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는 학생과 그의 선생님
잘 되면 내 자랑, 못되면 조상 탓하는 일이 많습니다.
공부를 잘 하면 내 자랑이지만, 못하면 선생님 탓을 하는 학생도 많지요. 차라리 열악한 조건에서 자란 제자들이 사회적 명성을 갖게 되었을 때 선생에 대한 고마움이 더한 것 같아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환경이냐, 유전이냐.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자존감이냐, 열등감이냐.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개인적이냐, 협동적이냐. 상층이냐, 하층이냐. 일회적이냐, 연속적이냐. 내용이냐, 방법이냐. 공식이냐, 비공식이냐. 부분이냐, 전체냐. 공식적 연대냐, 심리적 연대냐.…
환경조건이 좋은 학교이건 열악한 학교이든, 한 교사가 지도한 결과가 각기 다르다면, 문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교사의 어떠한 노력이, 그리고 학생의 어떤 측면이 학업성적을 높이는 조건이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측면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로 이론을 구성한 캐롤(Carroll)은 완전학습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기초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학습의 전제 조건인 적성(능력)을 시간적 변인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었습니다.
즉, 적성을 어떤 주어진 학습 자료를 완전히 학습하는 데에 요구되는 개인의 능력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개인이 주어진 자료를 학습하는데 필요로 하는 시간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특정한 종류의 학습 과제에 매우 낮은 적성을 보이는 학생들은 그들보다 높은 적성을 보이는 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완전학습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있어 단지 학습 시간이 더 많이 요구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학습에 대한 매우 낙관적인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적절한 학습 자료와 교수방법이 동원되고 충분한 학습시간이 보장된다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주어진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캐롤에 따르면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면 교사는 무엇보다도 수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적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학생자신에게도 지구력이 갖춰지기를 요구합니다.
이것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①수업의 질을 높인다.
학습 과제와 학습의 단계, 교사의 교수 방법 등을 포함하여 학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수업이 잘 정비되어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교사의 생명이며 사명입니다.
②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학습 기회란 특정한 학습을 위해서 학습자에게 실제로 주어지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학습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차이가 많습니다. 개인차에 대응하여 충분한 학습기회를 주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적 처방입니다.
③학생들에게는 적성이 있다.
학습자의 적성은 완전한 학습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량을 결정해 줍니다. 학습자의 적성이 학습에 필요한 시간량을 결정해 준다는 증거는 여러 학습장면에서 관찰됩니다. 교과에 따라 흥미영역에 따라 적성이 다르며 적성이 높을수록 학습에 필요한 시간은 줄어들 것입니다.
④학생들은 수업이해력이 다르다.
학생들이 교수내용이나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수업이해력은 학습해야 할 과제의 성질과 학습 절차를 이해하는 학습자의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능력의 개인차를 인정하여야 합니다.
⑤학생들은 학습지구력이 필요하다.
일정한 수준의 성취를 할 때까지 학습자가 학습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시간을 뜻합니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은 학습에 스스로 참여하고자 하는 시간으로서 학습 동기나 흥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기계적인 연습만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여 반드시 성취하여야겠다는 학습동기가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캐롤은 위의 ①②를 수업 변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③④⑤를 개인차 변인이라고 했고요. 수업변인은 교사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개인차변인은 학생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의 공식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학습의 정도(%) =f( |
학습에 사용한 시간의 양 (학습의 기회, 지구력) |
) |
학습에 필요한 시간의 양 (적성, 이해력, 수업의 질) |
학습의 정도를 백분율로 표시하면, 그것은 학습자가 주어진 과제를 기준점까지 학습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비해서 학습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했는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학습에 필요한 시간은 ③학습자의 적성과 ④수업 이해력과 ①수업의 질이라는 세 가지 변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학생의 적성이 낮고 교사의 수업의 질이 낮을수록 수업이해력에 걸리는 시간은 늘어남으로 그에 따라 학습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납니다.
학습에 사용한 시간의 양은 ②학습의 기회와 ⑤학습자의 지구력으로 결정됩니다. 즉, 교사가 학습자에게 적당한 양의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자가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가 강하여 지구력이 생기는 정도로 학습에 사용한 시간의 양이 결정됩니다.
캐롤의 학습 모형은 수업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다음 두 가지의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첫째, 학습자의 개인차를 근본적이고 질적인 차이로 보기보다는 학습에 필요한 시간의 차이라고 봅니다. 누구라도 적절할 시간과 수업 처치를 하게 되면 학습이 가능하다는 관점으로서 개인차의 문제를 극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둘째, 수업의 요인으로 수업변인과 개인차 변인을 구분해 줌으로써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밝혀주었다는 점입니다. 학습자들의 적성, 지속력, 수업 이해력 등은 개인차 변인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이라 할지라도, 교수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습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교사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후 블룸(Bloom)은 캐롤의 모형을 이어받아 완전학습모형을 제안하였습니다.
학습의 정도 =f( |
학습에 사용한 시간 |
) |
학습에 필요한 시간 |
완전학습이란 학급 내 약 95%의 학생들이 주어진 학습과제를 약 90%이상 완전히 학습해 내는 것으로, 블룸의 완전학습모형은 캐롤의 학습모형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완전학습을 위한 수업전략은 주로 수업목표의 명료화, 형성적 평가에 의한 학습 장애의 발견과 개별지도, 소집단별 상호협력을 통한 복습 등의 방법들로 구성됩니다.
교사의 몫은 수업을 충실히 하는 것과 학습기회를 충분히 주는 일입니다. 수업을 충실히 하려면 목표가 또렷해야 할 것이고 학습기회를 충분히 주려면 학습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발견하여 개별지도로 처방하고 협력학습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복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제자들이 제 자랑만 하지 않고 선생님에게 작으나마 그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2009.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