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은 겨울의 초잎
늦가을 길을 나섰다.
대구를 지나니 가을 빛은 온데 간데 없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마지막 가는 가을을 그림자에서 라도 가을 냄새 를 맡고 싶었다.
딸과 함께 죽령을 넘어 강원도로 간다.
여행의 묘미는 지역의 맛나는 음식 잘 먹고 구경 잘하자는 생각이다.
단양의 맛집이다.
주인장의 정성은 대단하다,
몇해 전 여행에서 들렀던 집인데 그 맛을 딸은 기억하고 있었던가 보다
간장 게장 정식은 아주 맛갈 스러웠다..
점심 배불리 먹고 남제천 에서 영월로 달려 가며
딸아이와 많은 예기를 주고 받으며 평창읍 을 지나 방림 삼거리에 도착해
근엄하게 서있는 모텔에 가서 따스한 방하나 얻어 놓는다.
집나서면 잠자리 부터 정해 놓아야만 마음이 편해 진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수동으로 향한다.
이주 정도 일찍 왔어도 뼝대에 물들어 있는
가을 단풍을 볼수가 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황량한 벌판에 매서운 추위는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며 즐기기 에는
넘 추웠다. 일기예보에 한파라더니 정말이지 너무나 추웠다,
따뜻한 남쪽에서 온 우리는 오죽하랴.
나야 강원도의 찬바람을 알고 있지만 딸아이는 지역의 차이에 놀라워 한다.
오래전 떠난 주인 없는 빈 집터에 잣나무 한그루 가 그 집터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이곳은 멋다리 펜션이 있는 수동 골짜기
계촌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다,
지난 겨울 오빠는 이곳에 터를 마련해 집을 지을려고 터를 닦는다,
노년에 삶을 고향에 텃밭을 가꾸며 왔다 갔다 하며 지낼려고 한다.
축대를 쌓아 놓았다고 하기에 궁금 하기도 하고 하여 딸아이와 함께 이곳에 왔다.
정년 퇴직 하고 나면 나도 이곳에 들락 거리며 봄이면 푸성귀 심어 놓고
텃밭에 나는 야채 들로 친구들 불러 모아 별빛 내린 밤하늘 쳐다 보며
오래 묵은 돌배주 건네 가며 그옛날 예기 들로 밤이 가득 찰 것이다
수동을 출발해 계촌을 지나 들모 고개 를 넘어 신작로 길 로 간다.
내 어릴적 추억을 딸과 함께 걸어 보고 싶다.
엄마의 어릴적 신작로길 의 많은 추억 꺼리를 들려 준다.
책보자기 의 추억과 늦가을 가래 주워 깨먹던 이야기
그곳에서 아주 오래전 추억을 딸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여름내 버릴 수 없었던 것들을 이 늦가을의 신작로길
나무가 낙엽을 보내듯 모두 떠나 보낼 일이다.
그리고 아다다 처럼 살 일이다.
비워낸 가슴으로 찬바람이 불어도 견딜 일이다
견디면 다시 봄이 오니까 (사그네 신작로 길에서)
계절의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묵시의 계절
나뭇잎 진 파란 하늘의 여백 사이로 가을 새가 떠나고 생경한 가지에
한점 노오란 잎새
차마 떠나질 못하고 있구나.
가는 길 위에서 가끔 보고 싶어 지는 사람 있어
늦가을은 그렇게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끔은 이렇게 자유로워야 하는걸
가끔은 기약없이 이렇게 훟쩍 어디론가 떠나 와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겨야 하는걸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 쉬는게 지겨워질 때까지 여기 사그네에서 이렇게 푹 쉬고 싶다.
발 아래에서 쓸쓸하게 부서지는 낙엽들의 생애
속절없이 무너지는 속세의 찌든 것들
서릿발 내린 사그네 신작로 길위에서 다 날려 보내렴
서릿발에 사각사각 부서지는 소리
이내 겨울은 깊어지겠지
시린손 녹여 가며 신작로 길을 걸어 문을 열고 들어간 시골 까페
4년전 4월초 봄에 이곳에 왔을때 창너머 개울가 핀 산목련
하도 귀하게 예뻐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내 그리움의 유발자였다.
나는 따스한 까페라떼 한잔
딸은 그 추위에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다.
따스한 온기가 스며 드는 그곳엔 목탄 난로에 장작불 이 타고 있어 추위를 녹여 준다.
시골 까페에 예사로운 풍경에 딸아이는 사진을 찍어 댄다.
주인장의 정갈한 품성이 느껴진다.
