사탕수수밭, 뿌리식물, 과일류, 가축우리가 요소요소에 고루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채소를 나무판자같은 걸로 둘러싸서 키우고 있죠. 그 이유는 좀 있다가 알게 되었답니다.
고랑에 풀 하나도 없이 깨끗한데 모두 사람 손으로 관리한답니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노인들,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거죠.
도시와 농업이 상생하는
"도시농업"

양배추와 당근을 섞어서 심었어요. 둘레에는 옥수수를 심었지요.
잘 보시면 두 작물의 색이 다르지요? 당근이 더 초록빛이라고 해야할까요?
벌레들은 색과 향으로 자기가 먹을 것을 찾는데 당근색과 양배추색 사이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헤매게 된답니다.
주변의 옥수수는 혹시 남은 놈들에게 먹이가 되라고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이랍니다.
필리핀에서도 그런 예기 들은 적이 있는데 재밌네요.

이 곳은 유기농업의 영양분 공급처이자 유기농 흙만들기의 기본이 되는 지렁이 사육장
지렁이가 흙 속에 있으면 좋다는 말 들으셨겠지만 여긴 아주 사육을 해서 지렁이분변토를 만들고 있어요.
그냥 흙보다 10배 정도 양분이 많다고 해요. 이렇게 소중한 흙이니까 비가 와도 씻겨내려가지 않게
나무토막 같은걸로 채소밭 이랑을 막아놓은거지요.

지렁이 보이죠?

염소와 소, 토끼 같은 가축을 키워 분뇨도 거름으로 쓰고 유기농 채소 남는 것은 사료로 씁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지역순환형 유기농업이죠.

농장에서 나오는 재료로 점심을 차려 주셨습니다.
야외 응접실 겸 식당.
밥, 스프, 호박과 양파찜, 염소고기와채소를 볶은것, 토끼고기요리, 토마토 오이 양상추샐러드,
그리고 각종과일이 차려졌습니다.
아! 저는 밥과 샐러드 접시위에 놓인 상추를 본 김에 염소고기볶음과 함께 쌈을 싸 먹었답니다. 꿀맛~~
빨간 티셔츠의 사나이는 통역을 해주신 에벨리오님.
한국 사람 온다고 "샘표깻잎통조림'도 챙겨 나오신 센스.
저는 답례로 오뚜기 고추장 튜브를 드렸습니다.
외교관이셨던 아버지 덕택에 한국말을 배웠는데 지금도 일요일 오후에는 한국음식 먹으면서 한국말로만 대화를 나누신답니다.
"어려워, 어려워"를 연발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수고!

플라스틱 그릇이지만 3층 접시에 한껏 멋을부려 과일을 주셨네요
구아바, 파인애플, 수박.
복수박처럼 작은 거였는데 수박키우신지 얼마안되셨는지? 기대가 너무 컸는지?
수박 맛은 기대이하였답니다.

이 잘 생긴 아저씨는 농장 대표 쌀시니 선생.
채소농사에다가 허브도 키우고 남는 과일 활용해서 잼이나 향신료, 식초 등을 개발 중이시랍니다.
"쿠바 특산물인 담배에는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을 붙이는데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경고문 같은 건 없다"
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쿠바는 80년대 미국의 경제봉쇄와 소련의 원조가 끊기면서 비료와 농약도 공급이 어렵게되자 식량조차 생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쿠바의 국민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답니다. 정부는 '누구라도 비료와 농약을 쓰지않고 농사를 짖고자 하면 땅을 임대해 준다'는 정책으로 유기농업을 끌고 가기 시작햇지요. 당시 농림부 직원이었던 쌀시니 씨는 자기집 근처의 이 농장을 임대해 유기농 농장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신념에 차 있는 멋진 분이었죠.

잠시 둘러 본 것으로 어찌 쿠바의 유기농업은 안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멕시코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쿠바의 들판!
아파트단지가 있는 곳에는 바로 옆에 저런 형태의
도시농업의 현장이 여기저기 내려다 보입니다.
(전국에 1200곳 정도 있다고 하네요)
국가 경제는 어려울지라도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면서 풍요롭고 건강한 식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쿠바농업의 희망을 느껴봅니다.

첫댓글 아파트 옆에 농장이 있고 거기서 바로 나온 유기농 채소를 산다...
꿈같은 얘기네요.
동물들이 아주 편안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가축들이 알면 이민가고 싶어하겠당.
우리나라 같으면 아파트 옆 땅은 상가나 다른 용도로 개발해서 땅값 올리기에 정신이 없을테지만 역시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지 국가가 저런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있게하고 그 면적도 해마다 늘려준다니 부러운 얘기죠.
선생님 먼길 다녀오셨군요..
그래요. 몇년에 한번은 비행기를 타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