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 홍해리
겨우내 조용하던 햇살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강물이
칼날을 번쩍이며 흘러가고
죽은 듯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무거운 잠을 눈썹 끝에 달고
연초록 깃발을 꽂으며
시동을 걸고 있다
새들도 솜털깃을 털어내며
아름다운 전쟁 준비에 한창,
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타인도 정다운,
죄 될 것이 없는
그리운 남쪽 나라
멀리서 오는 이의 기침소리가 선다.
◑ 어제가 입춘이었지요. 기나긴 동지(冬至)의 어둠을 뚫고 대지가 서서히 따스한 양기(陽氣)로 돌아서는 봄의 문턱이 입춘입니다. 입춘은 24절기를 시작하는 그리고 봄 절기의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입춘은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지만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 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됩니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합니다. 입춘은 사물이 왕성하게 생동하는 기운이 감도는 때이며 모든 것의 출발이고 또 한해의 시작입니다. 이런 입춘을 맞이하여 집집마다 한해의 좋은 기운이 감돌아 경사(慶事)가 넘치는 신묘년(辛卯年)이 되었으면 합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大吉 建陽多慶)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