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미 너무 식상하고 진부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항상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새삼 기초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의 피조세계 내에 있는 모든 원리는 기초가 있을 때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지난 4월 16일에 한국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날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선수권대회 남자부 100m 준결승에서 비공인 한국 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1위는 10초24, 2위와 3위는 각각 10초 29와 10초31을 기록해서 29년 전인 1979년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당시 서말구 선수가 세운 한국 신기록인 10초 34(참고로 세계기록은 9초 77입니다.)인데 이것을 28년 만에 한 사람도 아닌 세 사람이나 깨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여기에 더하여 2006년에 육상경기연맹이 한국 기록에는 1억원, 10초벽 돌파 5억원, 세계 기록에 10억원을 주겠다고 한 상황에서 경신된 기록이라 관계자들이 다들 흥분했는데 기록의 사실성 여부를 자세히 검증해 본 결과 계측 시스템 오류로 판정이나 오래간만에 세워진 남자 100m 한국 신기록 경신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8년 전에 세운 기록으로 계속해서 한국 신기록을 보유하게 된 서말구 교수(해군사관학교 교수)는 기록 경신을 위해서 ‘몸 만들기’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몸 만들기’에 대한 강조는 육상의 문외한이라도 기초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중의 기초인 몸만들기의 중요성을 한국 신기록 보유자가 하고 있는 터라 곱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7년 한국교회 대부흥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 곳 저곳에서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5월 말에 ‘평양대부흥 100주년기념 성서학 학술심포지움’이라는 아주 뜻 깊은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보수와 진보에 소속된 한국 교회의 성서학자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 참석해서 느끼며 생각한 것은 여러 가지 주제가 제시되었지만 역시 ‘어떻게 100년전 평양에서 대부흥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그리고 그 부흥의 역사가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주제였던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우 교수께서 발표한 논문에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초기교회는 사경회를 통한 말씀공부와 기도회를 통한 성령체험을 통하여 ‘말씀과 성령의 강력한 융합’을 이루어 진정한 부흥과 각성의 역사를 이루었다.”(<평양대부흥 100주년기념 성서학 학술심포지움 자료집-평양대부흥운동의 성경신학적 조명, 회개와 갱신> 60쪽.)
구약신학자이기 때문에 부흥의 관건으로 성경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사신학자인 이만열 교수 역시 말씀에 기초한 사경회 운동이 바로 대부흥운동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같은 책, 47쪽.) 같은 연장선상에서 5월 26일에 발표된 선언서 역시 대부흥이 하나님 말씀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부흥을 경험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독교의 기초 중에 기초인 성경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부흥이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따져놓고 보면 미국의 어느 목회자 표현처럼 현대의 기독교인들 가운데 ‘성경문맹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지구촌 한 쪽에서는 성경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각종의 화려한 성경역본들을 서가에 꽂아놓고 먼지만 뽀얗게 쌓아가고 있는 현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기초를 무시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점은 이런 저런 역사적 사건들을 들먹이지 않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기독교의 기초중의 기초인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고 하나님께서 외치시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 열린 귀를 가진 교회와 성도들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상화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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