한적한 시골 까페에 손님이라고는 아마도 해 넘어 가서는 우리 밖에 오질 않은 기색이다.
주인장은 손때 묻은소쿠리에 비스켙 을 가져다 주며 말을 건네고 싶은 역력한 기색이다,
딸하고 여행을 왔냐고 물으며 다가온다,
아마도 이곳은 사람이 그리운 곳인것 같다.
4년전 이곳에 들렀던 이야기를 전해 준다.
개울가의 산목련을 그리워 왔노라고
젊은날 대한항공 사무장 으로 근무하다 정년 했다는 주인장
젊은날 엘리트의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 주듯이 촌로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그곳에 앉아 우리는 주인장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메미골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해가 저물어 질때까지
해가 넘어 가고 우린 자리를 떠나려고 하니 아쉬운 주인장의 얼굴이다.
송어집에서 딸아이는 아까 그 아저씨 같이 와서 회 먹자고 할걸
그 모습이 정스러웠던가 보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사천송어장이다.
바다 고기의 입맛에 길들려진 딸에게 1급수에서만 기를수 있다고 알려 준다.
뭐니 해도 회의 맛은 걸죽한 소주 한잔 넘어 가야 제맛이 아닐까,
여정을 풀고 송어회의 안주와 함께 먹는 매운탕맛
이태백이도 부러워할 일이다.
방림삼거리 에서 잠을 자고 나니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어디냐고 궁금해 하기에
아 그곳을 보여 줘야 겠다 생각 하고 횡계로 출발이다.
이곳에서 강릉 까지는 초행길 이다.
진부를 지나 횡계 용평스키장 을 갔다.
시린 벌판의 추위를 제대로 맛 보는 곳이다.
용평스키장 주변이다.
강원도 산간 지방만 볼수 있다는 자작나무
닥터지바고 에서는 순백의 자작나무는 시베리아 벌판의 가로수가 되었고
바이칼 호수가 외격스러운 것은 순전히 조연격이 자작나무 때문이였으리라.
팔만대장경도 바로 이 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니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자작나무다.
시베리아 벌판 같이 매서운 추위다.
남쪽지역에서 사는 우리는 그 추위에 꼼짝도 하질 못한다,
용평을 떠나 대관령 목장을 지나면서 대관령의 옛길로 접어 든다.
대관령정상
고개마루 휴계소에 차를 대고 동해쪽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한다.
정말이지 장관이다.
오랜세월 호황을 누리며 북적였던 휴게소는 고속도로에 자리를 내주어 적막하다.
역시 백두대간의 힘은 이런 굽이 길에서 보아야 제 맛이 난다.
그 옛날 관동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옛길
거대한 풍력발전소가 바람과 싸우는 초병처럼 서 있다.
대관령의 굽이길 을 돌아 내려 오면서 신사임당의 사친시 를 들려 준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이몸은 홀로 서울로 가네
대관령 정상에서 강릉 시가지를
돌아 보니 두고 가는 고향은 아득히 멀고 저무는 산에는 흰구름 난다,
대관령에 얽힌 전설 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강릉에서 곳감 한접을 싸들고 한양에 있는 딸네집 으로 길을 떠나던 친정 어머니는
대관령에 이르니 배가 고프기 시작 하여 한굽이 돌때 마다 하나씩 먹고 나니
정상에 오르니 곳감은 한개가 남았다는 전설에
99굽이 라고도 불리웠다고 전해 지는 대관령에 얽힌 이야기다.
대관령을 굽이 돌아 경포호수에 이른다.
정철이 쓴 관동별곡 에도 있듯이
조선시대 선비들이 일생에 하고 싶은 일중의 하나가 관동팔경을 구경하며
시를 읋고 풍류를 즐기는 것이였다고 하니
과연 경포 호수는 관동팔경의 제 1경으로 꼽힐 만한 것임은 손색이 없다.
경포호수에 달이 비치면
그 아름다움을 표현 했다고 하는데
하늘에도 달이요
바다에도 달이요
호수에도 달이요
내마음에도 달이요
사랑하는 님의 두 눈동자에도 달이요 라고....
서정주의 시 동천에서 읋어진 아름다운 여인의 속 눈섭 닮은 초승달 같다는
동해해변은 파도마져 유순하다.
성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좀 멀리 통통배 하나 지나가고 갈매기 훼를 칠때
어느새 가슴으로 천진한 쉄이 가득 차고
숨차게 달려온 어제의 피곤한 일상들이
편안한 휴식이 되어 넉넉한 바다품에 안긴날
딸과의 이번 여행에서 또다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